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미래교회포럼 회장)

나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축구부에 들어갈 뻔도 하였습니다. 교회 중고등부 시절, 축구장에서는 존재감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은 대학 축구부에 소개해준다고 하셨습니다. 신학대학에 입학해서 신학대학원 졸업할 때까지도 기회 있을 때마다 종종 축구를 했습니다. 얼마나 축구를 많이 했던지, 졸업하고 20년 만에 만난 학교직원이 대뜸 “지금도 축구를 하느냐?” 묻기도 하였습니다.

목사가 되어서는 노회 대표선수로, 고신교단 대표선수로 대회 참가도 하였습니다. 지금도 기회가 있으면 축구하고 싶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진짜 선수들처럼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녔던 교회 안에서, 우리 목사들 중에서 조금 잘하는 정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옛날 말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맛이 갔다”는 말을 듣습니다.

합창은 중학생 때부터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교회에서 1년에 한 번씩 중고등부 성가발표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예배 때, 정기적으로 찬양을 하기도 했습니다. 변성기가 제대로 지나지 않아서 낮은 베이스음을 충분히 잘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애를 썼습니다. 지금도 어떤 교회는 중고등부학생들이 그렇게 합니다. ‘우리교회 중고등부도 합창을 하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한 번씩 합니다. 전도사로 교회를 봉사하면서 주일예배찬양대 지휘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은사나 소질과 상관없이 전도사는 무엇이든지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 이후 30년은 합창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글로리합창단(충청노회목사부부)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 매월 한 차례 연습하고, 종종 초청받아 찬양하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4곡을 했는데, 찬양을 하면서 몇 번이나 울컥하였습니다.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몇 주 전부터 우리교회 성탄절 칸타타 남성 합창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역시 오해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나는 찬양을 잘 못 합니다. 단지 축구만큼은 아니지만, 합창도 좋아해서 하고 있습니다.

축구나 합창이 잘 되려면 두 가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첫째는 자기 자리를 잘 잡는 것입니다. 축구를 하면서 절실히 느끼는 점입니다. 합창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색에 따라 파트를 나누는데, 자신의 음색에 맞는 자리에 서야 합니다. 둘째는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을 잘하는 것입니다. 조화를 잘 이루는 것입니다. 축구와 합창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이 잘해야 합니다. 누가 좀 못해도 같이 협력하면 더 잘 될 수 있습니다.

이제 16살 된 우리 하나교회가 축구팀 같고, 합창단 같은 교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인들 각자가 자기 자리를 알고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은사와 직분에 맞는 자리에서 섬기는 교회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지체들과 잘 연합하는 교인들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협력하는 것을 더 귀하게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대적인 사명을 더욱 잘 감당하는 하나교회와 한국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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