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회장, 사단법인 여명 이사장, 바른교회 아카데미 이사장, 본지 발행인)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나라다. 특히 민주화는 근년에 와서 꽃을 피우고 있다. 민주화라고 하면 보통 언론의 자유와 국민이 지도자를 직접 선택할 자유를 갖게 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계속 발전하여 “갑질”로부터의 자유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몇몇 나쁜 고객들의 종업원들에 대한 갑질이 문제가 되더니 지금은 금수저들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갑질이란 인격적으로 너무나 수준 낮은 사람들이 스스로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며 거들먹거리는 일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새 신발만 신어도 폼을 잡았고, 선물로 받은 작은 장난감 하나로도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우쭐거렸다. 어릴 때의 이런 유치한 감정을 어른이 되고 난 후에도 그대로 가진 사람들이 많다. 돈을 많이 가졌다고, 윗자리에 앉았다고, 인기가 있다고, 아는 게 많다고 거들먹거리며 사람들을 무시하고 횡포를 부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요즘 또 하나 국민들에게 강하게 다가오는 갑질 중 하나는 권력의 그것이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다수의 국민들을 등에 업고 법을 휘두르며 ‘권세를 잃고, 지지를 잃고, 고개 숙인’ 소수의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일이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되고 난 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적폐청산” 사업(?)은 이제 권력 잡은 자들의 갑질로 변질돼가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웬일일까?

뭔가를 계속 들춰내고 먼지를 털고 잡아 가둔다. 혐의가 있다고 여겨지면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어떤 혐의가 있어 조사하다가 그것이 무혐의로 나타나면 그때부터는 그 사람의 모든 생활과 활동을 다 털어 조사하여 기어이 구속해서 요절을 내고 만다. 그들은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라는 성경 말씀을 팁으로 삼는지도 모르겠다. 전에는 “물대포” 등으로 시위대를 위협하며 진압했다. 지금은 “법대포”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필자가 젊었던 시절 그때 중앙정보부 직원들의 갑질이 왜 생각나는 것일까?

민중의 힘도 그렇다. 민중의 힘이 정의롭게 나타날 때는 민주화의 위대한 동력이 되지만 패거리가 되어 나타날 때는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갑질이 될 수 있다. 요즘 갑질한 재벌그룹의 오너들이 인민재판을 당하고 있다. 검찰청 마당에 세우고 소나기 내리듯 사진을 찍고 피켓을 흔들며 욕하고, 집에 앉아서는 악성 댓글로 분풀이하고 스트레스를 푼다. 환호하며 손뼉 치는 후원자들이 막강하다. 그래서 누구라도 한 번 걸리면 요절이 나고 심지어 부관참시까지 당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갑질도 갑질로 갚으면 안 된다. 갑질은 범법행위라기보다 주로 비인격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다. 따라서 비인격적으로 나타나는 바보들의 갑질은 인격적이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교정해나가야 한다. 모든 걸 법으로 다스리려 하면 결국 무리가 생기고 교정되기보다 원한과 상처만 남을 수 있다. 곧 법의 갑질이 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특히 정부가 이런 갑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갑질 없는 시원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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