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문선명 교주 죽어서도 펼쳐나갈 통일왕국의 꿈

올해는 ‘천주평화통일국(天宙平和統一國) 8년’이다. 지상세계와 천상세계가 통일됐다는 통일교식 연도계산법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이 ‘우주적 통일교왕국’은 2000년 2월 10일(음력 1월 1일), 경기도 가평의 천성왕림궁전(天城旺臨宮殿)에서 문선명·한학자 부부가 팔순잔치를 하면서 시작됐다. 천성왕림궁전은 1999년 완공된 통일교의 본성전(本聖殿)으로 ‘하늘나라에 있는 궁전이 지상에 내려왔다’는 뜻. 이후 통일교는 새천년인 2000년부터를 ‘천일국 왕권시대’, ‘평화왕국’, ‘천주평화통일국’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소위 천일국 왕권시대를 맞아 급변하고 있는 통일교의 근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 2008년 5월 1일, 통일교창립 54주년기념식이 열린 서울 청파동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빌딩 대강당(사진: www.tongil.or.kr). 정면 좌우편에 문선명 한학자 교주 부부의 사진이 걸려있다.
문 교주, 자칭 재림예수에서 자칭 하나님으로 승격

문선명(89) 교주는 2001년 1월 13일. ‘6천년만에 하나님을 모신다’는 ‘하나님 왕권 즉위식’을 천성왕림궁전에서 성대하게 거행했다. 물론 이런 종류의 대관식을 문 교주는 이미 여러 차례 행한바있다. 1985년 12월 25일 미국 벨베디아에서의 ‘세계 황제 즉위식’, 1990년 4월 30일 충북 수안보 와이키키호텔에서의 ‘참부모 메시아 재림주 선포식’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 문 교주는 주로 자신이 ‘실패한 예수 대신 온 재림주 메시아’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던 문 교주가 새천년 들어 지상(육계)과 천상(영계)을 동시에 다스리는 격상된 자리, 즉 ‘우주 평화의 왕’, ‘하나님 왕권’의 자리로 진화한 것이다. 당시 화려한 곤룡포를 입고 머리에 금관을 쓴 문 교주 부부의 대관식은 일반인들에게 코믹스러운 집안잔치로 비치기도했다. 그러나 2001년 있었던 문 교주의 ‘하나님 왕권 즉위식’은 통일교역사에 있어 하나의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이었다. 1935년 부활절 아침, 당시 16세였던 문 교주가 ‘예수’에게 부여받았다는 ‘복귀노정’의 사명을 60여년 만에 드디어 완성해 낸 인류최고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문 교주에 의해 통일교식 지상천국(地上天國)이 완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 2001년 문선명 교주 부부의 '하나님 왕권 즉위식' 기념사진 이후에도 문 교주는 2003년 12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2004년 3월 미국 워싱턴DC 상원빌딩에서, 2005년 8월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각각 ‘평화의 왕’ 대관식을 치렀다. 특히 예루살렘에서의 대관식은 예수가 이루지 못한 ‘사명’을 자신이 이뤘다는 선포적의미가 깔렸다. 통일교에 의하면 하나님 왕권 즉위식 순간부터 문 교주는 이제 지상을 넘어 영계의 역사까지도 직접 주관하는 ‘복권시대’를 펼쳐나가고 있다. ▲ 2008년 1월 3일 '하나님 왕권 즉위식' 7주년 기념식(본래 기념일은 1월 13일이나 문 교주의 지시로 2005년부터 1월 3일을 기념한다. 사진: www.tongil.or.kr).
지상천국은 천주평화연합(아벨 UN)이라는 이름의 세계통일정부

