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2003년 4월 이른바 '관선' 이사가 파송된 직후 교단 움직임에 관해 썼던 글입니다. 그 때 저는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Calvin College 철학과에서 초빙 정교수 자격으로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중국 고대 철학 4시간, 서양철학 두 과목 각각 3시간, 일주일에 모두 10시간을 강의하느라 무척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연구 논문이나 다른 글을 쓸 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보>에서 몇 차례 시론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미루다가 아래 내용을 써 보냈습니다. 원고를 잘 받았고 바쁜 가운데 글을 써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곽삼찬 목사의 부탁으로 게재를 한 주 연기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결국 아래 글은 <기독교보>에 실리지 않고 말았습니다. 제가 써 보낸 글 가운데 유일하게 게재가 거부된 글입니다. 이미 3년하고도 몇 개월이 더 지난 글입니다. 당시를 회상하며 <기독교보>에 보냈던 원고 그대로 올립니다.      




                                           고신 교단의  세 가지 문제  
  
                                                     강영안
                                 (서강대 교수, 현재 미국 Calvin College 교수)
    
    관선 이사 파송에 따른 우리 고신 교단의 움직임은 눈물겹다. 교단적으로 회개운동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어떤 교회는 3억을 내어놓았다는 소식이 있다. 얼마 전 모인 임시 총회에서는 교회를 담보로 은행 빚을 빌려 부도난 200억을 갚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부산노회에서는 고신대 황창기 총장 목사직 면직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교단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겠지만 나는 최근의 몇 가지 흐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교회를 담보로 200억을 만들기로 한 임시 총회의 결의는 적절하지 않고 둘째, 황 총장의 목사직 면직은 잘못이며 셋째, 회개 운동을 하자고 말하지만 누가 무엇을 회개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먼저 교회 건물을 담보로 개교회에서 은행 빚을 빌려 빚을 갚는 일을 과연 총회가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원칙적인 물음이 떠오른다. 하지만 총회와 개교회 관계에 대한 교회론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은 논외로 해두고 지난번 임시총회 결정이 과연 적절한가 물어보자. 나는 그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각 교회에서 교회 건물을 담보로 몇 십억씩 빌려 당장 발등에 붙은 불을 끈다고 하더라도 원금 상환과 이자 지불을 누가 책임질 것이며 이로 인해 관련 교회가 부실해지고 공동체로서 심각한 분쟁과 파당을 조성한다면 그 결과는 개교회 뿐만 아니라 교단 해체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을 터인데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현재 사태는 김해 복음 병원 문제 처리에서 출발하지 않는가? 이것을 해결하지 못한 결과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불은 병원과 대학 안에서 끌 일이지 교단 교회로까지 퍼지게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번 일은 대부분 인정하듯이 병원 운영과 관련된 일이고 병원은 '수익 기관'으로 자리 매김 되어 있었다. 수익기관을 부실하게 운영한 결과 빚어진 사태를 개교회 협조를 얻어 해결하는 것은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다. 가장 좋은 일은 관리 능력이 없는 수익기관 자체를 정리하는 일이지, 임기응변으로 계속 소유권을 유지하는 일이 아니다.    

   황창기 총장 목사 면직을 부산노회에서 결의한 것도 잘못이다. 고신 교단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상황에서 황 총장의 책임이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황 총장의 목사직 면직을 부산노회에서 결정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해 나는 이 결정이 논리학에서 말하는 '무관성(無關性)의 오류'를 범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황 총장이 목사직을 수행하는 일에 어떤 문제를 일으켰다면 소속 노회에서 목사직 면직을 거론할 수 있을 터이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묻자면 그것은 대학 총장으로서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것이지 목사직 수행과 관련된 일이 아니다. 엄청난 일을 더구나 가까운 거리에서 겪고 있을 부산 노회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목사직과 총장직을 분명히 구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개운동에 관해 생각해보자. 교단적으로 회개운동을 전개하자는 데 누가, 무엇을 회개해야 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병원과 학교 운영을 잘못한 것에 대한 것이라면 병원 관계자들과 학교 관계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대 이사장과 이사들과 사채 등 여러 이권에 개입되어 득을 보던 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회개하고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었다고 보는 병원을 과거에는 '보물단지'로 본 것이 잘못되었다면 하나님보다 병원을 더 중히 여겨 우상을 섬긴 죄를 회개해야 할 것이고, 기독교 대학과 병원 운영을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 생각하면서도 교단의 수익 사업으로 생각했다면 그렇게 한 잘못에 대해 회개해야 할 것인데, 무엇을 회개하자는 것인지, 그것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고신은 지금 분명 사활의 기로에 서 있다. 고신의 선택은 단지 고신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회생할 것인가, 이렇게 그냥 쇠퇴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고신은 어떤 교단 보다 우상 숭배에 대해 민감한 교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사참배 반대를 자랑하고 단군상 건립 반대에 앞서는 동안 돈과 기관과 그로 인한 영광이 우리의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우상에는 관심을 쏟아도 우리 안에 있는 우상을보지 못했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자. 이 세상을 하나님께 복종시켜 정말 우리의 삶 전체에 하나님의 주권을 드러내는 일을 할 수 없다면 병원도 대학도 포기하자. 그리고 다시 복음대로 단순하게 살아보자. 그러면 고신 교단은 잃은 자 같으나 얻은 자가 될 것이고 죽은 자 같으나 산 자가 될 것이다. 이 때 하나님께서 고신 교단을 다시 들어 써 주시기를 소망해 보자.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