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들이 예루살렘 성묘교회의 발굴을 시작했을 때, 교회의 지하 벽에서 붉고 검은색의 배 문양 그림과 그 밑에 'DOMINE IVIMUS'라고 쓰인 라틴어 문장을 발견했다. 이 문장은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인 시편 122편의 시작 부분으로 "주여, 우리가 갔습니다"라는 뜻이다.

신앙의 출발지인 하나님의 성전을 향해 올라간 후, 우리는 하나님께서 지시하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즉 과거를 향해 발길을 옮기고, 다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과거로부터 전통을 되살려 미래의 환경에 적합하도록 다시 최적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낭만적인 기억 속에 남아있는 황금기를 되찾자는 뜻이 아니다.

이것은 이레니우스가 말한 것처럼 교회의 소중한 역사를 '재현(Recapitulation)'하고, 데이비드 트레이시가 표현한 것처럼 '회복(Retrieval!)'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오리엔티어링을 위해서 교회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전통을 신뢰(trust)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먼저 전통과 악습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교회를 살리는 전통은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전통주의에 빠진 사람들의 생각과 제도는 교회를 질식시키는 악습이 되기도 한다. 예일대의 교회사학자 야로슬라브 펠리칸은 전통이 죽은 이들의 산 믿음이라면, 전통주의는 산 사람들의 죽은 믿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전통주의는 악습이 되기 쉬운 것이다. 이를 피해야 한다.

둘째, 전통을 이식(Transplant)해야 한다. 성령의 역사는 과거를 새롭게 창조한다. 예수님께서 세상을 새롭게 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모든 문화와 공동체를 위해 이 시대에 맞는 복음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 이웃과 공동체에 복음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변형이 아니라 이식이라는 것이다. 만일 새로운 변화가 본질을 변질시켰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다는 진리를 바탕으로 이식돼야 한다.

셋째, 전통에 추진력(Turbocharge)을 더해야 한다. 전통이 신뢰를 얻고, 이식되었다면 이제 여기에 추진력을 더해야 한다. 이는 과거에 귀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다. 그리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문화의 폭풍 속에서 몸을 움츠리거나, 뒷걸음치거나, 침몰하는 교회를 원치 않으신다. 거센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엔진의 힘이 필요하듯 교회는 신뢰를 얻어 이식된 전통에 추진력을 더해 미래로 힘차게 달려가야 할 것이다.

번역·정리=김영래(스피릿벤처미니스트리스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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