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89) 교주는 2001년 1월 13일. ‘6천년만에 하나님을 모신다’는 ‘하나님 왕권 즉위식’을 천성왕림궁전에서 성대하게
거행했다. 물론 이런 종류의 대관식을 문 교주는 이미 여러 차례 행한바있다. 1985년 12월 25일 미국 벨베디아에서의 ‘세계 황제
즉위식’, 1990년 4월 30일 충북 수안보 와이키키호텔에서의 ‘참부모 메시아 재림주 선포식’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 문
교주는 주로 자신이 ‘실패한 예수 대신 온 재림주 메시아’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던 문 교주가 새천년 들어 지상(육계)과 천상(영계)을 동시에 다스리는 격상된 자리, 즉 ‘우주 평화의 왕’, ‘하나님
왕권’의 자리로 진화한 것이다. 당시 화려한 곤룡포를 입고 머리에 금관을 쓴 문 교주 부부의 대관식은 일반인들에게 코믹스러운
집안잔치로 비치기도했다. 그러나 2001년 있었던 문 교주의 ‘하나님 왕권 즉위식’은 통일교역사에 있어 하나의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이었다. 1935년 부활절 아침, 당시 16세였던 문 교주가 ‘예수’에게 부여받았다는 ‘복귀노정’의 사명을 60여년 만에 드디어
완성해 낸 인류최고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문 교주에 의해 통일교식 지상천국(地上天國)이 완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천국은 천주평화연합(아벨 UN)이라는
이름의 세계통일정부
‘천주’(天宙)라는 통일교 용어는 지상(=육계)과 천상(=영계)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통일교에 의하면 지상은 ‘영인체’를
가진 육신이 존재하는 곳이고, 영계는 육신을 벗은 영인체가 존재하는 곳이다. 인간은 지상에 살면서 영인체를 완성시켜야 하고, 죽은
뒤엔 영인체가 영계에 가서 영원히 산다고 한다. 신(神)의 본래 목적은 지상과 천상에 천국을 건설하는 것이었으나, 하와가 사탄과
불륜관계를 맺음으로 인해 실패했다. 자신의 창조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슬픔과 한이 맺혀 있는 신의 문제를 인간이 해결해 주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문 교주는 신이 본래 목표했던 바대로 이 천주(天宙)를 천국화(天國化)하는 것이 자신의 인(印)침 받은
사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문 교주가 소위 천일국시대에 하나님 왕권으로 통치하고 있는 ‘천주평화통일국’은 육계와 영계라는 두 측면으로 천국화 작업이
전개되고 있다. 그중 육계의 통일교왕국을 이루기 위해 문 교주가 중요하게 사용하는 수단은 정치다. 그래서 하나님 왕권에 오른 문
교주가 가장먼저 추진한 일은 2003년 3월 천주평화통일가정당(초대총재 곽정환)을 창당해 정계진출을 꾀한 것이다. 평소 종교와 정치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종교가 정신적인 것이라면 정치는 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해왔던 문 교주의 당연한 행보였다. 그는 또 통일교회
교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며, 통일교회가 한국의 국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이후 지난 2008년 4월 총선에서 통일교는
‘천주’라는 용어를 빼고 평화통일가정당(총재 황선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의회진출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재미있는 것은 문 교주가 추진하는 육계의
통일교왕국이 기존의 세상조직들을 따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교주의 가장 거대한 정치조직은 ‘천주평화연합’(UPF; Universal
Peace Federation, 초대의장 곽정환)이라는 ‘천일국평화통일당’인데, 이는 문 교주의 가정당이 세계적으로 확대된 개념이다.
기존 유엔(UN) 조직을 모방한 이 조직을 문 교주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 UN은 회원국이 200개국에 육박하고 있지만 UN의 역할은 이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이상인
평화이상세계의 실현을 위해 ‘가인격’인 기존 UN의 갱신과 더불어 천주적 차원의 ‘아벨격’ UN의 위상이 바로 천주평화연합입니다.
…이제는 하늘의 전권을 갖고 신천신지, 즉 지상-천상천국 창건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인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사탄이
만들어놓은 인종, 문화, 종교, 국가의 벽을 헐어내고 하나님이 그렇게도 소원해 오신 평화이상세계왕국을 이 지구상에 창건하자는
것입니다. …천주평화통일가정당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시켜 천일국평화통일당으로 거듭나게 할 본 대회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문선명의 천주평화연합 창립메시지 중).
