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앙 그 전과 후

                                                                                                 최한주 목사(서울시민 교회)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50km 정도 되는 곳에 웜스(Worms)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로마 황제 칼 대제가 마르틴 루터를 소환해서 종교배판을 하였던 곳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당시 위세를 떨치던 로마 카돌릭이 루터가 비텐베르그에서 종교개혁을 선포한 직후 개혁의 불길이 번져나가는 것을 꺾기 위해 위력을 발휘하여 루터를 소환하였다. 그러나 루터는 종교재판정에서 그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오직 하나님이 나를 도우시리라”고 외쳤다. 전 유럽에 개혁주의 교회가 세워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러므로 종교재판 후 오히려 개혁의 물결이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결국 진리가 승리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사역을 하면서 이 웜스에 한인들이 몇 가정 있어서 구역예배를 위해 종종 갔다. 개혁자들의 후손들이 루터의 개혁을 기념하기 위해 웜스 시 중앙에 당시 루터를 소환하여 재판하였던 자리를 헐고 작은 공원을 만들고 그 중앙에 루터의 개혁을 기념하는 동상을 건립하였다. 지금도 이곳을 찾는 수많은 믿음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런 개혁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루터를 기념하는 동상은 일반 동상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일반 동상은 유명한 한 사람의 동상을 세워 기념한다. 그러나 루터를 기념하는 동상은 그렇지 않다. 루터를 중심으로 수많은 동상들(群)이 모여 있다. 여러 사람의 동상이 있을 뿐 아니라 도시의 이름이 새겨진 동상도 있고 여러 주(州)와 성을 대표했던 성주의 동상과 여성의 동상도 함께 세워져 있다. 특이한 동상 무리를 통해 루터의 종교개혁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어떻게 확산되었는가를 가르쳐 준다.

  이 동상들은 세 부류로 나눈다.
  첫째/ 개혁 전 동상들/ 루터의 개혁에 영향을 준 개혁자들의 동상
      사보나롤라와 후스와 같은 종교 개혁 전 개혁자들의 동상들이 있다. 이들은 루터가 종교 개혁을 하기까지 신앙과 신학에 큰 영향을 준 개혁자들이다. 이들이 가르쳐 주는 것은 개혁은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단숨에 생겨진 것도 아니다. 앞서 일어나 영향을 준 개혁자들이 영향을 주고 또 후진들이 영향을 받으므로 개혁의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종교개혁 전 개혁자들이 일어나 단명으로 끝난 것을 많은 사람들은 실패한 것 같이 보지만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의 영향이 없었더라면 결코 개혁은 이루어 질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둘째/ 종교 개혁할 때/ 루터의 개혁을 도운 지역과 사람들
      루터가 종교 개혁을 선포했을 때 수많은 생명의 위협이 있었다. 로마 카돌릭의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던 시대임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루터가 종교 개혁을 선포하고 신앙을 담대하게 굽히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위험을 홀로 피할 수 없었다.
  이 때 루터를 도운 성주와 도시들이 있었다. 작센주를 비롯하여 수많은 지역의 주와 성주들이 루터의 종교개혁을 도왔다. 이들의 주와 이름들이 기록된 동상들이 있다. 칼과 방패가 되어준 주(州)가 있었는가하면 재정을 담당해 준 성주와 사람들이 있었다.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 주었다. 때로는 숨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과 절망에 빠졌을 때도 있었지만 이들의 위로와 용기를 통해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행할 수 있었다.
  개혁은 진리를 위한 것이지만 그 개혁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육체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도움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뿐 아니라 위로와 용기를 주는 도움도 필요하다. 이것이 합쳐서 영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

  셋째/ 개혁 후/ 루터의 개혁을 이어간 도시들
      둘러 선 여러 동상들 틈에 여성 동상이 있다. 그 동상에 스파이어(독일의 도시 이름)와 같은 도시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동상들은 대단히 큰 의미를 주는데, 루터가 종교 개혁을 선포한 후에 처음으로 개혁교회를 세워 개혁의 깃발을 세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도시다. 이들이 교회를 세우지 않았다면 루터의 개혁은 말에서 그쳐졌을 것이다. 이들이 용기를 얻어 개신교회를 세우므로 개혁의 불길이 독일과 유럽 전역으로 번져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루터의 동상군(群)이 의미하는 것은?
  개혁은 홀로 외치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개혁 전 개혁자들과 같이 개혁을 하도록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뿐 아니라 개혁의 역사를 이루기 위해서는 직접 혹은 간접으로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힘으로 물질로 그리고 신앙의 용기를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며 나아가서 개혁을 실행에 옮기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여성 동상이 의미하듯이 개혁을 지지하는 교회를 세우므로 지속적인 불길이 되게 하는 용기 있는 후진들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개혁 전, 개혁 시 그리고 개혁 후 연합된 활동이 철옹성과 같았던 로마 카돌릭을 꺾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훌륭한 선배들이 남겨 준 신앙의 유산 속에 자라왔다. 수많은 순교자들이 있다. 출옥성도들이 있다. 이들에게 영향을 받아 순교적인 신앙전통 위에 교회가 세워졌다. 특별히 고신 교단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교회는 이 흐름에 이상이 생기고 있음을 숨길 수 없다. 아무도 영향을 주려하지 않고 또 양향을 받으려 하지 않는 신앙의 흐름의 단절이 넓어지고 있다. 끊임없이 순교정신만 외치다가 지쳐버린 사람들 같다.
  누구에게 무엇이 문제인가? 거대한 맘모니즘과 맘모스를 파먹기 위해 무리지어 달려드는 까마귀 떼들로 말미암아 하늘이 어둡다고 탄식하는가? 중세 로마 카돌릭과 같은 너무나 엄청난 세력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가?
  하나님은 캄캄한 아합 시대에 엘리야를 찾고 캄캄한 중세 시대에 루터와 칼빈과 쯔윙글리를 찾으시듯이 개혁에 영향을 주고받는 용기 있는 사람을 찾으신다. 현재 우리의 상황을 나와 상관없는 마음으로 즐기지 말고 개혁을 향한 시대의 부름에 도움과 용기를 주는 자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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