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터가 무너지고 기둥이 흔들리는 위기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회장, 사단법인 여명 이사장, 바른교회 아카데미 이사장, 본지 발행인)

사랑의교회 교인 9명이 제소한 오정현 목사 위임결의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이 나왔다고 한다. 아마 이를 제소한 사람들은 승소했다고 기뻐하며 환호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이 소식을 들으며 다시 한번 한국교회의 터가 무너지고 기둥이 흔들리는 위기를 느낀다. 이것은 대형교회에서 일어난 여타의 스캔들과는 그 유가 다른 사건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어찌 종교의 가장 종교적인 사안들, 그 고유 영역에 속하는 문제들을 심리하고 판결한단 말인가? 이는 주권영역에의 침투요 침해이다.

국가와 종교는 그 고유 영역 곧 영역 주권이 있다. 이 영역은 서로 존중해야 한다. 필자가 단순히 정교분리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종교는 분리돼있지만, 따로 있지 않다. 서로 침범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 있으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동의 영역도 있다. 국가와 종교는 다르지만, 종교단체는 국가 안에 있고, 종교는 국가의 통치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으나 통치의 기반이 되는 사상과 철학의 영역에서 지도력을 행사한다. 서로의 영역 주권을 존중하고 협력할 때 국가와 종교는 상승한다. 그러나 국가와 종교가 그 영역들을 침범하고 뒤섞으면 서로 손상만 입을 뿐이다. 종교가 정치 권력을 가지고 국가를 지배했던 때를 생각해보고 국가권력이 종교를 좌지우지했던 나라들을 생각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가와 기독교의 관계는 위에서 말한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교회가 국가를 지배하려는 것도 아니고 국가가 교회를 좌지우지하려는 것도 아니라 교회가 그 가진바 영적인 주권을 국가에 갖다 바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교회가 분별하고 결정해야 할 일들을 국가의 사법기관에 위탁하고 있다. 무슨 공동체든 그 공동체의 내규를 정하고 직원을 세워 조직하는 일은 그 단체의 고유한 권한에 속한다.

교회는 더욱 그러하다. 교회가 직원의 자격을 정하고 선택하여 세우는 일은 교회의 고유권한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는 자신에게 주어진 영적인 주권을 포기하고 교회 내의 일들을 일반 법정의 판사들에게 맡겨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것은 교회가 공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며 교인들이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교회의 일들을 국가의 사법기관에 맡겨 판단을 요구하는 일은 거의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핑계할 수 없다. 교인들도 지도자들도 대부분 최종결정은 사법기관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 치리회가 공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아서 그 권위를 상실하고 있으므로 부득불 국가의 사법기관에라도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신실한 기독인들이라고 하면 주님의 법정에 호소하고 기다리는 것이 옳다. 비록 더딜지라도 말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가 최종적이고 완전한 심판장이신 것을 믿고 있다. 그러므로 현실 교회가 온전치 못하여, 심지어 타락하여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지도 실현하지도 못한다면 최종의 심판자이신 주님께 맡기고 기다리는 것이 믿는 자들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사랑의교회 홈피 갈무리

필자가 2, 3년 전에 사랑의교회 마당기도회의 주일예배 설교자로 초청받아가서 ‘이제 마당기도회를 끝내라’는 뜻으로 권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필자는 교회갱신을 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오해와 비난을 받았다. 필자가 그런 권면을 하게 된 이유가 많지만 크게는 세 가지였다. 첫째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할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설교하던 주일이 바로 종려주일이었다. 둘째는 예배와 교육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교회개혁을 위해 한다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예배가 데모가 될 염려가 있고, 자녀들이나 초신자들에게는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셋째는 하나님께 기도한다면서 왜 모든 교회 문제를 사법기관에 제소하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종의 책망이었다. 필자가 알기로 당시 마당기도회가 오정현 목사를 걸어 고소한 건수가 20건이 넘었다. 교회개혁은 영적인 일이다. 영적인 일은 영적으로 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 이번에 나온 재판 결과에 대해 시비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가 결정해야 할 일을 국가기관에서 결정했다는 것을 시비하는 것이다. 필자의 주장은, 교회의 주가 그리스도임을 확인하고 그의 주권을 믿고 두려워하며 충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에 주어진 영역을 지키고 스러진 권위라도 붙잡아야 한다. 그리고 변호사들의 말대로 목사의 자격과 위임에 관한 사항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교회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비록 사법기관이 능동적으로 교회 일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에 대한 판결은 국가의 월권이다. 이런 소송 건은 기각하여 교회에 돌려주어야 옳았다.

너무나 가슴 아프고 통탄스러운 일은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의 자업자득이다. 교회가 주이신 그리스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에게 충성하지 않을 때 세상은 교회를 존중하지 않는다. 교회지도자들은 티끌에 입을 대고 회개하며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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