‘천주’(天宙)라는 통일교 용어는 지상(=육계)과 천상(=영계)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통일교에 의하면 지상은 ‘영인체’를 가진 육신이 존재하는 곳이고, 영계는 육신을 벗은 영인체가 존재하는 곳이다. 인간은 지상에 살면서 영인체를 완성시켜야 하고, 죽은 뒤엔 영인체가 영계에 가서 영원히 산다고 한다. 신(神)의 본래 목적은 지상과 천상에 천국을 건설하는 것이었으나, 하와가 사탄과 불륜관계를 맺음으로 인해 실패했다. 자신의 창조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슬픔과 한이 맺혀 있는 신의 문제를 인간이 해결해 주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문 교주는 신이 본래 목표했던 바대로 이 천주(天宙)를 천국화(天國化)하는 것이 자신의 인(印)침 받은 사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문 교주가 소위 천일국시대에 하나님 왕권으로 통치하고 있는 ‘천주평화통일국’은 육계와 영계라는 두 측면으로 천국화 작업이 전개되고 있다. 그중 육계의 통일교왕국을 이루기 위해 문 교주가 중요하게 사용하는 수단은 정치다. 그래서 하나님 왕권에 오른 문 교주가 가장먼저 추진한 일은 2003년 3월 천주평화통일가정당(초대총재 곽정환)을 창당해 정계진출을 꾀한 것이다. 평소 종교와 정치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종교가 정신적인 것이라면 정치는 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해왔던 문 교주의 당연한 행보였다. 그는 또 통일교회 교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며, 통일교회가 한국의 국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이후 지난 2008년 4월 총선에서 통일교는 ‘천주’라는 용어를 빼고 평화통일가정당(총재 황선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의회진출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 통일교는 2004년 천주평화통일가정당으로, 2008년 평화통일가정당으로 각각 정계진출을 시도했다.
재미있는 것은 문 교주가 추진하는 육계의 통일교왕국이 기존의 세상조직들을 따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교주의 가장 거대한 정치조직은 ‘천주평화연합’(UPF; Universal Peace Federation, 초대의장 곽정환)이라는 ‘천일국평화통일당’인데, 이는 문 교주의 가정당이 세계적으로 확대된 개념이다. 기존 유엔(UN) 조직을 모방한 이 조직을 문 교주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 UN은 회원국이 200개국에 육박하고 있지만 UN의 역할은 이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이상인 평화이상세계의 실현을 위해 ‘가인격’인 기존 UN의 갱신과 더불어 천주적 차원의 ‘아벨격’ UN의 위상이 바로 천주평화연합입니다. …이제는 하늘의 전권을 갖고 신천신지, 즉 지상-천상천국 창건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인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사탄이 만들어놓은 인종, 문화, 종교, 국가의 벽을 헐어내고 하나님이 그렇게도 소원해 오신 평화이상세계왕국을 이 지구상에 창건하자는 것입니다. …천주평화통일가정당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시켜 천일국평화통일당으로 거듭나게 할 본 대회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문선명의 천주평화연합 창립메시지 중).

2005년 9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천주평화연합’의 창립대회를 연 문 교주는 전용기로 세계 120개국을 돌면서 창설순회대회를 개최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인류가 이 아벨UN에 동참할 것을 역설했다. 한국에서는 같은 해 10월 3일 ‘천주평화통일국 개천일’을 선포하고 14일까지 12개 도시를 돌면서 순회대회를 가졌다. 이 와중에 당시 정통교회 목회자 300여명이 통일교의 ‘천일국 지도자대회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 2006년 2월 6일자 “통일교 무료관광에 목회자 300여명 참석”기사 참고).

▲ 천주평화연합 창립기념 120개국 순회집회 ▲ 천주평화연합 창립기념 국내 12개 도시 순회집회
그러면 기존 UN을 대신할 국제기구라는 ‘아벨UN’의 비전과 사명은 무엇일까? 일찍이 곽정환 아벨유엔 세계의장은 그것을 “한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아벨유엔은 세계, 인종, 종교, 민족, 문화 사이에 대화와 화해, 조화, 평화의 다리를 만들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자칭 ‘하나님’이자 인류의 ‘참부모’라는 문선명 교주 부부 아래 세계통일정부를 이룩하는 것이 아벨유엔의 목표라는 황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꿈같은 문 교주의 이 야심을 위해 통일교는 지금도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아벨 UN의 중추적인 국제단체들, 다시 말해 통일교의 수십 개 유관 기관들이 기존 ‘가인격 UN’의 비정부기구(NGO)에 등록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평화연합,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몽골반점동족세계평화연합,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평화청년연합, 세계평화교수협의회, 세계평화무도연합, 국제과학통일학회, 국제교육문화재단, 한국문화재단, 세계NGO협회, 국제구호재단, 성남일화축구단, 월드카프코리아, 초종교스포츠페스티벌, 세계종교의회 등이 그렇다.

