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있던 교회에서는 헌금정리를 마치면 감사헌금 봉투를 제게 넘겨주었습니다. 저는 감사 제목을 주보에 실었습니다. 다른 성도들이 어떤 감사를 하는지 알면 축하도 해주고 기도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주보를 만들고 나면 봉투는 폐기처분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보관하고 있는 봉투가 하나 있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첫 열매를 바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영탁” 당시 이 아이는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였습니다. 이웃집에서 휴가를 가있는 수 주일동안 날마다 정한 시간에 그 집에 가서 우편물을 찾아 챙겨 놓는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성실히 일을 하고 수고비를 받았는데 그걸 헌금으로 드린 것입니다. 제가 너무 감동을 하여서 차마 봉투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훗날 이 아이가 자라면 액자에 넣어서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직 갖고 있습니다. 4년쯤 전에 싱가포르에서 보았을 때 고등학생이었으니 지금은 20대 초의 멋진 청년이 되었을 겁니다.
      

제가 우리 교회에 부임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느 장로님 내외분이 사택으로 올라오셔서 봉투를 하나 내미셨습니다. 무언가 보았더니 아들의 첫 월급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는 생각에 마음에 진한 감동이 왔습니다. 진심 어린 축복기도를 하고 하나님께 헌금으로 드렸습니다. 두 분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우리 교회 장로님들의 저력을 보는듯해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엄마가 딸에게 말합니다. 너, 취직하면 첫 소득은 하나님께 드려야 해. 그러면 네 인생을 하나님께서 책임져주실 거야. 첫 월급을 타면 돈 쓸 행복한 계획이 수도 없이 많게 마련입니다. 그걸 바쳐버리면 한 달 더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합니다. 그래도 도전해보라고 엄마는 충고했습니다. 드디어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엄마는 전에 했던 말을 딸에게 확인시켜줍니다. 딸은 스스로 알아서 할 건데 그 말을 또 들으니 어린아이 취급당한듯해서 약간 자존심이 상합니다. 하지만, 엄마의 말을 따릅니다. 여러 해전에는 아르바이트 첫 소득을 하나님께 드렸지만, 이번에는 정식 직장인이 되어서 드릴 수 있으니 감사가 더 진해집니다. 하나님께서 “네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라는 말씀이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저는 우리 교회 젊은이들을 보면 제 딸 같고 제 아들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사랑이 과하게 진한 모양입니다. 앞으로 제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그러나 이들이 담대하게 인생을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최소한 돈에서 자유로운 인물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돈이 없어도 비굴해지지 않고, 많아도 교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자유함, 거룩한 일에 드리는 지혜로움이 있기를 바랍니다. 첫 소득을 하나님께 드리고 인생을 한 번 베팅해보는 담대함도 있기를 바랍니다. 넓은 가슴을 가진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당회 때 장로님 한 분이 질문하셨습니다. “목사님은 헌금봉투를 보시나요?” “아뇨.” 몇 차례 대화가 오갔습니다. 너무 무신경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영탁이의 헌금 봉투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꺼내어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부터 감사헌금 봉투를 따로 모아 혼자 읽으면서 봉헌기도를 할까 합니다. 강력한 예감이 듭니다. 제2, 제3의 영탁이가 나타나서 또 저를 감동시킬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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