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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3): 원어 활용의 실제적 원리-분해(parsing)와 구문(syntax)
서상근 목사(제자들교회 담임/건강한교회연구소 연구원)

앞글에서 학자가 아닌 설교자로써 성경 원문을 활용하는 방법 중 사전 활용의 원리를 생각해 보았다. 이것 외에도 설교자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지만 두 가지만 더 소개한다. 단어의 생김새와 문장의 생김새이다. 우리가 흔히 분해, 혹은 파싱이라고 부르는 작업과, 구문론이라고 부르는 영역을 통해서 이를 살펴볼 수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얼굴 표정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듯이, 동일한 의미를 가진 단어나 문장이라 해도 그 형태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정보를 전할 수 있다. 이 정보들을 찾아 설교에 반영할 수 있다면, 그 설교는 분명 보다 깊고 풍성함을 담은 선포가 될 것이다.

1. 분해(parsing)

‘툼레이더’같은 류의 영화를 보면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안다고 해서 바로 그 보물이 자기 것이 되지는 않음을 본다. 이때 필요한 것이 그 안에서 진짜 보물에 도달할 수 있는 키, 즉 열쇄와 해독 기술이다. 분해를 여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분해’는 원어를 대하는데 가장 매력적이지만 또 그만큼 골치 아픈 작업일 수 있다. 알파벳도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분해’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기술 발전이 이런 고민에 도움을 준다. 분해된 성경도 출판되었고, 분해 정보를 제공하는 웹싸이트, 프로그램, 모바일 어플 등, 아마 마음 먹고 주변을 찾아본다면 금방 자신에게 합당한 도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지 결과적으로 설교자에게 필요한건 파싱(parsing) 정보다. 이 파싱(parsing) 정보는 설교자에게 본문의 깊은 의미들을 풀어낼 수 있는 열쇠 꾸러미와 같다. 열쇠를 찾았으니 해독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문법이다. 대부분의 경우, 설교를 위해서 두꺼운 문법책을 외거나 매번 뒤질 필요는 없다. 경험상 실제 A4 2-3장 정도의 요약본이면 설교자가 파생된 단어의 뉘앙스를 반영할 수 있었다.

파싱의 한 예로, 디모데후서 3장 14절은 유명한 구절이다.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는 선명한 명령이 있어 교육과 관련된 집회에서 애용되는 본문이다. 한글로 3대지를 잡으면 ‘배우라’, ‘확신하라’, ‘거하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원문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문장에서 주동사는 “거하라”는 현재 능동태 명령형이다. 현재 명령형이기에 계속적으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준다. 그리고 “배우고 확신한”은 둘 다 부정시상 분사형이다. 그러면 ‘배우고 확신하고 머물러라’는 명령이 아니라 ‘배웠고, 확신했던 것들 안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으라’가 된다. 즉 디모데에게 교육 과정을 제시하거나 그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바울이 없이 에베소라는 힘든 사역지에서 목회자로써의 자아가 흔들리고 있는 디모데에게 과거를 되새기며 외조모와 어머니에게서 배운, 그리고 바울에게서 배웠던 그 교훈들을 지키며 흔들리지 말라는 명령인 것이다. 이 경우 대지를 잡으면 1. 사역자에게는 고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12), 2. 그러나 주님은 사역자를 고난 가운데서 건지십니다(10-11), 3. 이를 위해 사역자는 주님의 말씀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14) 정도가 될 수 있겠다.

남아공 스텔렌보쉬 화란개혁교회 Mother Church 의 강단 모습

2. 구문(syntax)

사전과 파싱까지만 해도 이미 설교의 내용과 깊이는 확 달라졌을 것이지만, 혹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원어의 구문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성경 원어는 문장의 어순이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잘 아는 예로 강조하고 싶은 단어를 문두로 내는 것이다. 명사문장은 동사문장과 구별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런 특징들은 한글로 번역되는 가운데 다 사라져버려 한글 성경만 보면 어순이 강조하는 바를 놓치게 된다. 그렇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 역시도 이미 한국어로 출판된 히브리어 구문론, 헬라어 구문론이 있으니 설교를 준비할 때 옆에 두고 있다가 해당되는 구문이 나올 때 참고서처럼 펼쳐 보기만 하면 된다. 그 외에도 히브리어는 독특한 액센트 체계(분리/연결 액센트)를 가지고 있다. 이는 문장 안에서 의미단위를 나누거나, 주제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 평행법적 표현 도 알고 있으면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경험상 파싱과 구문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빈도가 높은 내용들은 자연스럽게 암기가 되는 유익도 있었다.

