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 / 수필가, 서울영천교회 원로장로, 에피포도 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수상, 고려문학상 대 상 수상, 에세이집 「고향의 강」, 크리스챤 한국신문 발행인,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역임, 한국교회평신 도지도자협회 대표회장 역 임. 고려문학회 회장 역임. 본지에 기고되는 나의주장,은 순수한 기고자의 주장임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벌써 10여 년 전 대만(타이완)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가장 인상 깊게 돌아본 곳이 국립중정기념관(대만민주기념관)이다. 대만 국민의 영웅 장개석 총통을 위한 기념물이다. 아름답게 조경이 잘 된 언덕 위에 세워진 거대한 대리석 건물인 기념관은 대만 국민의 자랑이며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우아하고 장대한 정원에는 정자, 연못 등이 배치되어 있고 넓은 광장은 아침마다 시민들이 모여 자유롭게 춤을 추고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25톤 정도로 큰 장개석 총통의 동상이 본관 앞에 시내를 바라보고 세워져 있다.

중정기념관 정문은 우아한 명나라 식 아치로 되어있고 양측 두 개의 고전적 건물은 각 각 국립극장과 콘서트홀이 있어 대만 국민의 역사와 문화의 요람이 되고 있다. 기념관 본당의 높이는 70미터이며, 중화문화의 품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외부는 청색과 회색의 색깔로서 이 색들은 자유와 평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기념관 전시실은 장개석 총통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으며 그의 생애에 관한 기념품 등이 전시되어 있고,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원수, 유명 인사들과의 기념사진 등 외교 자료와 기념품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Chiang Kai-shek Memorial Hall, 중국의 전 (前) 대통령이었던 장개석 (Chiang Kai-shek)을 기념하여 지어진 랜드 마크이자 관광 명소 (대만관광청 제공)

우리들과 함께한 일행 중에 지금은 작고(作故) 하셨지만 한남대학교 이원설 교수, 정연택 장로님과 중정기념관을 돌아보며 그 규모와 전시공간에 감탄하면서 “아!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도 건국기념관이나 건국대통령 기념관이 없다.”고 하면서 아쉬움을 가졌다. “우리가 귀국하면 교수님을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주도하여 건국대통령 기념관 건립운동을 펼쳐 봅시다.”라고 다짐하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다. .

우리 대한민국은 역대 대통령 기념관 하나 없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기념하는 ‘건국대통령기념관’도 없다. 이는 아마도 정치적인 갈등과 옹졸한 이해타산에 사로잡혀 해야 될 일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그 시대마다 역사의 한 모퉁이를 담당하여 이 나라를 세우고 국력을 키워온 인물들이다. 그들이 남긴 역사적, 문화적, 또는 외교적인 기념품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지만 이러한 것을 한 곳에 모아 보존하는 공간이 없이 방치되어 흩어지고 유실되어 가는 것을 생각하면 심히 안타깝기만 하다.

대만의 중정기념관을 다녀와 이러한 정신을 일깨운다는 마음으로 수도권의 장로님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건국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의 사저(私邸) 이화장(梨花莊)을 방문하여 관람하였다. 이화장은 건물 자체를 비롯하여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이승만 대통령의 유물들이 많이 보관되어 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이화동 사저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이화동 1번지 한양도성 낙산 기슭에 위치하였고,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6호로 지정되었다가 이후 사적(史蹟) 제 497호로 승격되었다.

해방 후 망명지인 미국에서 귀국한 이승만 박사가 안정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불편한 생활을 하는 것을 알게 된 사업가 권영일 등 33인이 돈을 모아 1947년 이 가옥을 매입하여 기증했는데 이때부터 이화장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박사는 이곳에 살면서 정부수립운동을 전개하여 대한민국 초대 국회의장에 당선되고, 이어서 초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1948년 경무대로 이사하였다. 대통령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가끔 이곳에 들러 정원과 뒷산을 산책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가옥의 구조는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살던 본관, 내각을 구성하고 조각을 발표했다는 조각당(組閣堂)이 있으며, 1985년 이화장의 효과적인 보존 관리와 유족들의 생활을 위해 건축한 생활관이 있다. 그리고 1988년 8월 15일 건국 40년을 기념하여 국내외 동포들의 모금으로 건립된 ‘우남 리승만 박사 상’ 동상이 정문 입구에 세워져 있다. 이후 본관은 1988년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 기념관’으로 개관하여 역사자료 및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평소 사용하던 가구 및 유품을 전시 해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대통령이 집무했던 방과 침실,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남긴 주방과 옷가지 등 유품들이 잘 보존되지 못하고 점점 유실되고 퇴색해 가는 것을 보았다. 뿐만 아니라 이승만 박사가 독립운동에서부터 조국의 광복과 임시정부 시절에 이르기까지 그의 애국심이 담긴 기념사진과 편지, 외교문서들이 여기저기 정리하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값진 기념품들이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정리 보존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음은 정부와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박사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는 “정부나 단체의 지원이 전혀 없어 유지관리가 되지 못하고 건물과 기념품들이 낡고 허술하게 보존이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반성하고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대만을 함께 다녀온 교계인사들과 이화장을 관람한 장로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초대 국회 개원 당시에 이윤영 의원(목사)에게 기도를 시켰고, 서울 정동감리교회 장로였다는 점을 들어 한결같이 이제 우리 기독교인들이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데 크게 공감하고 하루속히 이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우리는 5천년 역사 가운데 정통성 있는 대한민국 정부를 건국한 제1공화국의 건국기념관을 건립하는데 전 국민적인 힘과 뜻을 모아야 한다. 미국은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링컨 기념관등 역대 대통령의 기념관이나 박물관이 곳곳에 세워져 세계의 많은 인사들이 찾아보고 기념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데 정작 건국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야 할 단체 결성이 안 되었고, 이 일을 추진할 주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공과(功過)를 떠나서 역대 정부와 정치권은 건국대통령기념관 건립에 대하여 무엇이 두려워 거론조차 못하고 있는가. 현재 ‘우남기념사업회’를 비롯하여 유명무실한 몇 개의 단체가 있으나 이러한 뜻을 결집하지 못하고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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