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의 시대, 거르는 체를 통과해 순수한 교회로 거듭나자

지난 17일 토요일 오후 분당의 어느 찻집에서 전호진 교수를 만났다. 평생 선교학 교수로, 고려신학대학 학장으로, 고신총회 사무총장으로 섬기다 은퇴 후 인도차이나 선교사로 11년째 사역하고 있는 전 교수는 한국교회와 선교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다.

인터뷰 내내 그는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한국교회와 선교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21세기는 기독교 박해시대

전 교수는 현 상황을 기독교 박해시대로 보았다. “2018년 오픈도어가 발표한 박해 국가는 북한, 아프카니스탄, 소말리아, 수단, 파키스탄, 예맨, 에리트레아, 리비아, 이라크, 이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몰디브, 나이제리아, 이집트, 베트남, 투르크메니스탄, 라오스 등이다. 북한은 17년 연속 최고 박해 국가이다.”

전 교수는 2천 년 기독교 역사에서 약 7천만 명이 순교했는데, 순교자의 3분의 2인 4천 5백만 명은 지난 100 동안 순교했다고 밝혔다. “특히 1990년 이후 매년 16만 명이 해마다 순교한다. 지난 100년 동안 주로 공산주의 국가에서 엄청난 박해를 받았다면 1990년 이후에는 주로 이슬람 국가에서 박해가 일어나고 있다.” 전 교수는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특히 아시아 크리스천들이 박해를 받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선교사들이 계속 추방당하고 많은 선교지에서 현지 교회들이 엄청난 수난을 당한다며, 한국도 준 종교 박해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해의 신학 연구하자

전 교수는 기독교 박해 원인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종교의 개인선택과 공동체 선택 결정 간의 충돌: 종교 선택의 자유가 없는 국가들 △ 기독교를 싫어하는 독재정권 △ 종교적 민족주의: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의 불교 민족주의 △ 공산주의 △ 기득권 세력의 보이지 않는 저항 등이다.

전 교수는 한국교회가 바야흐로 박해의 신학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관점에서 역사는 하나님의 구원역사이면서 동시에 박해의 역사 그리고 심판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초대 교회부터 기독교는 박해의 역사였다며, 그들은 핍박을 받을수록 서로를 더 가까이하였고, 서로 사랑하고 더 강한 믿음을 보여 주었다고 했다. “종교개혁자들도 박해를 받았다. 존 위클리프로부터 존 후스까지 다 열거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순교가 성경적 기독교를 낳는데 중요한 씨가 되었다.”

인터뷰 하는 전호진 교수

박해는 ‘거르는 체’이다

그러나 전 교수는 박해로 말미암아 교회가 순수해진다고 전한다. “교회 역사에서 박해와 고난을 많이 당하는 교회가 순수성과 영적 다아니믹이 넘쳤다. 종교개혁 이후 영국의 청교도 운동도 영국 국교회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받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개혁교회를 세웠다.” 전 교수는 선교지에서 박해는 “거르는 체”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박해는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박해는 필요한 하나님의 권징(discipline)이고 동시에 거르는 체이다. 이제 명목상 신자들은 환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해야 한다. 또한, 월급을 주고 현지 사역자를 고용하여 선교하는 방법은 박해라는 영적인 체(spiritual sifter)에 의해서 걸러질 것이다.”

돈 선교, 교회당 지어주는 선교 이제 끝내라!

전 교수는 의식 있는 선교사들도 한국선교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염려하고 있다며, 돈 선교와 프로젝트 위주의 선교를 속히 끝내라고 꼬집었다. “어느 나라는 신학교 건물을 세워 준 목사님에게 그 나라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돈 주고 뺨 맞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기들의 교회를 부흥시키는 데 전념하기보다는 외국 교회 지원을 기다리며 선교사들이 주는 월급만 기다리는 교회와 사역자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선교사가 새로 들어오면 그 선교사로부터 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현지 사역자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자립 자치 자력 선교로 돌아가자!

전 교수는 박해시대의 선교 대안으로 초기 서양 선교사들이 한국교회에 가르쳐 준 “자립, 자치, 자력”의 선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당 지어주는 선교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국 선교사가 세워준 작은 교회당이 창고로 변한 것을 보고 통탄을 금치 못하였다. 불과 4,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헌금에는 폐지 줍는 할머니의 돈도 들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끝으로 전 교수는 “물질을 주면서 선교하는 시대는 속히 종지부를 찍고 초기 한국 선교로 돌아가자”고 전했다. 이런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는 『기독교 박해시대:한국선교의 방향』이라는 책을 이번에 출판했다고 했다. 전 교수는 이 책이 한글책으로는 마지막 책이라며 한국교회를 향한 충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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