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남아공 케이프타운 특별취재 2

작년 성탄절을 맞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이성구 목사, 이하 한목협)는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대표 이호택, Refuge pNan)를 방문해 난민들과 함께 성탄 예배를 드렸다. 놀랍게도 성탄축하예배 시간에 히잡을 쓴 여성 무슬림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사회, 무슬림과의 공존 이미 시작

2015년 현재 국내 체류하는 해외이주 무슬림은 14만3,500명, 불법체류 무슬림(2만1,000여명)과 한국인 무슬림 3만5,000명을 포함하면 국내 무슬림은 모두 2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문화부가 이슬람교를 아직 ‘기타종교’로 분류할 만큼 타종교에 비해서는 적은 숫자이다. 그러나 한국이슬람교중앙연합회가 조직된 1965년 3,700명에서 50년 만에 5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무슬림들은 외국인 밀집지역인 안산이 있는 경기에 가장 많은 3만3,300여명(30.5%)이 거주하고, 경남(14.4%) 서울(8.9%) 인천(6.6%) 등 공단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

케이프타운 전경

한국교회, 이슬람교 잘 모른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무슬림들에게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한목협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한‘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 보고서 (제4차 추적조사/횡단조사)’에 의하면, “이슬람교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3.1%,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편이다’ 24.7%, ‘별로 잘 알지 못하는 편이다’ 48.8%, ‘전혀 알지 못한다’ 23.4%로, 개신교인 10명 중 7명은 이슬람교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으로 응답됐다.”

한국사회는 이미 무슬림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마치 불교 유교와 공존하듯이 이제 한국교회는 이슬람과 공존해야 한다. 그러나 무슬림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아무런 준비도 없다. 유교, 불교, 샤머니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에 비해 이슬람은 너무 생소하다.

17세기부터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했던 남아공

기독교 국가 이면서 일찍부터 무슬림과 공존했던 나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아공(Republic of South Africa)이다. 남아공의 무슬림 유입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 인도네시아를 식민지화 했던 화란이 그 지역의 무슬림들을 노예로 이주 시키면서 시작되었다. 남아공 통계청(StatsSA)의 최근 총가구조사(2015년)에 의하면, 웨스턴 케이프(Western Cape) 주 종교인구 비율은 크리스천 87.8%, 무슬림 5.3%로 나타났다. 남아공 전체의 비율은 크리스천 86%, 무슬림 1.9%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파스칼톤 다양한 칼러의 예쁜 집들이 모여 있는 보캅 지역은 케이프 말레이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무슬림 거주 지역이다.

2018년 1월 8일부터 12일까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머물며, 크리스천과 무슬림의 공존의 모습을 엿보았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집단으로 이주된 무슬림들이 많이 산다. 피부로 느껴지는 무슬림 수는 5.3%가 넘는 것처럼 느껴진다. 길거리나, 음식점, 마트, 학교 등 어디를 가도 무슬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개종자들도 종종 보인다. 최근에는 흑인들이 거주하는 타운십(black township)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흑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타운십은 가난한 흑인들이 모여 사는 집단 거주 지역이다. 뉴욕에 할렘가가 있다면 남아공에는 타운십이 있다.

케이프타운 근교 흑인 거주 지역 타운십

그런데 이런 타운십에는 교회도 많다. 타운십에서 사역하는 현지 선교사들의 말을 빌리면 두 집 걸러 한 집이 예배 처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목회자로서 정규 신학 훈련을 받은 적 없는 사람이라도 교인들의 인정을 받으면 목회자(pastor)가 된다. 한국교회의 목사와는 다른 개념이다. 교인들을 돌보고 교회를 이끄는 사람들은 다 패스터이다. 한국교회로 치면 전도사, 강도사, 혹은 평신도 사역자라 할지라도 교인들을 돌보고 있다면 다 패스터이다. 동남아시아, 파키스탄, 인도 등에서 한국에 들어와 신학 공부하는 사람들도 자신을 패스터로 소개하지만 거의 대부분 목사가 아니다.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이유, 피난처를 찾아

아무튼 이렇게 교회가 많은 남아공의 타운십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남아공 통계청의 보고에 의하면, 미성년 성행위(early sex), 에이즈, 알코올중독, 가정 폭력 등으로 괴롭힘 당하는 타운십 흑인들이 그들의 '피난처(a refuge)'로 이슬람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역으로 말하면 타운십의 기독교는 이런 것들로부터 사람들을 잘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무슬림으로 개종한 크리스천 여성 아즈민

