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 작품 앞에서 / 김기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장식된 꽃들이
화려한 자태로
웃음 흘리고 있지만
잘려나간 줄기 속에 감추어진
눈물을 보는 이는 없습니다
더 화려하고 더 아름다우며
더 멋지게 꾸며지기 위해
도려내고 난도질당한
칼의 춤
그 잔인한 흔적들
예쁘게 보이기 위해
더 조작되어져야만 하는
찬란한 눈속임의 몸짓
사랑도 이와 같아서
서로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순간
아름답게 보일 수는 있어도
끝내는 서로를 기만하는
잔인한 가면유희 같은 거
그대여
눈으로만 그려내는 사랑에
만족하지 않기로 하고
귀로만 들려오는 애정을
우리 서로 탐닉하지 않기로 하기
가장 가난한 자리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소담스레 핀
들꽃처럼 살고 지기로 하기
우리 서로에겐
오직 고운 향기로만
말하기로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