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20여년간 목회하는 동안 집회를 위해 세계 곳곳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그러면서 진리처럼 확인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 흩어져서 사는 민족이 우리나라이고, 둘째는 한인이 있는 곳에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교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찍이 주전 8세기께부터 세계로 흩어져 살게 된 유대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이 가는 곳마다 세웠던 회당을 연상케 한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흩어짐을 뜻하는 헬라어로 조국을 떠나 세계 각처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숫자로는 5500만의 화교나 1000만의 유대인보다는 적지만 무려 세계 178개국에 700만의 동포들이 흩어져 살고 있다. 남북한을 합하여 세계 인구의 1.1%에 지나지 않는 나라가 쇄국에서 개방된 지 불과 100여년 만에 전 세계의 가장 많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신비한 뜻이 있다고 본다.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통해서 복음의 터를 닦았다면,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를 통해서는 세계 선교의 피날레를 이끄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한인 디아스포라는 수면 하에 9할이 잠긴 빙하처럼 우리 민족의 자산통계에는 크게 잡히지 않지만 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거대한 광맥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는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한다는 속담처럼 각 지역의 거점인(據點人)들을 발굴하여 서로의 에너지가 선순환적 상승작용을 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은 세계 선교의 대미를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이 꿈을 가지고 있다. 이 일을 위해서는 먼저 소위 각 지역에서 내공을 쌓은 인재들을 찾는 것과 아울러 그들이 가진 엑기스를 전세계의 리더십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를 넘어 국제적인 차원에서 세계 교회사적인 흐름을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성경의 위대한 인물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났던 디아스포라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의 민족사와 구원사를 다시 썼던 요셉과 다니엘, 모세와 느헤미야, 신약에는 바울과 바나바가 있고, 한국 교회는 도산 안창호를 꼽을 수 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세계의 역사는 적극적인 이민자들에 의해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다"고 말한다. 미국 9·11 사건은 더 이상 서구 선교사로는 세계 선교의 마지막 과업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한민족의 디아스포라에 다시 눈을 떠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전세계 178개국에 흩어져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는 세계 선교의 마무리를 위해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비밀병기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선교의 마무리를 위해서 우리는 믿음의 푸른 꿈을 꾸어야 한다. 초라한 제자들에게 세계 선교의 원대한 비전을 주신 예수님을 생각한다면,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이 꿈으로 가슴이 설레지 못하는 것은 신앙의 산송장과 같다. 아무쪼록 전 세계의 한인 디아스포라를 신앙으로 네트워킹하고, 여기에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새벽의 영성과 복음의 순수성을 접목시킴으로써 하나님의 나라가 폭발적으로 임하는 그날을 우리의 뜨거운 가슴으로 품을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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