관공서에서 일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아즈민이라는 무슬림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크리스천에서 무슬림으로 1998년에 개종했다고 했다. 사직을 찍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의 남편에게 인터뷰 허락을 받았다. 그녀는 “내가 개종했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다른 무슬림들과 뭔가 달라 보였다고 얼버무렸지만, 그녀의 피부색으로 그녀가 전통적인 무슬림 출신이 아님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무슬림으로 개종하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냐?’고 물었다. 그녀는 더 평온해 졌다고 했다. 무슬림 여성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엄격한 분위기에서 억압받고 있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 데 당신의 경우는 어떠하냐고 물었다. 그녀는 편견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스스로 절제하며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 후로 그녀는 기자의 질문도 필요 없이 유창한 영어로 무슬림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마치 전도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좋은 종교 나쁜 종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며, 좋은 사람들이 종교를 좋게 만들고 나쁜 사람들이 종교를 나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케이프타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풍경,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신의 남편도 경건한 무슬림으로 살아가고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남편이 경건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천적 무슬림(practising Musilim)으로 산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당신도 실천적 크리스천으로 사냐고 물었다. 그녀는 명목상 크리스천들의 엉터리 삶에 실망해서 무슬림이 되었다고 항변하는 듯 차분하지만 힘 있게 기자를 설득하고 있었다. 이처럼 크리스천에서 무슬림으로 개종한 사람들은 비교적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아즈민도 그랬다. 

남아공에서는 야구대신 크리켓이라는 운동이 인기 스포츠이다. 남아공 크리켓 대표팀 웨인 파넬(Wayne Parnell)은 야구로 치면 강속구를 던지는 인기 투수이다. 크리스천 이었던 그가 22살 생일에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남성 무슬림들의 상징인 수염을 기르며 공개적으로 개종 사실을 드러냈다.

크리스천으로 개종한 무슬림 출신 베벤

그러나 무슬림에서 크리스천으로 개종한 남아공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자유로운 기독교 문화 사회인 남아공에서조차 무슬림에서 크리스천으로 개종한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얼굴 드러내기를 꺼린다. 제일 무서운 것은 가족들과 친척들이다. 그들은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인터뷰를 해도 익명으로 한다.

베벤은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남아공 국회에서 근무하는 국회 공무원이다. 그녀는 무슬림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성경을 접했다. 그녀의 부모가 집 근처의 카톨릭 고등학교에 그녀를 진학시켰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성경을 접한 베벤은 성경을 읽다가 하나님을 만났다. 그녀는 성경에서 만난 하나님은 코란에서 배운 하나님과는 전혀 달랐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을 만난 그녀는 지금 개신교인이 되어 어느 지역 교회 운영위원으로 섬기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의 삶 때문에 무슬림 가족들도 기독교에 호의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언젠가 가족들도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오기를 기도한다. 베벤처럼 무슬림에서 크리스천으로 개종한 사람들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시내 근처 모브레이(Morbray)라는 동네에 있는 모스코이다. 전통적 무슬림 마을이 아닌 지역에 들어선 모스코이다.

무슬림들의 정치적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그러나 기독교인이 90%에 육박하는 케이프타운에서 5% 정도 되는 무슬림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케이프타운 와인버그 여자고등학교(Wynberg girls' high school)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혜림 선생은 무슬림이 많은 지역의 학교들은 금요일 오후 1시면 모든 수업이 끝난다고 전한다. 무슬림들의 예배가 금요일 오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기독교 정신에 의해 세워진 학교들도 무슬림 학부모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라마단 같은 이슬람 절기에 방학을 한다. 모스코가 있는 거리는 금요일 오후 무슬림들의 불법주차로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경찰들도 속수 무책이다. 무슬림이 5% 정도만 되도 이 정도니 10%가 넘어서면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사회를 지배하려 든다는 말도 과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교회는 피난처인가?

크리스천과 무슬림이 공존하는 케이프타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결국은 말씀이다. 그 말씀대로 사는 삶이다. 가정폭력, 성폭력, 알코올중독, 에이즈 등과 같은 사회 문제들로부터 피하기 위해서 이슬람을 피난처로 삼는 남아공 흑인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교회는 대한민국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로부터 영혼들을 건져내는 피난처가 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피난처 있으니 환란을 당한자 이리오라”는 찬송처럼 교회는 개인의 악과 사회 악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어야 함을 크리스천과 무슬림이 공존하는 남아공 현장에서 배웠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