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수 목사, 사물 묵상 칼럼

 

서동수 목사는 하늘목장 교회 개척을 준비하며 SEQ 기독교 세계관 큐티 발행인으로 젊은이들을 위한 온라인 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사역하고 있다.

이사 했습니다. 8월 뙤약볕에 이사했습니다.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요긴하게 쓰는 것이 있습니다. 주머니칼입니다. 평소엔 다소곳이 있지만 필요할 때는 가슴에 품었던 칼을 뽑아 간단하게 일을 처리하게 하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저는 어려서 할아버님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할아버님은 늘 주머니칼을 가지고 다니셨는데 이것저것 자를 때뿐 아니라 고구마를 깎아 드시거나 심지어 손톱 발톱 소지를 할 때도 사용하셨습니다. 늘 낫을 갈 때 주머니칼도 함께 갈아서 날카롭게 날을 세워 두셨습니다. 나중에는 날이 닳아서 움푹 들어갈 때까지 사용하시곤 했습니다.

할아버님은 1900년생이셨는데 일본 강점기와 공산 치하를 건너오면서 두세 번 끌려가 돌아가실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주머니칼이 요긴한 탈출 도구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할아버님은 남자는 늘 주머니에 칼과 불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주머니칼을 자주 가지고 다닙니다. 사실 편리하기도 하고요.

저녁이 되어서 주머니를 정리해 책상 위에 올려놓는데 주머니칼이 보였습니다. 그걸 보면서 '누구나 가슴에 칼 한 자루는 있는 법, 내 속에는 어떤 칼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 마음 다른 한 편에서 분명하고 확실한 대답이 들립니다. 제겐 말씀의 칼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히브리서 4:12)

오늘은 칼을 벼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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