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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고통
이병수/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프랑스 사상가 파스칼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경험은 쾌락과 고통'이라고 했다. 사실 고통은 죽음보다 더 무서운 적이다. 필자가 난민구호 사역을 할 때 한국 사람도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굳이 난민을 돕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 대부분의 난민이 한국인보다 상대적으로 혹은 심각한 고통 가운데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고통이 더 심한 사람을 먼저 돕는 것이 인간 본연의 자세이다.

국내의 고통 받는 한국인들은 그래도 제대로 된 정부가 있다. 대한민국의 의무지출로서의 복지 예산은 50%가 넘는다. 하지만 오늘날 난민사태가 발생한 곳에는 제대로 된 정부가 없다. 예멘,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수단 등 대부분 실패한 정부다. 그 정부가 양산한 것이 예멘 및 기타 난민이다. 어떻게 보면 난민은 실패한 정부의 피해자다.

최근 두 개의 사연이 국내언론을 통해서 공개되었다. 예멘 난민과 로힝야족 난민 기사이다. 한 방송사는 예멘 내전으로 40만 명에 이르는 어린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어린이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예멘에서는 3년 반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생지옥이다. 예멘 북부의 한 병원에는 뼈가 앙상한 아이는 극심한 배고픔의 고통에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또 다른 아이들은 울 힘도 없는 듯 눈동자가 초점을 잃었다. 심한 영양실조인 아이의 부모들도 굶주리긴 마찬가지이다. 주민들은 모두 나뭇잎을 뜯어 만든 먹거리로 끼니를 때우며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있다. "7개월 된 딸은 태어난 이후로 한 번도 우유나 음식을 먹지 못했어요. 먹을 게 나뭇잎밖에 없어요." 영양실조 어린이 어머니의 고백이다.전쟁 이후로 매일 다섯 명꼴로 어린이가 죽거나 다쳤는데, 앞으로 더 많은 어린이들이 굶주림에 희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멘 난민이 처한 고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제주도 예멘 난민에 대한 국내 반응은 인도주의적 차원이냐 국가 안전의 차원이냐로 여론이 팽팽하다. 하지만 예멘 난민들이 처한 고통이 얼마나 심각하냐는 고통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각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사람들은 난민을 정치적·종교적·법적 문제로 다룬다. 그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이 '살과 피'를 가진 사람이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고통을 내 형제, 내 자녀 및 내 손자가 겪는 고통으로 접근하자. 그게 사람의 자세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던 미국의 트럼프 정부도 지난 9월 24일 유엔총회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얀마의 인종차별과 군사적 탄압으로 인해 국외로 탈출한 로힝야족 무슬림 난민들에 대한 새로운 인도주의적 지원금 1억 8500만 달러(2065억 5250만 원)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12개국 외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회의에서는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와 미얀마 군대가 동원된 대량 학살 관련 최신 유엔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얀마 군은 지금까지 벌어진 참상에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또 불과 1년 동안 100만 명이 피해를 보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제기구로서 실패작이라고 선언했다. 유엔의 자기반성과 미국의 구체적 지원은 국제사회에 바람직한 자세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가짜 난민, 테러리스트 및 범죄자를 가려내기 위해 엄격한 난민심사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절대 외면하지 말자. 그것이 난민국가로 경험했던 대한민국의 자세이고 대한민국의 국격이다.

 

이병수  bs2lee@kos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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