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모양새가 흥미롭다. 칼날 같은 공천사정 바람에 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가지들이 이름도 기괴하게 다시 뭉치더니만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 정치생명을 잃은 것 같았던 이들이 상당수 회생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던 우남(雩南)의 말과는 달리 흩어져도 사는 법은 있는가보다. 또한 항간에서는 물론 속셈은 서로 다르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화해와 통합을 열망하는 분위기이다. 사분오열되었던 정가는 다시 거대한 헤쳐모여를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렇게 뭉치고 흩어지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구약에는 하나됨과 흩어짐에 대한 좋은 타산지석이 있다. 바로 바벨탑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로 인류는 온 땅에 흩어져 서로 다른 언어를 갖고 살게 되었다. 욕심과 교만으로 똘똘 뭉쳐 도시를 만들고 바벨탑을 쌓았던 인간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강제로 흩어졌다.

그러나 바벨탑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로 단결하느냐 여럿으로 흩어지느냐는 것이 아니다. 하나됨과 흩어짐은 일방적으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해석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하나로 단결하는 것이 축복도 될 수 있으며 저주도 될 수 있다. 만일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고 교만과 불신앙으로 가득 찬 인간의 모둠을 건설할 목적으로 단결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다. 반면에 하나님을 모시지 않고 이기심 때문에 따로 떨어져 산산조각으로 흩어진다면 그 역시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다.

기독교인은 하나님을 경배하고 하나님의 뜻에 겸손히 순종하기 위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혹시라도 함께 모여 하나님의 뜻보다는 인간의 교만과 욕심, 파당심을 앞세우는 잘못을 범치 않기 위하여 흩어지는 것도 잘 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참된 성도는 잘 모이면서도 잘 흩어지는 성도이다. 언제나 하나님과 진리와 생명, 정의와 사랑을 위해서 뭉칠 때는 뭉치고 흩어져야 할 때에는 흩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좋은 교회는 하나님의 뜻하신 바른 목적을 위해 흩어지고 모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런 교회는 순풍에 돛단 듯 순항을 계속할 것이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나온 이기심과 파당심을 위해 뭉치고 흩어진다면, 그런 교회는 하나님께서 바벨탑을 허물 듯 파선하실 것이다. 어찌 교회만 그러하랴! 모든 공동체가 그렇다. 아무리 뭉치는 것이 좋고 흩어지는 것도 좋다 할지라도 참되고 바른 목적이 아니라면 수천 수만 번의 이합집산이 무의미할 뿐이며 해악이다. 교만과 욕심으로 점철된 바벨탑은 결코 하늘에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합종연횡을 눈여겨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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