또한 국내 3만여 명, 세계 30여만 명에 이르는(통일교측 주장) 소위 지도급 ‘평화대사’들이 사회단체NGO분야, 정부 및 행정공직분야, 정치분야, 안보분야, 방송미디어분야, 신문언론분야, 교육분야, 종교분야, 경제분야, 학술분야, 문화예술분야, 여성지도자분야의 12개 직능별로 나뉘어 서로 연대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평화통일가정당’ 이름으로 의회에 진출하려는 노력 역시 계속하고 있다.

이미 아벨 UN의 새로운 세계질서와 평화를 지켜낸다는 ‘세계평화군’도 조직됐다. 전직 군, 경찰 간부로 구성돼 2006년에 출범한 평화왕국경찰과 평화왕국군이 그들이다. 또 천일국시대 통일교왕국의 시민들은 천주평화통일국을 상징하는 국기(國旗), 국가(國歌), 국화(國花), 국조(國鳥) 등을 중심으로 행사 때마다 결집하고 있다. 이들은 그때마다 △지상천국과 천상천국을 창건하고 △천상세계와 지상세계의 통일을 향해 전진적 발전을 촉진하고 △천주대가족을 형성하여 통일과 행복의 세계를 완성하고 △하나님과 참부모님의 ‘대신가정’으로 천운을 움직이는 가정을 만들자고 맹세하는 “가정맹세”를 복창하며 통일교왕국건설을 다짐한다.

▲ 통일교의 천일국시대의 상징인 평화통일국 국기, 국화, 국조 그러나 한편, 통일교의 천일국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통일정부의 진정한 시민이 되려면 먼저 결혼축복(통일교의 합동결혼식을 신도들은 ‘축복’ 혹은 ‘결혼축복’이라고 부른다: 편집자주)으로 ‘혈통전환’이 되어야하는데, 이때 내야하는 순수 축복성금비용만 250만원이다. 또, 천일국을 위한 성금형식으로 매달 3/10조 헌금을 내야하고, 천일국시민증 같은 서류발급에도 1, 2만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결국 지상천국조차 돈이 있어야 가는 셈이다. ‘피가름’과 ‘원리강론’으로 부족해, ‘영분립’과 ‘천성경’ 있어야 구원받아 과거 통일교는 합동결혼을 통한 소위 ‘피가름’(혈통전환)이 구원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소위 ‘타락한 인간’은 피가름을 통해 혈통전환을 해야 구원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통일교에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수반하는 합동결혼식보다 ‘성주식’이라는 간소화된 형태의 행사를 많이 한다. 통일교인을 만들기 위한 합동결혼식이 이제는 천일국 백성을 만들기 위한 각종 행사로 대체되고 그 행사의 성주식에 참석한 비통일교인들도 쉽게 천일국 시민이 되는 것이다. 통일교가 ‘청소년순결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순결캔디’를 나눠준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 2004년 4월 7일자 “순결교육 명목 초·중·고 침투 통일교에 이용당하지 말라” 기사참고). 이미 합동결혼식을 한 사람들에게 성주식은 재축복의 의미를 지닌다. ▲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순결교육'이란 이름을 배포된 통일교의 순결캔디 강사들
