토막 난 교훈에 붙잡힌 설교, 성경 전체의 메시지 전해야

동영상 촬영 편집: 윤재지 목사

박영선 목사(남포교회 원로)와 박은조 목사(은혜샘물교회 담임)를 지난 22일 은혜샘물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이번 만남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이성구 목사/ 이하 한목협)가 지앤컴 리서치(지용근 대표)에 의뢰 조사하여 2017년 12월 27일에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조사” 보고서 가운데 목회자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박영선 목사, 박은조 목사와 코람데오닷컴 편집장 김대진 박사가 목회와 설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설교자 가운데 한 분인 박영선 목사와 설교사역을 중심으로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고 있는 박은조 목사의 만남에 관심 있는 목회자들이 함께 했다. 예장합신 총회의 총무로 섬기고 있는 정성엽 목사의 기도로 시작했다.

은혜샘물교회 목양실 인터뷰 현장

목회자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 영성과 건강 문제

모시기 힘든 두 분 목사님을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두 분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정기적으로 운동을 열심히 하신다는 점입니다. 이번 한목협 조사 결과에 “목회자 자신을 볼 때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으로는 ‘개인 영성’과 ‘체력/건강’이 각각 20.8%, 20.0%로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리더십’(16.3%), ‘설교력’(15.8%), ‘학구성(연구 부족)’(8.7%), ‘대인관계’(8.2%) 등의 순으로 응답되었습니다. 먼저 두 분 목사님 건강과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박영선 목사: 손자 보느라 바쁩니다. 손자 보는 게 큰 운동이고 일주일 두 번 쯤 테니스를 칩니다. 35년 테니스를 치고 있는데, 테니스는 ‘폭발’을 지연 시켜주는 역할을 해 줍니다. 목회 하다가 어려운 일을 만나면 주일 저녁에 ‘그만 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데, ‘월요일에 테니스 치고 그만 두자’ 라고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박은조 목사: 40이 넘어 서면서 느낀 게 부모님께 낙천적인 성격과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복을 물려받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게 큰 자산입니다. 박영선 목사님 말씀대로 운동은 폭발되기 전에 우리의 마음을 완화시켜 줍니다. 22년 테니스를 치고 있는데 일주일에 2-3번 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챙깁니다.

박은조 목사

설교는 아우성이다?

박영선 목사님과 박은조 목사님의 공통점은 본문중심의 강해설교로 교회를 개척하고 건강한 교회로 세운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이 서로 교제가 있었나요?

박은조 목사: 33세에 담임목사가 되었는데 그 때 박영선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개척 초기부터 박영선 목사님 설교를 매 주일 들으면서 목회에 적용했습니다. 「구원 그 이후」를 비롯해서 그 당시 박영선 목사님의 저서는 거의 다 읽었습니다. 박영선 목사님 설교를 통해서 본문을 해석하고 풀어나가는 관점을 많이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 할 기회는 없었는데 목회 초년병인 저를 테니스 치자고 불러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박영선 목사: 그 당시 저의 설교는 영적인 ‘아우성’이었습니다. 예수 믿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데 잘 안됩니다. 거룩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구원의 감격과 기쁨을 주셨을까? '구원 받은 것은 분명한데 왜 삶은 변화되지 않는가?'라는 질문 앞에 아우성을 쳤던 것이 그 당시 설교였습니다. 그 '아우성'치는 과정 가운데 만난 분들은 제 설교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았는데 박은조 목사님이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람데오닷컴과 특별 인터뷰 하는 박영선 목사

하나님의 자녀, 그 명예를 가지고 살자!

그런 아우성 속에서 제가 깨달은 것은 예수 믿는 성도의 정체성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지위와 명예를 가지고 하나님 자녀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은 자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은 ‘인생 속에서, 세상이 주는 도전 속에서 너는 내 자녀로 맞서보아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과 맞서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는 자격과 기회를 주셨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겨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져도 배울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다 실패했습니다. 다윗을 읽을 때 앞에 있었던 영웅 이야기로 만 읽어서는 안 됩니다. 다윗 이야기는 밧세바 사건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성경이 왜 그렇게 기록하고 있는가?를 묵상해야 합니다. 우리의 약점은 교훈적인 토막만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어떤 스토리의 앞뒤 정황 이라는 드라마 속에 텍스트가 들어 가 있는데, 성경 구절을 토막 내서 보기 때문에 성경 전체의 메시지를 듣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졌으면 졌다고 말해야 합니다

이런 토막 난 교훈에 붙잡힌 설교들이 난무했습니다. 교회 성장도 끝났습니다. 교회는 욕을 먹고 있습니다. 교회 조롱시대, 교회 수난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한국교회가 이겼다고 생각했을 때 한국교회는 졌습니다. 졌으면 뭐라고 해야 합니까? 졌으면 졌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 배워야 합니다. 토막 난 추상적인 교훈에 사로잡혔던 우리의 영성을 반성하고 우리의 패배를 통해서 참된 영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목사님 말씀처럼 설교에 대한 실망이 많아 보입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신앙성장에 도움을 주는 요소 가운데 설교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2017년 조사에서 개신교인은 신앙 성장에 도움 받는 것으로 ‘출석 교회 예배/목사님 설교’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42.7%), 그 다음으로 가족(16.1%), 신앙선배/동료(10.3%)등의 순으로 응답되었습니다. 2012년 조사 결과 대비, ‘출석 교회 예배/목사님 설교’에 도움 받는 경우는 대폭 줄어들었고, ‘가족’이나 ‘신앙선배/동료’를 통해 신앙이 성장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보고 되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설교에 담긴 하나님의 은혜가 역사합니다

박영선 목사: 설교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이런 것입니다. 폐결핵으로 죽어가는 조용기 목사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하셔서 목사가 되고 교회 성장을 일구었습니다. 그래서 목회자들에게 '조용기'가 공식이 되어 버립니다. 조용기 목사의 설교가 감동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설교가 감동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설교에 담긴 하나님이 은혜가 역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설교 이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망합니다.

