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특별 기고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031-201-3893, 010-9043-1753, bjchung@khu.ac.kr

원자력,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에너지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어떤 것은 나쁘고 어떤 것은 좋고 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이러한 장점과 단점을 조화롭게 사용해서 이득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은 '번성하라'는 것이고 과학자들은 이 계명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주신 지력으로 하나님이 숨겨놓으신 진리를 하나씩 찾는 것뿐이다.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데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다가 보니 황폐해지고 석탄과 석유를 잘 쓰고 있었는데 기후온난화라는 문제가 생기고 하니 이때를 대비해서 하나님은 원자력이라는 막대한 에너지를 숨겨놓으셨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국민 의견 물었나?

작년 연말, 탈원전 정책이 충실히 반영된 제8차 전력수급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많은 전문가가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다. 지난 달 한수원은 비밀리에 이사회를 개최하여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와 천지1·2호기와 대진1·2호기의 건설사업을 종결하기로 의결하였다. 신한울 3·4호기는 인허가가 난 부분도 있어서 시간을 갖고 면밀한 검토를 하겠다고 하였으나 최근 한수원은 ‘신규원전사업정리실’을 신설하여 신한울3·4호기 건설 백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신한울 3·4호기는 이전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되어 국책과제로 추진되던 사업이었다. 2016년 3월 한국전력기술(주)와 종합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2017년 2월 산업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다. 70%이상의 부지를 매입하였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전 주요기기 제작에 착수하였다. 부지매입을 제외하고도 6천억 원 이상이 지출된 사업이다. 두산중공업 그리고 한전기술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포함하면 6천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이는 1조6천억 원이 투입되었던 신고리5·6호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신한울3·4호기에 대해서도 건설재개 여부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물을 필요가 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수행된 찬반 양측이 합의한 문구에 의해서 체계적이고 공정하게 수행한 설문조사의 결과에서는, 최초의 설문에서부터, 건설재개 의견이 9.0%가 많았다. 최종 설문에서는 이 차이가 19%로 늘어서 압도적인 차이로 건설이 재개되었다. 이는 이미 국고가 투입되어 건설되고 있었던 사업은 지속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시민참여단의 판단이었다. 뿐만 아니라 처음 설문에서부터 원전을 유지하거나 확대하자는 의견이 4.8%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민의 의견이 탈원전이 맞는지 확인했어야 한다.

탈원전 정책, 40년 기술과 시장 황폐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백지화된 천지1·2호기, 대진1·2호기를 포함하면 총 5조원의 매출손실을 입게 된다. 2,000여 중소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정부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시장상황이 일순간에 완전히 헝클어진 것이다. 40년간 축적된 기술력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지금 울진은 비가 새어도 수리하지 않는 주택이 한둘이 아니다. 신한울3·4호기 건설을 바라보고 주민들이 빚을 내어 지은 임대주택이 텅 비어 버렸다. 건설 관계자들이 울진을 떠났기 때문이다. 울진 주민들은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건물에 비가 새도 고치지 않는다. 고쳐도 임대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적고 도세가 적은 울진이라고 해도 이렇게 국민을 울게 해서는 안 된다.

지난 1년여 동안, 신고리5·6호기 공론화 때 했던 말들의 진위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한전은 10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입고 있으며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수요를 낮게 잡았다는 것도 확인되고 있다. 국토는 급속도로 황폐화되고 있다. 숲을 깎고 호수를 덮어 태양광 패널을 깔고 있는 것이다.

영국, 체코, 사우디아라비에서 추진 중인 우리의 원전수출은 UAE에서 보여준 기술자들의 책임감, 사업성과,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난항을 겪고 있다. 엊그제 보도된 바와 같이,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정부는 영국 정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협상의 본질은 달라진 것이 없고 사업모델을 바꾸는 것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해명했지만 이것은 우리 정부에 분명한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지도 그 원인으로 새정부 출범과 신임 한전사장 임명을 ‘불확실성’으로 꼽고 있다. 영국에서 윌파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히다치의 경우, 영국 메이 총리와 사장의 면담을 통해 원전 건설비 절반에 대한 영국의 자본투자를 끌어냈다. 반면에 우리는 열심히 영국사업을 하겠다는 조환익 사장을 영국 다녀온 지 이틀만에 교체해 버렸던 것이다. 또한 조환익 사장의 이임사에도 나타난 바와 같이 우리 한전이 새 정부 들어서 적자회사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사실들은 우리 정책의 지속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믿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에너지 수입은 2016년도 809억불에서 2017년 1095억불로 35% 늘었다. 이는 달러 당 1100원을 곱하고 365일로 나누어 하루치로 환산하면 매일 2500억 원어치 수입하던 에너지를 3300억원 수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대학의 원자력공학과 졸업생들은 취직이 되지 않고 있다. 희망을 잃고 있다. 성실하게 기술을 축적해온 원자력인들과 울진주민은 지금 정부의 정책이 이리 급변해도 좋은 것인지 묻고 있다.

원전 없는 전력수급계획, 국가 경영 위태

며칠간 폭염을 통해,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수요를 적게 예측한 것이 드러났다. 올해 최대전력으로 예측했던 것이 86.1 기가 와트였으나 7월 24일 92.6 기가와트에 도달한 것이다. 이렇게 낮게 잡은 기준점에 전력수요 증가 또한 제7차 전력수급계획의 2.2%를 1.3%로 낮추었으니 앞으로는 더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전력수급계획은 지금 수립한 것이 수십 년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전건설을 백지화하고 전원개발 부지를 해지하는 등의 급할 것도 없는 행정행위는 서둘러 결정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범위를 넘어선다. 따라서 지금 결정하더라도 나중에 회복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국가경영의 자세가 아니다. 또한 신한울3·4호기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현 상황을 소상히 알리고 건설재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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