▲ 통일교는 한국청소년순결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순결캔디를 배포했다. 이처럼 통일교가 합동결혼의 비중을 줄이는 이유는 그들의 구원교리가 과거에 비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타락한 인간이 혈통전환을 행한 후에도 교단을 배신하거나 고차원적인 윤리생활에 실패하면서 최근 통일교는 신도들에게 ‘영인체의 완성’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영인체의 완성은 ‘영분립’이라는 의식을 통해 이루게 되는데, 통일교의 천국은 이 ‘영인체가 완성된 자들’이 가는 곳이다. 다시 말해 천국을 향한 1차 관문이 ‘혈통전환’이라면 2차 관문이 ‘영분립’ 의식인 것이다. 그러면 영분립이란 뭘까? 통일교에 의하면 악령들이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개미알처럼 집을 짓고 있으면서 사람을 사고로 죽이거나 고통으로 몰고 가며 괴롭힌다고 한다. ‘영분립’이란 이러한 악령을 몸 밖으로 털어내는 의식을 가리킨다. 그런데 악령이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나쁜 일을 하기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영분립을 해야 한다. 영분립을 하면 불치병이 고쳐지고, 아이를 갖게 되고, 사업도 잘되며, 윤택한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이 의식은 주로 ‘영계의 관문’이자 ‘복귀된 에덴동산’이라고 불리는 천주청평수련원(경기도 가평 설악면 소재)에서 ‘참어머니’, ‘성신’, ‘후해와’라는 한학자(65. 문 교주의 부인) 씨가 인도한다. 30년간 통일교회의 목회자였다가 2001년 탈퇴한 고 박준철 목사는 영분립의식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사회자와 몇 사람이 북을 치고 각종 악기로 흥을 돋으며 1천~5천명의 사람들에게 일시에 ‘악령을 물리치자. 악한 귀신을 성별하자’고 외치며 두 손으로 머리와 가슴을 계속 치게 합니다. 집회분위기는 온통 회개분위기로 달아오르고 진짜 나의 악령이 떠나가고 지옥 간 조상들이 구원받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통일교 구원론의 무게중심이 합동결혼에서 영분립으로 옮겨갔다면, 교리교육은 ‘원리교육’보다 ‘훈독회’가 더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통일교의 조직신학과 역사신학에 해당하는 <원리강론>을 경전으로 하는 원리교육은 주로 합동결혼을 준비하는 통일교 입문자들과 <세계일보> 등 통일교 사업체에 근무하는 일반인들이 그 대상이다. 반면, 통일교의 실천신학에 해당하는 <천성경>을 경전으로 하는 훈독회는 모임의 최소단위인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함께 천성경의 특정부분을 읽고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교는 과거 ‘OO통일교회’라고 썼던 지교회 명칭대신 2005년 3월 4일부터 ‘OO훈독가정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통일교는 한 훈독가정교회를 통해 비통일교인 7가정을 모으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 통일교의 경전인 원리강론과 천성경
<천성경>은 400여 권의 <문선명선생말씀선집>을 16개의 주제별로 핵심정리 한 것이다. 여기에는 1970년대 이후 통일교회 내외의 여러 구체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문 교주의 직접적인 언급들을 수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상생활과 영계’, ‘참가정과 가정맹세’, ‘하나님의 조국과 평화유엔’, ‘참부모님 천주승리 선포’ 등의 주제도 포함되어 있어 교주 사후 통일교의 미래에 대한 주제도 포함하고 있다. <원리강론>이 1950년대에 쓰인 통일교의 경전이라면, <천성경>은 2005년에 다듬어진 경전인 것이다.