설교가 무엇이냐는 근본 이해를 다시 해야 합니다. 설교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청중과 동일한 조건과 경험 그리고 지위에 있는 사람을 세워서 그 사람이 자발적으로 설교라는 방법을 통해서 하나님 편을 드는 것이 바로 설교입니다. 공감대가 있어야 설교입니다.

‘왜 제가 설교자 입니까?’ 라고 물을 때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 같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뻥치지 말고 하나님의 존전 앞에 서야 합니다.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 희생양을 찾아 욕하고 짓밟습니다. 남의 탓하지 말고, 남이 잘못한다고 하지 말고, 졌으면 졌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배우자고 이야기 해야 합니다.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그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이야기 합시다. 우리처럼 실패하고 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성경에 가득합니다. 그 성경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통째로 들려주자는 말씀입니다.

코람데오닷컴 편집장 김대진 박사가 박영선, 박은조 목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공이 네트에 걸렸다고 네트 치우자고 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여기에 보냈습니다. 이 시대에 보냈습니다. 거기서 구원하라는 말씀입니다. 목회와 설교를 공식화해서 풀고 싶어 합니다. 사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에서 배운 공식이 통하지 않는 문화와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이 시간과 이 공간에 두셨습니다. 어제, 오늘, 내일을 역어가는 시간 속에서 여기로 보냄을 받았는데 그것을 부정합니다. ‘내가 준비를 잘 했으면 이런 공간과 시간에 놓이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과거를 후회합니다. 혹은 ‘내가 잘 준비했는데 무엇 때문에 여기에 이런 공간에 있어야 하나?’라고 불평합니다.

그 시간과 공간이라는 조건 속에 하나님이 일하고 있음을 수용해야 하는데 그걸 억울해 합니다. 이는 마치 테니스 치다가 네트에 공이 걸리니까 네트 치우자, 라인 지우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라인과 네트가 없으면 테니스가 아닙니다. 오늘의 네트, 이 시대의 라인을 쳐 놓고 게임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력이 늘고 승리가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과 공간에 '자본주의'라는 라인이 있는데 자본주의 라인 지우고 '공산주의' 라인 치자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오늘 날의 네트와 라인에서 도망가려고 하지 맙시다. 주님께서 우리를 지금 여기에 두셨기 때문입니다.

박은조 목사: 사랑의교회, 명성교회, 순복음교회의 문제들 때문에 한국교회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나도 잘못했다고 지적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은혜샘물교회 강단에서 다른 목회자들의 잘 못을 지적하는 일은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답답해서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지만 ‘주님 앞에 우리 집이라도 제대로 짓자’라는 생각으로 설교했습니다. 고심하면서 품었던 생각인데 박 목사님 말씀 들으니까 크게 잘 못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성장이 우리를 망하게 한다

한목협 조사에 의하면, “목회자들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을 물은 결과 ‘교회 성장의 어려움’이 4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경제적 어려움’ 15.5%, ‘건강’ 10.3%, ‘노후 문제’ 7.6% 등으로 나타났으며, 12년 대비 전반적인 추세는 비슷하나, 건강과 노후문제에 대한 비율이 소폭씩 상승했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목회자의 고민거리에서도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즈음 목회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교회 성장의 문제입니다. 두 분도 이런 고민을 가지신 적이 있었는지요. 이런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박영선 목사: 교회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를 망하게 합니다. 교회는 성장 시키는 대상 아닙니다. 교회는 즐거워 할 대상입니다. 숫자 적은 것을 현실로 인정합시다. 성장 못한 것은 틀렸다는 거짓 공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나님이 굶겨 죽이지 않습니다. 목회자들 힘들고 어려운 것 잘 압니다. 사이드 잡(Job)해서 가족의 필요를 공급하세요. 그리고 주일 교회 갈 때, 나는 교회 가면 재밌고 즐겁다는 고백을 목사들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영선 목사와 인터뷰 참관하는 현창학 교수(합동신학대학원)

박은조 목사: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어서 그렇습니다. 결혼했다고 가족이 계속 많아지는 것이 아니듯이, 교회 성장이 계속 되는 게 아닙니다. 박영선 목사님 말씀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즐기듯이 교회를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교회 졌으면 졌다고 말하자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하나님의 큰 틀 속에서 지는 것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한국교회 조롱시대 수난 시대라고 하는데, 모든 조롱과 비난을 묵묵히 받으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한국교회에 필요함을 배웠습니다. 교회는 성장시키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며 즐거워 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 목사님의 대화 가운데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우리 모두에게 큰 용기를 주셨습니다. 코람데오닷컴 인터뷰에 응해 주신 두 분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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