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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1주년 기획기사> 죄지적과 죄침묵 사이에서 선 한국교회종교개혁 관점에서 본 죄고백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 2018 한국인의 종교생활 의식조사 1998~2018)을 살펴보다 구원의 확신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를 접했다.

“귀하께서는 그리스도를 개인적인 구주로 영접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개신교인의 78.0%, 천주교인의 47.3%가 ‘영접했다’고 응답하였다는 보고이다. 개신교인의 영접률은 2004년과 비슷했으나 천주교인의 영접률은 20% 이상 감소했다.

그리스도 영접 여부

그런데 “귀하께서는 현재 구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계십니까?”라는 구원의 확신에 대한 질문에서는 개신교인의 66.3%, 천주교인의 68.8%가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다. 천주교인의 경우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는 응답이 47.3%였음에도 불구하고 구원의 확신은 68.8%에 이르렀다. 개신교인의 경우는 78.0%가 그리스도를 영접했다고 응답했지만, 구원의 확신은 오히려 줄어서 66.3%에 불과하다.

천주교인이 그리스도 영접과 상관없이 구원의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면 개신교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원의 확신 문제에서 천주교인보다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스도를 영접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한 죄의 문제에 관한 것일까?

구원에 대한 확신

신앙과 일상생활의 일치 정도를 묻는 말에 개신교인의 51.8%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04년에 38.4%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에 비해 대폭 증가한 것이다. 반면 천주교인은 37.1%만이 신앙과 일상생활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개신교인의 경우 그리스도를 영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앙과 생활의 불일치 즉 죄 문제에 대한 갈등이 천주교인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죄 문제에 있어서 천주교인은 (비성경적이긴 하지만) 고해성사(신부에게 개인의 죄를 고백하고, 속죄의 적절한 처방을 구함)라는 출구가 있다.  그러나 개신교인의 경우는 어떠한가?

'죄지적'과 '죄침묵' 사이에서

어느 교회에서 중직자가 피치 못할 출장을 가다가 그만 접촉사고가 났다. 부목사가 심방을 갔는데 “목사님 저의 입원을 교회에 알리지 마세요!”라고 심각하게 말했다. 주일날 여행가다가 사고가 났으니 나를 얼마나 욕하겠냐고 절대로 알리지 말아 달라는 말이었다.

죄를 지적하는 교회에서는 죄를 자복하기보다는 숨기기 쉽다. 자신의 약점을 커버해야 하고 자신을 방어해야 하고 꾸미고 위장해야 하는 모임이 되기 쉽다. 여전히 죄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자신의 죄를 회개하기보다는 남의 탓을 하고, 환경과 조건을 탓하며, 남의 죄를 지적하기 좋아한다. 신학적으로는 소위 행위구원, 율법주의, 공로주의의 성향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이규민 교수의 논문 "루이스 쉐릴(Lewis Sherrill)의 코이노니아와 우리들교회의 큐티목회 철학("THINK")에 관한 분석적 고찰"을 참조해서 만든 도표.  2018.10.21자 코닷 기사 "코이노니아, 하나님-자신-이웃-피조세계의 관계회복 위해 죄고백 필수" 참조

반면에 ‘죄 문제는 절대로 언급하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교회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죄를 지적하는 경향을 가진 교회와는 정반대로 치우쳐서 죄에 대해서 언급을 회피하는 교회이다. “다른 사람 정죄하지 말아라. 당신도 죄인 아니냐 우리가 다 죄인이니까 예수님이 필요한 것 아니냐!” 이런 분위기에서는 죄에 대해서 설교도 안 하고 서로 이야기도 안 한다. 죄에 대해 침묵하는 교회이다. 죄 문제는 그대로 덮고 넘어가야 한다. “용서받았으니 죄에 대해서 더이상 언급하지 말자.” 아파도 안 아픈 척하고 곪아서 썩고 있어도 치료할 생각을 안 하고 그저 화장품만 발라주는 격이다. 구원파는 아니지만, 예수 믿었으니 이제 죄 문제는 언급하지 말라는 구원파적 구원관을 가지고 있는 교회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일부 한국교회는 죄지적과 죄침묵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죄 문제는 성도 개인에게만 맡겨 놓은 모습이다.

종교개혁과 죄고백

오늘은 종교개혁 501주년 되는 날이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자들은 이 죄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을까?

먼저 종교개혁자 루터는 죄고백을 훈육 차원에서 강조했다. 총신대 전 총장 정일웅 교수에 의하면 “루터파 교회는 교회훈육의 관점에서 개인의 참회(죄 고백)는 성찬 참여의 허용과 관련하여 개인의 삶의 변화와 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믿음과 신앙지식에 관한 것들의 확인을 위해, 목사가 개인의 죄고백(Privatsbeichte)을 청취하고 죄용서의 확신을 심어주게 하였다.”

칼빈에게 있어서도 죄고백은 참된 회개의 불가피한 구성요소였다. 칼빈은 기독교강요 초판(1536년) Ⅴ. B. 23. 에서 공개적으로 죄고백을 하라고 말한다.

