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그 푸름으로 마당을 지켰던 단풍나무가 듬직했습니다. 큰 그늘이 되어 뙤약볕으로부터 피난처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날이 선선해지면서 새치처럼 붉은 잎이 몇 생기더니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자 제법 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맘때가 되면 마당 쓸기가 즐거워집니다. 온도도 적당하고 살랑거리는 바람도 적당히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침 새벽 기도를 마치고 전등을 끈 뒤, 마당을 씁니다. 쓸다 보니 낙엽을 쓸기가 아까웠습니다. 밤새 낙엽이 마당을 너무 예쁘게 꾸며 놓았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나뭇잎만큼 흔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잎이 없이 어찌 하늘의 생기를 받아 나무가 기운차게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릴 수 있겠습니까. 잎이 없이 그늘이 있으며, 잎이 없이 꽃이며 열매를 먹일 수 있겠습니까. 여름 숲은 잎의 천국입니다. 하늘을 닮은 온갖 잎들이 하늘을 수놓고 숲의 생명을 먹여 살립니다.

가을이 되어 떨어지면서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땅을 찬란하게 꾸며줍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땅속에 묻혀서도 나무를 위해 자기 세포 한 점까지 거름으로 내줍니다.

요즘 늙기 싫어서, 나이 들기 싫어서 보신에 운동에 미용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자기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름을 치열하게 찬란한 삶을 살던 낙엽은 가을에도 아름답습니다. 가을에 아름다운 낙엽은 죽어서도 복됩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묵묵히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 낙엽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뜻대로 시절을 좇아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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