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성도 신앙생활 탐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소장 정재영 교수)와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 송인규)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10월 4일부터 16일까지 13일 동안 '가나안 성도'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가 지난달 30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를 통해 발표됐다.

정재영 교수는 5년 전, 2013년 초 가나안 교인 300명을 대상으로 가나안 성도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5년 전과 비교하여 가나안 교인들의 신앙 패턴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추적 조사였다. 정 교수는 교회 불출석자와 1년에 2회 이하 교회에 출석하는 개신교인을 가나안 교인으로 보고, 82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가나안 성도 신앙생활 탐구 세미나 현장

가나안 성도 교회 떠난 지 평균 7.7년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를 떠난 지 얼마나 되었는가'를 묻는 말에 1~2년이 25.8%, 3~5년이 25.6%, 6~10년이 28.3%, 11~15년이 6.8%, 16~20년이 9.1%, 21년 이상이 4.1%였다. 평균은 7.7년이다.

이를 발표한 정재영 교수는 "5년 전 조사에서 평균 9.3년이 나온 것에 비해 2년 가까이 줄어들었고, 절반이 넘는 51.4%가 5년 이내에 떠난 것으로 최근에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교회 안 나가는 이유, 교회 출석 욕구 없다' 31.2%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가장 많은 31.2%가 "꼭 교회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이어 "개인적 이유'(18.8%) "자유로운 신앙생활"(13.9%) "시간이 없어서"(8.4%) "신앙적 회의"(7.8%) "목회자에 대한 불만"(6.3%) "교인들에 대한 불만"(5.8%) "지나친 헌금 강조"(5.2%) 순이었다.

이들이 과거 교회에 다닐 때, 교회에 대한 인식은 "신앙에 대한 어떤 질문이든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그렇다 42.5%) "개인의 신앙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그렇다 66.9%) "목회자는 권위주의적이다."(그렇다 53.6%)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그렇다 65.4%) 등이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 소장 정재영 교수

가나안 성도 72.7%, 신앙은 교회와 상관없다

응답자 중 72.7%는 "신앙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으로 교회와 상관없다"라고 생각했다. 또 91.4%는 "목회자의 말에 무조건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생각했다.

교회를 떠난 후 신앙의 상태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58.1%가 "신앙에 큰 변화가 없다"라고 답했다. "신앙이 약해졌다"는 38.4% "신앙이 더 확실해졌다"는 3.5%에 불과했다.

또 아예 기독교 신앙을 버리겠다고 한 이들은 9.9%였고 나머지는 모두 신앙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다만 유지하겠다는 이들 중 60.9%는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독교 신앙을 버린 것으로 보는 편견을 갖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가나안 교인 79.6%, 성경 거의 읽지 않는다

가나안 교인들은 헌금이나 성경, 기도 등 신앙생활을 잘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헌금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4.3%, 성경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응답은 79.6%이었다. 

거의 기도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44.1%로 가장 높았으나 가끔 기도한다(40.8%)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탈 후 신앙 서적을 읽거나 관련 강좌를 들어 본 적 있다는 응답도 모두 10%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신앙적 고민을 해 본 적 있다는 사람은 39.2%를 기록했다. 교회를 떠난 후 신앙이 약해졌다는 응답은 38.4%,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58.1%였고, 신앙이 더 확고해졌다는 응답은 3.5%였다.

교회 다시 나갈 의향, 55.9%

"교회에 다시 나갈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5.9%(가능한 한 빨리 나가고 싶다. 3.7% + 언젠가 다시 나가고 싶다 52.2%)였다. 5년 전 조사 결과인 67.0%보다 15% 포인트 정도 낮게 나왔다. "나가고 싶지 않다"라는 응답도 5년 전 결과(13.8%)보다 2배 이상 증가한 29.5%였다.

이처럼 5년 전보다 교회 재출석 의지가 약화된 것에 대해 정 교수는 "비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가나안 성도가 교회에 다시 나갈 의향이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다시 나가고 싶은 교회의 유형으로는 "신앙과 생활이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곳"을 가장 많이(46.0%) 꼽았다. 이어 "예배 형식이 자유로운 교회"(18.2%) "생활의 모범을 보이는 교인이 있는 교회"(9.9%) "헌금을 강조하지 않는 교회"(8.4%) "교인 간에 관심과 배려가 많은 교회"(8.2%) "신앙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회"(6.7%) 순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갖는 기독교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78.9%가 "영향력이 있다"고 답했다. 또 한국교회 개혁사항 1순위로는 '목회자의 언행일치'가 가장 많이(37.6%) 꼽혔다. 이어 '타종교에 대한 포용'(20.0%) '교회의 민주적 운영'(19.8%) 등의 순이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 송인규 목사

가나안 교인, 교회라는 틀 자체가 불편하다?

교회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목회자를 향한 불만(6.3%)보다 교회 자체가 불편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목사가 권위주의적이라는 응답도 있었지만, 교인들의 삶과 언행에 대한 불만(5.8%), 경직된 분위기 등도 가나안 교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로 꼽혔다.

정 교수는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기존 교회의 문제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는 교회라는 틀 자체를 불편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교회의 목회자나 성도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선해 나갈 가능성이 있지만, 교회라는 제도 자체를 거부한다면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걱정했다.

그는 "따라서 이제는 개교회의 도덕적 성찰뿐만 아니라 교회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라며 "교회가 획일적인 신앙관을 추구한다면 다양해진 신앙의 필요를 채워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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