설교자는 신학생과 달리 히브리어, 헬라어의 언어와 문법 자체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 없다. 이미 배운 경험이 있다면, 이제 관련 자료들을 활용해 본문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면 충분하다. 이것은 관심의 문제이며, 도구의 문제이다. 관심과 도구만 갖추어지면 우리도 얼마든지 원문을 담아내는 설교, 원문을 설명하고 증명하며 적용하는 설교자가 될 수 있다. 2차 자료나 예화로 설교를 구성하는 것에 목매지 않아도 설교자가 원문의 샘에서 얼마든지 직접 길어낸 생수로 교인들의 심령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눅 7:1-10은 예수님이 백부장의 하인을 고치시는 이야기다. 예수님이 백부장의 믿음을 아주 칭찬하신 내용인데, 보통 이 본문을 설교하면 백부장의 믿음이 어떠했기에 예수님이 그렇게 크게 칭찬하셨는지에 초점이 잡힐 것이다. 그러면 본문에 나오는 백부장의 믿음을 추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3절부터 나오는 백부장의 행동과 7절에 나오는 백부장의 말을 연구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께 직접 나아가지 못하고 유대인 장로들을 대신 보내고, 친구들을 대신 보내는 모습에 하나의 교훈이 있을 것이다. 이는 7절 상반절에서 정리된다.

문제는 7절 하반절이다. 예수님이 직접적으로 칭찬하신 근거가 되는데 한글 성경에 원문의 디테일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면이 있다.

ἀλλ’ εἰπὲ λόγῳ, καὶ ἰαθήσεται ὁ παῖς μου.

ἀλλα는 앞의 흐름과 대조관계를 형성하는 접속사이다. '그러나', '오히려'라는 의미지만 화용적 관점에서는 '그러지 마시고' 정도로 볼 수 있다. 즉 '굳이 자기 집까지 오는 수고를 하지 마시고'가 된다. 그리고 εἰπὲ λόγῳ는 같은 의미가 중복되어 있다. 물론 이렇게도 자주 사용하지만 본문에서 굳이 εἰπὲ만 해도 될 것을 λόγῳ를 넣었으며, 더구나 여격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다. 많은 영역도 say the word나 say in a word로 번역해서 이 구문을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역하면 '말로 (말)해주세요'가 되고 화용적으로 이해하면 '말 한마디만 해주시면 충분합니다'가 될 수 있다.

"낫게 하소서"는 생각할 내용이 더 많다. 비잔틴 사본은 '내 하인이 나을 것입니다'라고 전하고, 일부 비평 사본들은 '내 하인은 나았습니다'로 전한다. 이중에서 무엇이 원본인지는 학자들이 찾을 것이다. 설교자는 이 둘을 설명하면서 공통점을 강조하면 안전한 해석을 할 수 있다. 다수 사본 기준으로 본문의 뉘앙스를 살려보면 ‘그러지 마시고 그냥 한마디만 해주셔도 제 하인은 나을 것입니다’가 될 것이고, 비평 사본 기준으로 보면 ‘한마디만 해주시면 이미 제 하인은 나은 것입니다’가 된다. 어떻게 보더라도 확신의 고백처럼 보인다. 이는 한글 성경처럼 요청만으로 보는 것보다 더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설교 하루 이틀하고 말거라면 굳이 이런 내용들을 알 필요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굳이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주님이 멈추라 하실 때 까지 우리의 설교 사역은 계속될 것이다.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 매주, 매일 반복되는 설교인데, 그동안 나의 설교는 횟수만 늘어날까, 아니면 바르고 깊은 설교로 자라고 있을까를 고민해본다. 말씀 전문가의 권위는 강단의 높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말씀의 깊이에서 나오므로, 성경을 주신 그대로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나만의 도구들을 갖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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