천상천국 이루려면 죽어서도 합동결혼 해야

통일교가 말하는 영계는 5층으로 되어있다. 천국-통일영계-낙원-중간영계-지옥의 순서다. 가장 위층인 천국은 최근 문이 열렸지만 아직까지 문 교주가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1984년 고등학교재학시절 교통사고로 사망해 영계총사령관으로 임명된 문흥진(문 교주의 2남)도 천국을 준비하며 들락날락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천국에 거주하고 있지는 않다(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 2008년 5월 13일자 "생전엔 아들들, 사후엔 ‘영매’ 이용 통치" 기사참고).

▲ 1984년 1월 있었던 문흥진의 승하식(장례식). 문 교주는 이후 사망한 자신의 아들을 '영계총사령관'에 임명하고, 현재 그가 '영계수련소'를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천국의 바로 아래는 통일영계다. 이곳엔 통일교인이 80~90%, 나머지는 일반 사람들이 거주하는데, 이들은 앞으로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소망과 기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통일영계 아래는 천국에 가기 위한 일종의 대합실인 낙원이다. 통일교의 주장에 의하면 예수, 마리아, 요셉 등의 기독교인들이 현재 낙원에 거주하고 있으며, 영계총사령관인 문흥진의 지시를 받아 영계 천국화를 위한 심부름을 하고 있다. 영계의 가장 아래층 지옥은 신이 만든 곳이 아니고 생겨난 곳이다. 쓰레기통을 만들어놓고 집을 지은 것이 아니라, 집 짓고 살다보니 쓰레기통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통일교에 의하면 지상이 먼저 천국이 되어야 영계가 천국이 될 수 있으며, 문 교주가 생존해 있을 때 지상천국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2001년, 천일국시대와 함께 문 교주가 직접 하나님 왕권으로 ‘천주’(지상+영계)의 역사를 주관하고 있으니 지금은 영계의 천국화 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영계의 천국화란 다시 말해 이미 죽은 영들을 통일교인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통일교의 지상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의식인 ‘합동결혼식’과 ‘영분립’처럼 영계에서도 ‘조상해원식’과 ‘조상축복식’이라는 방법으로 그렇게 한다.
▲ 2007년에도 계속된 통일교 합동결혼식. 현재 통일교 합동결혼식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인 국제결혼자만 2천명이 넘는다(사진: www.tongil.or.kr). 그런데, 통일교의 조상해원식은 일반인들의 조상제사와 흡사하다. 통일교에 의하면 사람의 몸속에는 악령들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상에 살 때 가족에게 죄를 많이 지은 조상들이 영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지상의 가족이나 후손에게 자신의 죄를 벗기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은 후손들에게 크고 작은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게 하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데, 이들 조상의 영을 해원시키는 의식이 ‘조상해원식’이다. 영분립으로 분립된 악령과 해원된 조상의 영은 영계로 돌아가 문흥진이 주관하는 영계수련소에서 통일교교리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상에서 축복결혼으로 통일교인이 되듯 영계수련소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마친 영들도 결혼의식을 통해 완전한 통일교인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이들 죽은 조상들끼리의 결혼의식이 ‘조상축복식’인 것이다. 이 조상축복식을 하고 난 영들은 모두 ‘절대선령’이 되어 천사들과 함께 통일교인들을 도와 지상천국 건설의 막바지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통일교의 주장이다. 통일교에 따르면 조상해원을 했어도 조상축복을 받지 않은 조상의 영은 구원받지 못한다. 문제는 조상을 해원시킬 때 필요한 헌금의 액수가 엄청나다는 데 있다. 1999년 문 교주는 “만약 조상해원식을 하지 않고 영계에 가면 조상들에게 참소를 당한다”며 “새로운 성약시대(천일국 시대)에 입적(주민등록)하려면 반드시 1대부터 7대까지의 조상으로부터 120대까지 조상해원식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초 1대부터 7대까지는 직계, 모계가 각 70만원, 8대 이후는 7대마다 5만원 이상, 그와 별개로 7대마다 접수비 2만5천원을 내야한다. 뿐만 아니라 처음 언급한 120대 조상에서 이제는 210대 조상까지 해원대상이다. 통일교는 “210대 이후에는 영계의 참자녀님을 중심한 절대선령들이 아담과 하와까지 하나님 혈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있다”며 끝도 없는 조상해원으로 신도들을 몰아가고 있다. 결국 통일교의 천상천국 역시 돈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천정궁, 살아서도 죽어서도 문 교주가 거할 왕궁 2006년 6월 13일. 문선명 교주 부부가 진정한 하나님의 전지전능성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거대한 행사가 통일교의 본궁(本宮)인 천정궁(天正宮)에서 열렸다. 2001년 1월 1일 ‘하나님 왕권 즉위식’ 이후 5년 만에 문 교주가 또다시 천일국시대의 ‘천주평화의 왕’으로 등극하는 대관식(戴冠式)과 입궁식(入宮式)을 개최한 것이다. ▲ 2006년 6월 13일 문 교주의 '천주평화의 왕' 대관식과 입궁식이 열린 천정궁. 천정에는 문 교주 부부의 일대기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문 교주는 이날 “지구성 방방곡곡에서 천일국(天一國)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는 영육계의 백성들이여!”로 시작되는 ‘평화의 왕 창국 선언문’에서 “영원히 죄악과 고통 속에서 허덕이며 지옥행을 면치 못할 인류를 구해주기 위해 몸소 모든 탕감복귀(蕩減復歸)를 완성하신 ‘천지인(天地人) 참부모님’, ‘천주평화(天宙平和)의 왕(王)’ 앞에 소리 높여 찬양을 부르라”고 외쳤다. 그는 또 “오늘은 천주평화의 왕이 마침내 영광된 등극을 하시는 날”이라며 “여러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여러분 개개인의 머리 위에는 수천 수만명씩의 선한 축복가정 조상들이 임하여 함께 이 장엄한 순간을 경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고 주장했다.

