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당 실체 보도 외면 엉뚱한 질문만...통일교 관련성 '나 몰라라'

이 시대 대한민국 최고의 종교권력은 아무래도 통일교다. 교세로 보면 개신교와 천주고 불교 등에 미칠 바는 아니지만, 일인 중심 종교집단 특유의 결집력과 자금력을 감안하면 전혀 허튼 소리는 아니다.

통일교의 자금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는 여의도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인 LG그룹 사옥 쌍둥이 빌딩 바로 옆의 여의도 22번지 1만 4000평 부지에 통일교 본부 건물로 쓰일 72층 건물을 짓는데 1조 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통일교는 또 국내에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평 일대는 이미 통일교 왕국화되었으며, 전남 혁신도시와 여수 화양단지에도 엄청난 땅을 갖고 있다.

기독교인에게 일명 ‘기도하는 손’으로 알려진 여의도 63빌딩이 기독교의 눈부신 성장을 상징하고 있지만, 몇 년 후 완공될 72층짜리 통일교 본부는 63빌딩을 눈 아래 굽어보며 기독교인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깔아뭉개버릴 것이다.

통일교는 국내에만 20여개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으며, 문화 예술 레저 스포츠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기독교인은 통일교를 매우 혐오하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일교가 주최하는 축구 경기나 발레 공연을 보면서 통일교 기업이 생산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그리고 통일교가 주인인 용평 스키장에서 겨울을 보내고 수안보 호텔에서는 온천을 즐긴다.

이제 기독교인은 TV에서 통일교 정치인이 참 가정 운운하며 통일교 교리를 떠드는 소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통일교를 기반으로 창설된 평화통일가정당은 245개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고, 주로 문선명 교주의 최측근으로 구성된 비례대표 후보진을 구성했다.

통일교 후보 중에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통일교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한다. 가정당은 적어도 자금력과 인원 동원력에 있어서 한나라당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총선 정국에서 가정당의 존재는 언론 매체에게 있어서 흥미를 끌 뿐만 아니라 당연히 검증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가정이 행복한 나라’가 본질적으로 뜻하는 바를 심층적으로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수많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모두 가정당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기독교에 대해 서슴없이 회초리를 들던 MBC의 ‘PD수첩’이나 ‘뉴스후’ 같은 프로그램 역시 침묵했다.

통일교의 핵심사상은 문선명․한학자 부부를 참부모로 떠받들고 그를 중심으로 이상향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합동결혼식이라는 전대미문의 행사를 통해 교세를 확장시켜왔다. 통일교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말하는 ‘행복한 가정’이 얼마나 일반 사람들의 상식과는 차원이 다른 전제 속에서 출발하는지 알 수 있다.

   
 
  ▲ MBC 뉴스데스크가 4월 7일 평화통일가정당 곽정환 총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러나 4월 7일 MBC의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저녁 9시 뉴스데스크의 가정당과 관련된 뉴스는 마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가정당의 곽정환 총재에게  기자가 던진 질문은 “비용도 만만치 않고 그럴텐데 혹시 시간하고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이다.

가정당 사람들에게 돈과 시간은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찌보면 이번 총선은 통일교가 합법적으로 자신을 광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런 상황을 기자가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있었다면 무언가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대한민국 언론은 통일교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공존을 모색하는 것처럼 보인다. 통일교는 30년 전부터 언론과 교육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통일교 장학금으로 공부한 언론인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민국 언론은 통일교의 눈에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SBS 교양 프로그램 ‘열린TV 시청자 세상’에서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던진 한 마디다. 그는 지난 4월 5일 SBS 총선 보도 태도를 비평하면서 “민주노동당의 기반이 민주노총이라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알아야 하듯이 평화통일가정당의 기반이 통일교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은 알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성한표 씨는 더 할 말이 많이 있었던 것 같지만 어쩐 셈인지 이 프로그램은 급하게 방송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가정당과 관련된 MBC 뉴스데스크 보도보다 더 우스운 것은 기독교가 통일교와 맞서기 위해 기독당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과거 조용기 목사가 <세계일보>와 맞선다면서 <국민일보>를 만든 것은 이에 비하면 양반 축에 속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도 기독교가 자신을 그렇게 못 믿어주나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국민일보>가 통일교와 맞서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기독당의 미래 역시 기대할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정말 통일교를 막아야 한다면 MBC를 비판하기 위해 5대 일간지에 광고한 것처럼 가정당의 배후가 통일교라는 사실을 5대 일간지와 MBC에 광고하는 게 나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일반 국민들처럼 총선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기독당은 물론 가정당의 실체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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