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 서동수

 

바람이 흔들자

깃발이 웃는다

 

바람을 흔들며

깃발이 말한다

 

나 여기 있다고

나를 보라고

이게 나라고

이게 진짜 나라고

 

비가 오고 나니 바람이 붑니다. 겨울을 예고라도 하는 듯, 가을을 다 몰아내려는 듯 바람이 마지막 남은 감나무 잎들을 흔들어 떨어뜨립니다. 나뭇잎 뒤에 숨어 있던 빨간 홍시들이 파란 하늘에 걸려 흔들립니다. 바람 소리가 시끄러워 책을 덮고 창밖을 봅니다. 저 너머 건물에 걸려 있는 깃발이 펄럭이며 자기 무늬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축 처져 있던 깃발이 바람을 만나 신나게 춤추고 있습니다.

우리도 고난이라는 칼바람을 만나면 자기 바닥을 드러냅니다. 평소에는 감추고 있던 자기 본 모습이 다 드러나게 되지요. 물론 우리 믿음도 바닥이 드러나고 맙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고난의 바람을 보내서 우리 믿음의 깊이를 가늠해 보십니다.

요즘 다들 힘듭니다.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들은 그들대로 불안하고 두렵기는 한가지입니다. 그러나 이 힘든 시간이 나를 어떤 모습으로 펄럭이게 할지 스스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욥처럼 다니엘처럼 예레미야처럼 십자가의 예수님처럼 순전한 십자가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라”(벧전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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