칼빈 초상화

"우리는 누구에게 고백해야 하는가? 단연코 그 분께 한다. ... 이 고백을  자기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긍휼을 선포할 필요가 있을 때면, 언제라도 고백하기 위하여 말을 준비하고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더우기 그는 자기 마음의 비밀을 어떤 사람에게 한 번 귀속말로 속삭이고 마는 것이 아니고, 종종 공개적으로 온 세상이 듣도록 진심으로 자신의 부족함과 주님의 위대함을 아울러 이야기할 것이다"(존 칼빈 기독교 강요 1536년 초판 완역 크리스챤다이제스트)

또한 기독교강요 3권 4. 10. 12. 등에서 영혼의 치료와 사적인 죄를 연관 지어 이해하며 죄고백을 들어주어야 할 자는 목사라고 분명히 밝힌다. 정일웅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칼빈은 죄를 누구에게 고백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그 고백을 들어주어야 할 대상은 목사임을 밝힌다. 목사는 고백하는 자에게 죄가 용서됨의 확신을 고백자에게 심어주어야 하는 위로자의 직책을 맡은 것으로 이해하였다(마태복음16:19,18:18,요한복음20:23). 중요한 것은 목자와 고백자 사이에 상호충고와 상호견제역할이다. 즉 목사는 죄용서의 증인이며, 보증자의 책임을 부여받은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죄 고백’(시32:5,시51:단9:5,요1서1:9)은 칼빈에 따르면, 참된 회개의 불가피한 구성요소로서, 그리고 참된 회심의 결정적인 요소로서 마음의 고백을 강조하였다.”(정일웅, 종교개혁자 코메니우스, 죄고백과 건강한 신앙공동체)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목사는 용서자가 아니라 죄 고백자의 확신을 위해, 회개와 중생(죄용서)의 은혜에 대한 하나님 앞에서의 증인과 보증자의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칼빈은 기독교강요, 3권1-6장에 느혜미아9:1-4, 레위기16:21이하, 사무엘상7:3-12, 야고보5:16절 등을 언급하며 사적 죄고백의 성경적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종교개혁자 코메니우스, 죄고백과 건강한 신앙공동체 참조)

요약하면, 종교개혁자들은 죄고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특별히 칼빈은 죄책 고백을 공중 앞에서 행하도록 제네바교회의 예배 가운데 ‘죄책 고백’(Offene Schuld) 순서를 넣었다.

한국교회, 죄고백 어떻게 하고 있나?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상황은 어떤가? 죄지적과 죄침묵 사이의 방황을 이길 방법은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처럼 '죄고백'이다. 지난 22일~25일 우리들교회 판교채플에서 열린 제9회 목욕탕큐티목회 세미나에 가보았다. 죄고백하기로 유명한 우리들교회 담임 김양재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교인들이 죄를 지면 왜 교회를 떠나야 합니까? 죄의 문제를 해결할 곳은 교회뿐인데 고난 당하고 환란 당하면 교회를 떠납니다. 왜 그렇습니까? 복음의 본질을 놓쳐서 그렇습니다.”

제9회 목욕탕큐티목회세미나 현장

예상과는 다르게 김양재 목사는 죄 오픈하고 간증하면 교회 망한다고 일갈했다. 김 목사는 “죄에 대한 구속사적 이해가 없이 사람을 모으기 위한 죄 오픈과 간증은 이단들의 방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말씀으로 기초가 세워지지 않으면 죄고백이 불가능하다고 시종일관 강조한다. 김 목사는 우리들교회가 죄를 오픈해서 부흥한 게 아니라고 다음같이 전한다.

“진짜 부흥은 인본주의에 대한 절망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엎드려지고 성령의 다스림을 받는 그 영혼이 하나님 앞에 죄를 고백할 수 있다. 사람이 할 수 없고 하나님이 만져주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진정한 회개 없이 간증하면 안 된다. 죄고백은 또 다른 면죄부가 아니다. 죄고백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반응이다. 내가 죄인임을 아는 사람이 구원받은 자다. 죽은 자를 살리는 것보다 자기 죄를 보는 것이 더 어렵다.”

김 목사는 “죄보다 강력한 말씀이 죄를 다스릴 때 죄고백이 가능하다”며, “강력한 구속사적 해석으로 선포되는 말씀이 죄고백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말씀을 지속적으로 묵상함 없이는 죄 오픈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양재 목사는 우리들교회를 주님 오시는 날까지 지속하는 게 본인 목회의 목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를 통해 구원의 역사, 영혼 구원의 역사가 계속되기를 원할 뿐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자신은 처음부터 교회를 세울 목적으로 큐티하지 않았다며, 그저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 큐티모임을 시작했는데 하나님께서 교회로 세워주시고 사용하셨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구속사적 말씀 묵상과 강력한 구속사적 설교가 죄를 고백하게 하고 영혼을 구원한다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simple and deep) 메시지를 던졌다.

김양재 목사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는 우리들교회의 목회를 이끌어가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어 보였다. 2014년 10월부터 시작된 목욕탕 큐티목회세미나에 지금까지 800여 개 교회, 1700여 명의 목사, 사모, 장년부 리더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의 교단별 통계를 알아보았더니 놀랍게도 예장 합동 측 목사들이 가장 많았다. 장로교(합동) 325명, 장로교(통합) 293명, 감리교 173명, 침례교 215명, 순복음(예하성) 139명, 장로교(백석) 113명, 순복음(기하성) 85명, 장로교(고신) 83명, 독립교단 82명, 장로교(대신) 36명, 장로교(합신) 25명 순이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어떤 고신 목사를 만났다. 세미나 참석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성경 중심’ 목회의 실제를 보는 것 같다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구속사적 성경해석, 구속사적 설교, 말씀 묵상, 회개 등이 키워드로 등장한다. 다만 이런 귀한 신학 전통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목회에 적용할 것인가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작년 이맘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많이 바빴던 기억이 난다. 바빴던 행사를 뒤로하고 이제 종교개혁의 본질에 관심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죄지적과 죄침묵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아 ‘어떻게 죄고백을 회복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이다. 복음의 본질이 회복될 때 한국교회도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진  wisestar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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