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은태 목사님은 신대원 35기로 필자와는 동기시다. 최목사님은 78세인데도 현역이었다. 공식적인 은퇴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개척한 교회를 맡아줄 후임자가 없어 주일 설교를 계속하고 있었다. 지난 해 5월 동기 모임에서 두 부부가 함께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진 것이 동기들과는 마지막이었다.

35회 동기(동기회장 권경호 목사)회에서 조문하며 위로예배를 드리고 김상수 목사가 축도하고 있다.

최목사님은 동기 모임 후 6월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후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목사님은 치료 받기를 거절했다. 맡을 사람이 없는 교회가 걱정이었던 때문이다. 연세도 있는데다 수술을 해도 완치를 장담할 수 없고 그 길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죽느니 차라리 마지막까지 교회라도 지키자는 마음에서였다.

주일 설교는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였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끄집어내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 주일 한 주일을 버텼다. 목으로 음식을 삼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몸은 그야말로 뼈와 가죽이 맞닿아 있었다.

그렇게 10개월을 견뎌왔다. 그리고 지난 3월 4일 주일 아침 사모님은 목사님이 기어이 교회에 가시겠다고 하여 옷을 입혀 드렸다. 주일설교는 해야 한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저 차에 가서 시동을 걸었다. 목사님의 좌석을 조금이라도 덥히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목사님이 나오지를 않는다. 사모님은 웬일일까 걱정하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더니 옷을 입은 채 소파에 그냥 앉아 계셨다.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그 옆에 앉으면서 “힘들어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목사님은 사모님의 어깨위로 목을 떨구면서 그대로 영원한 잠을 청하셨다.

마지막인 호흡이 가까운 것을 인식하고 말씀은 못하게 되었으나 마지막 까지 곁에서 함께 했던 오랜 친구를 마지막이라도 보고 가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그리고 사랑했노라는 정표로 아내의 어깨에 기대고 숨을 거두신 것이다.

주님이 부활하신 주일 아침에 그는 거추장스런 육신의 옷을 벗고 영원한 나라에서 부활의 영으로 다시 눈을 뜨고 주의 얼굴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받은 사명 감당하였다고 보고하였을 것이다.

수도권에 있는 동기들이 지난해 5월에 함께 모인 자리에서 함께 했던 최은태 목사(윗줄 좌에서 두번째)

돈을 모으느라 온갖 거짓말을 다하고 사기를 치면서 노욕을 부리던 어떤 사람들과는 다르게 가난하였지만 그리고 작은 교회지만 맡기신 사명 감당하기 위해 마지막 주일까지 지키려했던 그는 이제 썩지 않고 변하지 않는 몸으로 다시 살아 하늘의 상급을 받을 것이다.

오늘 그의 가족을 위로 문상하면서 동기들이 오히려 큰 위로를 받았다. 그의 삶과 죽음은 목회자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비록 많은 조문객은 없지만 그의 죽음을 기쁘게 받아 주실 분이 계심을 믿는다. 그렇게 우리를 받아주실 한 분이면 천하를 다 얻은 것 같이 충분하다. 우리도 잠시잠간 후면 그리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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