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영렬 作이다. (송길원 목사의 부탁으로 개똥벌레를 찍었다.)

반딧불이가 가져다 준 아침  /송길원

 

하루도 빼먹지 않고 찾아오는 어둠
어둠은 무섭다.
숲속, 길거리, 안방.... 꼭꼭 닫아둔 서랍장까지 찾아든다.
스며들지 않는 곳이 없다. 온 세상을 지배한다.
어둠은 서럽다.
해가 서산에 걸리면
아픔은 더 아파지고 외로움은 더 외로워
눈물이 눈물을 삼킨다.
삼킨 눈물은 또 다른 눈물로 피어난다.

 

어둠이 찾아오면 세상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어둠은 절망이다.
이제 손을 놓으라 한다. 어둠은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어둠 앞에 고개를 숙이고 어둠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
어둠과 맞서 싸우는 존재가 있다.
겨우 500~600 나노미터의 파장으로
0.5~1초의 시간으로
어둠과 맞장을 뜬다.
저항하라 저항하라 저항하라.

 

개똥벌레란 촌스런 이름도 아랑곳 않는다.
중과부적도 개의치 않는다.
성충이 되어 이슬만 먹고 산다는 반딧불이(firefly)
아니 어둠과 홀로 싸우려는 저 용기를 거룩하다 할 밖에
맞서라 맞서라 맞서라.

 

노란색 주황색 파란색 남색....오로라의 군무(群舞) 앞에 어둠이 숨 죽였다.
홀로인 어둠이 어찌 여럿을 이기겠는가?
어둠도 안다.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것을.
드디어 아침햇살이 어둠을 내몬다.
광명의 세상이 온다.

 

아침햇살은 애벌레서 성충으로 성충에서 아침으로 부활한 반딧불이다.

아침이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를 가리키는 단위로 고대 그리스어의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다. 1나노미터는 대략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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