2005년 9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천주평화연합’의 창립대회를 연 문 교주는 전용기로 세계 120개국을 돌면서 창설순회대회를
개최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인류가 이 아벨UN에 동참할 것을 역설했다. 한국에서는 같은 해 10월 3일 ‘천주평화통일국 개천일’을
선포하고 14일까지 12개 도시를 돌면서 순회대회를 가졌다. 이 와중에 당시 정통교회 목회자 300여명이 통일교의 ‘천일국 지도자대회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 2006년 2월 6일자 “통일교 무료관광에
목회자 300여명 참석”기사 참고).
그러면 기존 UN을 대신할 국제기구라는
‘아벨UN’의 비전과 사명은 무엇일까? 일찍이 곽정환 아벨유엔 세계의장은 그것을 “한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아벨유엔은 세계, 인종, 종교, 민족, 문화 사이에 대화와 화해, 조화, 평화의 다리를 만들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자칭
‘하나님’이자 인류의 ‘참부모’라는 문선명 교주 부부 아래 세계통일정부를 이룩하는 것이 아벨유엔의 목표라는 황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꿈같은 문 교주의 이 야심을 위해 통일교는 지금도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아벨 UN의 중추적인 국제단체들, 다시 말해 통일교의 수십 개 유관 기관들이 기존 ‘가인격 UN’의 비정부기구(NGO)에 등록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평화연합,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몽골반점동족세계평화연합,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평화청년연합, 세계평화교수협의회, 세계평화무도연합, 국제과학통일학회, 국제교육문화재단, 한국문화재단,
세계NGO협회, 국제구호재단, 성남일화축구단, 월드카프코리아, 초종교스포츠페스티벌, 세계종교의회 등이 그렇다.
또한 국내 3만여 명, 세계 30여만 명에 이르는(통일교측 주장) 소위 지도급 ‘평화대사’들이 사회단체NGO분야, 정부 및
행정공직분야, 정치분야, 안보분야, 방송미디어분야, 신문언론분야, 교육분야, 종교분야, 경제분야, 학술분야, 문화예술분야,
여성지도자분야의 12개 직능별로 나뉘어 서로 연대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평화통일가정당’ 이름으로 의회에
진출하려는 노력 역시 계속하고 있다.
이미 아벨 UN의 새로운 세계질서와 평화를 지켜낸다는 ‘세계평화군’도 조직됐다. 전직 군, 경찰 간부로 구성돼 2006년에
출범한 평화왕국경찰과 평화왕국군이 그들이다. 또 천일국시대 통일교왕국의 시민들은 천주평화통일국을 상징하는 국기(國旗), 국가(國歌),
국화(國花), 국조(國鳥) 등을 중심으로 행사 때마다 결집하고 있다. 이들은 그때마다 △지상천국과 천상천국을 창건하고 △천상세계와
지상세계의 통일을 향해 전진적 발전을 촉진하고 △천주대가족을 형성하여 통일과 행복의 세계를 완성하고 △하나님과 참부모님의
‘대신가정’으로 천운을 움직이는 가정을 만들자고 맹세하는 “가정맹세”를 복창하며 통일교왕국건설을 다짐한다.
<천성경>은 400여 권의
<문선명선생말씀선집>을 16개의 주제별로 핵심정리 한 것이다. 여기에는 1970년대 이후 통일교회 내외의 여러 구체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문 교주의 직접적인 언급들을 수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상생활과 영계’, ‘참가정과 가정맹세’, ‘하나님의
조국과 평화유엔’, ‘참부모님 천주승리 선포’ 등의 주제도 포함되어 있어 교주 사후 통일교의 미래에 대한 주제도 포함하고 있다.
<원리강론>이 1950년대에 쓰인 통일교의 경전이라면, <천성경>은 2005년에 다듬어진 경전인
것이다.
천상천국 이루려면 죽어서도 합동결혼 해야
통일교가 말하는 영계는 5층으로 되어있다. 천국-통일영계-낙원-중간영계-지옥의 순서다. 가장 위층인 천국은 최근 문이 열렸지만
아직까지 문 교주가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1984년 고등학교재학시절 교통사고로 사망해 영계총사령관으로
임명된 문흥진(문 교주의 2남)도 천국을 준비하며 들락날락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천국에 거주하고 있지는 않다(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 2008년 5월 13일자 "생전엔 아들들, 사후엔 ‘영매’ 이용 통치"
기사참고).
