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 종교인들이 반발하는 이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양심의 자유로 인정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결정에 새삼 논란이 뜨겁다. “누군 양심이 없어서 군대 가나?”라는 반발도 크다. 종교인들의 반발은 더 크다. 사이비종교가 아니라면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지 않은 종교란 없다. 그런데 특정 종파들이 이를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자유(?)를 보장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게 국가가 허용해준 것은 잘못이다. 양심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한편으로 그 영역이 너무나 넓고 다양하여 그것들은 공동체의 규범을 만드는 기준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개인이 공동체의 규범을 벗어나는 자신만의 특별한 자유를 누리려면 그만한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여호와 증인이나 말일성도재림교 등은 자신들의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가는 것도 불사하였다. 일반인들이 이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은 선한 일일 수 있지만 이를 법으로,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첫째는 각인의 양심의 자유를 어떻게 다 보장해준단 말인가? 둘째로 그들의 자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자유가 침해를 당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겪었고, 이후 남북이 대치상태에서 항상 위기를 느끼며 살아야 했다. 따라서 병역 의무는 누구에게나 커다란 짐이었고 회피하고픈 책임이었다. 그래서 당사자들도 그 부모들도 방법만 있다면 여기서 벗어나 보려고 몸부림을 쳤다. 어떤 이들은 아예 도망하여 숨어버리기도 하고, 몸을 상하여 기피 거리를 만들기도 하고, 권세를 이용하여 비교적 안전한 복무환경으로 배속을 받기도 하는 등등의 일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위의 수단과 방법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매우 이용하기 좋은 합법적 수단거리가 생겼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그것이다. 아마 앞으로는 여호와 증인이나 말일성도재림교 등에는 가짜(?) 교인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런 종교단체들이 그 자유를 담보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들을 군대 보내지 않을 수 있다면 당분간 그런 종교단체들에 소속되는 일에 뭐 그리 큰 양심의 가책을 느끼겠는가? 또 종교가 아니더라도 무조건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단체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개인적으로라도 양심상 “나는 군대 가서 사람 죽이는 훈련받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 양심의 사실 여부를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는가?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일은 민주사회가 가진 귀중한 정치 철학이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의 거듭나지 않은 양심 - 소수자의 양심이든 다수자의 양심이든 -을 어떤 경우라도 절대시할 수는 없다. 개인의 자유는 종교적인 신앙에 의해서든, 이웃의 유익을 위해서든 어느 정도 유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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