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목사(열방교회담임, 코닷 운영위원장, 쉐마교육 연구원 본부장)

과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그들은 여섯 마리의 꿀벌과 같은 수의 파리를 각각 마개가 없는 유리병에 가둔 후, 방바닥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유리병을 눕혀 두었다. 몇 분 후, 두 개의 유리병을 확인한 결과 꿀벌들은 병 속에서 모두 죽었지만, 파리들은 유리병 입구를 통해 전부 빠져나가고 없었다. 

왜 이런 결과가 온 것일까? 빛을 좋아하는 꿀벌들에게는 밝은 쪽에 출구가 있을 거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던 반면 파리들은 빛의 방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빛을 따라 병 바닥 쪽만 공략했던 꿀벌들은 결국 기력을 모두 소진하고 목숨을 잃었고, 사방팔방 무턱대고 날아다니던 파리는 우연히 출구를 발견해 자유와 새 삶을 살 수 있었다. 혁신(innovation)은 고정 관념과 지금까지의 잘못된 가치관과 태도를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다. “망치만 사용하는 사람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바라본다.”는 한 심리학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Photo by Mike Scheid on Unsplash

오늘 가정과 교회도 고정 관념에 얽매여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지 않는다. 가정도 교회도 다 하나의 크고 작은 가정공동체이므로 가정이 붕괴하다 보니 교회도 함께 쇠퇴하고 있다. 작금에는 아예 가정을 이루려고 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결포(결혼포기) 청년’들이 일본을 앞질렀다고 한다. 서글픈 소식이다. 경제 불안이 가중되면서 결혼을 포기하는 30~34세 남성 미혼율은 55.8% 그리고 25~29세 여성은 77.8%로 급증했다. 1995년 19.4%에서 2005년 41.3%, 2015년 55.8%로 10년 주기로 급증했다. 일본 37.5%, 47.1%, 47.3%로 10년 주기로 완만하게 늘면서 증가율 둔화가 뚜렷했다.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추세는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더 증가할 조짐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사회학적인 요인으로만 판단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저변에 깔린 가치관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가정의 중요성과 다음 세대에 대한 꿈이 없다. 먹고 살기에 급급하다 보니 사회의 가장 근본인 가정을 왜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다. 그리고 자녀들을 생산하여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이루어야 하겠다는 미래의 꿈도 희망도 없다. 정부는 드러난 현상에 땜질씩 처방을 내놓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에서 계속 헛발질만 하고 있다. 출산 장려와 유아 수당 그리고 영유아 돌봄 더 나아가 신혼부부의 주거문제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비혼, 혼족, 결포, 저출산, 이혼 등의 산적한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10년이 지나도 끝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러다가는 엄청난 비용과 경제적인 손실만 낳고, 허탈감에 빠질 뿐이다.

대안은 어릴 적부터 자녀들과 다음 세대에 가정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것이다. 가정의 중요성과 자녀 출산의 당위성과 필연성을 가르쳐야 하는 곳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교회이어야 한다. 이상적인 해결 방안은 세 기관이 함께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 교육하고 독려하는 것이다. 고정 관념에 갇힌 가정과 교회는 이러한 일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경제발전을 이루어 자녀들을 공부시켜 성공시키는 데만 급급했지, 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무관심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이웃 전도와 세계선교는 강조했지만 너무나 소중한 가정을 이루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가르치지 못했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가 결혼해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을 받아 누리게 하는 일의 중요성을 등한시했다. 지금도 교회 성장과 치유와 기복 신앙을 부추기는 교회들이 부지기수이다. 이제는 고정 관념과 잘못된 신앙생활의 틀을 깨고 혁신을 통해서 가정과 다음 세대를 살리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성도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어 어릴 때부터 쉐마교육(말씀교육)을 통해서 왜 가정을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하고, 교회에 오는 성도들에게도 가정의 중요성과 자녀 생산과 양육에 대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점점 가정이 붕괴하고 줄어들면서 다음 세대, 미래세대는 꿈도 꿀 수 없고, 교회는 내리막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이슬람에서는 어릴 적부터 가정을 이루어 자녀들을 많이 생산하도록 독려하여 그 세를 불려가고 있고, 복음을 부인하는 유대인들은 그들의 잘못된 신앙에도 불구하고 가정공동체를 통해서 그 영역을 점점 확장해 가고 있다.

개신교는 가정에 대해서 손을 놓고 있다. 교회 안에 ‘비혼족’, ‘결포 청년’들이라도 있으면 가르치기라도 하겠지만, 아예 그들의 존재조차도 없는 황량한 들판이 되었다. 주일학교 없는 교회가 부지기수이다. 간혹 유치부 유년부 중고등부 학생들이 가뭄에 콩 나듯이 손꼽을 정도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가정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교역자들의 목회 철학 전환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교회 구성원들의 생각과 생활의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기존의 신앙생활과 가정생활을 계속한다면 가정의 붕괴로 인하여 교회 문은 급속도로 닫힐 것이다. 이는 교회 사이즈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을 창조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바르게 파악하고 순종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이다.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정교회가 회복되어야 한다. 가장이 제사장이 되는 가정목회가 회복되어야 한다. 잘못된 고정 관념의 틀에서 형성된 비뚤어진 가정관이 바뀌고 변화되어 혁신으로 나아가는 길만이 가정과 교회와 더 나아가 민족이 사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