문 교주는 이날 “지구성 방방곡곡에서
천일국(天一國)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는 영육계의 백성들이여!”로 시작되는 ‘평화의 왕 창국 선언문’에서 “영원히 죄악과 고통 속에서
허덕이며 지옥행을 면치 못할 인류를 구해주기 위해 몸소 모든 탕감복귀(蕩減復歸)를 완성하신 ‘천지인(天地人) 참부모님’,
‘천주평화(天宙平和)의 왕(王)’ 앞에 소리 높여 찬양을 부르라”고 외쳤다. 그는 또 “오늘은 천주평화의 왕이 마침내 영광된 등극을
하시는 날”이라며 “여러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여러분 개개인의 머리 위에는 수천 수만명씩의 선한 축복가정 조상들이 임하여
함께 이 장엄한 순간을 경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주평화의 왕인 문 교주의 원래
계획은 천일국 시대가 시작되는 2000년 1월 1일에 천정궁에 입궁하는 것이어서 뒤늦은 입궁으로 모양새가 좀 구겨진 형색이다. 현재
통일교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영매 김효남 장로(훈모님=흥진님+대모님; 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 2008년 5월 13일자 "생전엔 아들들, 사후엔 ‘영매’ 이용 통치"
기사참고)가 신도들에게 본궁 성전건축을 촉구했던 다음과 같은 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메시아이신 참부모님은 영계와 육계를 모두 왕래하실 수 있는 영원한 분이세요. 다음에 참부모님께서 육신을 벗고 영계에 가신다고
하더라도 참부모님께서는 지상에 와 계세요. 그렇다면 지상에도 메시아이신 참부모님의 본궁이 있어야 합니다. 참부모님께서 본전성지에
입궁하실 때에는 영계와 지상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때는 영육 아울러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전지전능하심이 이 땅에 펼쳐나갈 수 있는
시대에요.”
“인류역사 속에서 본궁을 지어보지 못한 하나님과 참부모님께서 처음으로 본궁을 짓는데 있어서 세계의 모든 식구들이 동참을 해서
역사 앞에 이름을 남길 수 있어야합니다. …본전성지가 완공되어 2006년 참부모님께서 입궁하시게 되면 지상과 영계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과 참부모님의 천운이 지상과 천상에 넘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가 급속도로 발전하여
평화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입니다”(2005년 9월 대모님 말씀 중).
김 장로에 따르면 그래서 급한 대로 지난
1999년 ‘천성왕림궁전’을 지어 문 교주의 팔순잔치를 하고, 천정궁이 완공된 2006년에야 비로소 평화의 왕으로 대관식을 하고
입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로 무능한 하나님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건 한국에서의 본궁 완성을 위해 영계에서 수고한 영계총사령관
문흥진(문 교주 2남, 1984년 사망)과 홍순애(한학자母=대모님, 1989년 사망)에게 문 교주는 표창창을 수여했고, 두 사람을
대신해 흥진의 처 문훈숙(본명 박훈숙)과 김효남 장로가 입궁식 당일 공로패를 받았다.
▲ 천정궁 본궁
완성을 위해 영계에서 수고한 문흥진과 홍순애에게 공로패가 수여됐다. 문훈숙과 김효남이 대신 수여했다. 오른쪽 끝이 현재
통일교 내 최고의 실세로 꼽히는 영매 김효남 장로(사진: www.tongil.or.kr).
새천년 이후 전개된 통일교의 현황들을 살펴볼
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선명 교주 사후에도 펼쳐질 통일왕국의 꿈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점과
‘사망한’ 교주를 대신할 ‘영매’가 통일교의 결속력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는 점이다.
[ 참고자료 ]
http://www.tongil.or.kr http://www.ipeacetv.com http://www.chungpyung.org 박준철, <빼앗긴
30년, 잃어버린 30년>, 진리와생명사, 2003년 이종선, <참사랑이 피어나는 천궁>,
성화출판사, 2003년 조성식, “대해부 통일교왕국”, <월간 신동아>, 2006년
9월호 통일사상연구원, <영계의 실상과 지상생활>, 성화출판사, 1998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월간 통일세계>, 2005년 10월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역사편찬위원회, <홍순애
대모님(上)>, 성화출판사, 1997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역사편찬위원회, <계간 사보>, 성화출판사,
2003년 겨울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역사편찬위원회, <통일교회시대 주요의식과 선포식2>, 성화출판사,
2001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지상생활과 영계(下): 문선명선생말씀 주제별정선11>, 성화출판사,
199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