▲ 문 교주 부부의 대관식 장면(사진: www.tongil.or.kr).
그러나 천주평화의 왕인 문 교주의 원래 계획은 천일국 시대가 시작되는 2000년 1월 1일에 천정궁에 입궁하는 것이어서 뒤늦은 입궁으로 모양새가 좀 구겨진 형색이다. 현재 통일교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영매 김효남 장로(훈모님=흥진님+대모님; 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 2008년 5월 13일자 "생전엔 아들들, 사후엔 ‘영매’ 이용 통치" 기사참고)가 신도들에게 본궁 성전건축을 촉구했던 다음과 같은 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메시아이신 참부모님은 영계와 육계를 모두 왕래하실 수 있는 영원한 분이세요. 다음에 참부모님께서 육신을 벗고 영계에 가신다고 하더라도 참부모님께서는 지상에 와 계세요. 그렇다면 지상에도 메시아이신 참부모님의 본궁이 있어야 합니다. 참부모님께서 본전성지에 입궁하실 때에는 영계와 지상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때는 영육 아울러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전지전능하심이 이 땅에 펼쳐나갈 수 있는 시대에요.”

“인류역사 속에서 본궁을 지어보지 못한 하나님과 참부모님께서 처음으로 본궁을 짓는데 있어서 세계의 모든 식구들이 동참을 해서 역사 앞에 이름을 남길 수 있어야합니다. …본전성지가 완공되어 2006년 참부모님께서 입궁하시게 되면 지상과 영계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과 참부모님의 천운이 지상과 천상에 넘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가 급속도로 발전하여 평화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입니다”(2005년 9월 대모님 말씀 중).

▲ 천일국 국기를 들고 있는 통일교 신도들(사진: www.tongil.or.kr). 문 교주 사후에도 경기도 가평의 천정궁이 통일교의 ‘메카’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말이다. 김 장로는 “본전성지는 참부모님께서 40세가 되시는 1960년대에 일차적으로 만들어졌어야 한다”며 “가인권의 반대로 섭리를 이루어드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천정궁 건축의 의의를 설명하면서 “2차 섭리는 2000년 음력 1월 1일이 되면 참부모님께서 팔순이 되시기 때문에 1999년까지 완성해드렸어야 되나 여러 단체들의 반대로 건물허가를 받지 못해 지을 수가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 땅에 본궁을 짓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참부모님께서는 브라질의 자르딘으로 섭리를 옮겨갔고, 영계에 계시는 흥진님과 대모님이 참부모님을 붙들고 통곡, 애원하며 지극정성을 드렸기 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왔다는 설명이다. ▲ '영계의 관문'이자 '회복된 에덴동산'이라 불리는 천주청평수련원 일대(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김 장로에 따르면 그래서 급한 대로 지난 1999년 ‘천성왕림궁전’을 지어 문 교주의 팔순잔치를 하고, 천정궁이 완공된 2006년에야 비로소 평화의 왕으로 대관식을 하고 입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로 무능한 하나님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건 한국에서의 본궁 완성을 위해 영계에서 수고한 영계총사령관 문흥진(문 교주 2남, 1984년 사망)과 홍순애(한학자母=대모님, 1989년 사망)에게 문 교주는 표창창을 수여했고, 두 사람을 대신해 흥진의 처 문훈숙(본명 박훈숙)과 김효남 장로가 입궁식 당일 공로패를 받았다.

   
▲ 천정궁 본궁 완성을 위해 영계에서 수고한 문흥진과 홍순애에게 공로패가 수여됐다. 문훈숙과 김효남이 대신 수여했다. 오른쪽 끝이 현재 통일교 내 최고의 실세로 꼽히는 영매 김효남 장로(사진: www.tongil.or.kr).
새천년 이후 전개된 통일교의 현황들을 살펴볼 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선명 교주 사후에도 펼쳐질 통일왕국의 꿈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점과 ‘사망한’ 교주를 대신할 ‘영매’가 통일교의 결속력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는 점이다.

[ 참고자료 ]

http://www.tongil.or.kr
http://www.ipeacetv.com
http://www.chungpyu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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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대해부 통일교왕국”, <월간 신동아>, 2006년 9월호
통일사상연구원, <영계의 실상과 지상생활>, 성화출판사, 1998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월간 통일세계>, 2005년 10월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역사편찬위원회, <홍순애 대모님(上)>, 성화출판사,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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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지상생활과 영계(下): 문선명선생말씀 주제별정선11>, 성화출판사, 199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