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마다 총회는 부총회장 등 임원후보들의 선거운동으로 시끄러워진다. 이 선거운동은 교회의 최고지도자들로 하여금 출발부터 하나님과 교회 앞에 죄를 짓게 만드는 필요악이 되고 있다. 교회의 직분은 교회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부르시고 세우신다는 신앙고백을 무시하고 자신의 당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우선 불경스러운 일인데다 일단 경선이 시작되면 불의하고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야 하는 경우를 벗어나기가 불가능하니 이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다소 아쉬움이 있더라도 총회임원들이 경선 없이 선택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다수 총대들의 바람이다. 한 때 어떤 교단들에서는 제비뽑기라는 기계적인 방법으로 부총회장을 뽑기도 했다. 고신에서는 목사 부총회장의 경우 신대원 졸업 기수별로 돌아가면서 한 사람을 천거하고 총회가 이를 확정하는 방법으로 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한두 번 총회는 매우 조용하고 깨끗하게 임원선거를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들도 있었다. 기수별로 추천해서 선거를 하는 경우라면 총회가 투표를 해야 할 의의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해서 뽑힌 총회장에게 무슨 권위가 있겠느냐는 불경스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그렇게 단독 출마로 선거를 하니 투표하는 일이 재미가 없다는 수준 이하의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교회에서의 투표는 흥미나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건하게 해야 하는 거룩한 일이다. 하나님의 뜻을 찾아 이를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직접적인 부르심을 우리는 내적 부르심이라고 한다. 이 하나님의 내적인 부르심은 교회의 외적인 부름으로 확인된다. 그래서 교회에서 직분자를 세우는 일은 그야말로 “성무성사(聖務聖事)”에 속하는 일이다. 그리고 직분자에게 권위를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 사람이 아니다. 국가에서는 국민의 지지가 권세를 주지만 교회의 주권자는 그리스도시고 그가 각인에게 은사를 주신다.

올해의 고신총회 선거는 조용한 가운데 은혜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모든 임원들이 단독 출마다. 특히 관심이 많은 부총회장 후보들이 목사·장로 둘 다 단독 출마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던 목사·장로들이 서로 양보한 모양이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서로 겸손으로 허리를 동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목사·장로들의 의식이 크게 변화되고 있다는 증표가 아닌가 싶다.

사무총장후보는 네 사람이다. 사무총장은 실무직이다. 특별한 권한도 명예도 없는 봉사직이다. 이번에 나온 후보들은 면면이 다 좋은 분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교단 교회들이 이들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총대들이 이들을 알고 기도하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회직분은 명예도 권세도 아니다. 그야말로 섬김의 봉사직이다. 그런데 서로 총회장 하겠다고 나서면 섬김의 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으뜸이 되고자하는 마음이 서로를 주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것이 분위기로 형성되기 시작하면 교회는 세속주의로 쉽게 전락해버릴 수 있다. 어디서나 직분자가 청지기정신(stewardship)을 잃어버리면 그 직분자는 트러블 메이커가 되고 공동체는 순식간에 세속화되고 만다.

고신은 작은 교단이다. 그래도 교회의 거룩함을 지켜보려고 몸부림쳤던 역사적 배경을 가진 교단이다. 그러기에 순수성을 지켜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교단이다. 하나님과 형제들 앞에서 겸손하며,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양보하는 은혜로운 풍토를 만들어 가자. 총회장의 경력이 천국에서 무슨 영광이 되겠는가. 반면에 총회장 하겠다고 선거운동을 다니며 잘못한 일들은 천국에서 큰 수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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