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다녀오는 길
유월의 뙤약볕은 녹록치가 않은데
울 아버지는 전쟁을 치르셨다
어릴 적 아버지 얘기는 죄다
전쟁 얘기뿐 이였기에 지겹기만 했는데
엊그제 뉴스로 알게 된 국가유공자 자격
군번도 모르는데 이름자 석자만으로
이십 수년 전 천국 가신 아버지 병적을 찾으려니
유월의 뙤약볕만큼이나 버겁다
천신만고로 찾아낸 기록은
이것도 저것도
아귀가 맞지 않는데
병무청 직원의 배려 덕에
어렵사리 수정하고 병적증명서를 받았다
배웠다는 나도 이토록 힘든 서류작업일진대
일자무식 울 아버지 세상살이 너무도 힘들었을게다
그래도
그런 분들 예전엔 많으셨다고 위로하는 직원의 말이
그 옛날 아이스께끼 장수의 외침만큼이나
상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