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 목사, 이야기로 듣는 목회학

김윤하 목사(참빛교회 담임)

신문이나 행사에 나가는 사진 밑에는 항상 학력과 경력을 기록합니다. 나는 스팩이 별로 없어서 두 세줄 정도면 끝입니다. 그래서 가끔 전화가 와서 더 기록할 경력이 없느냐고 묻습니다. “예 저는 한 교회에서 24년 동안 목회만 한 목회자일 뿐입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우리 사회는 스팩 8종 세트(학벌, 학점, 토익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인턴, 봉사활동, 성형)를 갖추어야 사회 적응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영향력으로 목회자들의 명함에도 빈틈이 없이 경력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제 은퇴를 앞에 두고 나는 어떤 스팩을 가지고 목회를 했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지만, 무엇이 그 은혜를 은혜 되게 했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깨닫고 보니 나에게는 남들이 갖지 않은 많은 스토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신비로운 신앙의 경험과 기적들을 몸소 체험했었습니다. 젊은 시절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곁에 있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남다른 인생의 스토리가 쌓여 있고 인생의 실패와 고통을 겪었던 비참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후배들에게 한 마디로 권면하고자 한다면 “스팩 보다 스토리로 목회하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많이 배우고 스팩을 쌓는 일을 중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제 목사가 되었으면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목회는 스팩이 뛰어난 분보다 스토리가 탁월해야 잘 감당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목회자로 부르시고 신학을 공부하게 하고 목회의 방법을 훈련시키지만, 그보다 스토리를 더 많이 준비시킨다는 사실입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이른 아침에 산책하였습니다. 분주했던 여름과는 달리 한산한 겨울바다가 깨끗하고 투명해서 마음까지 시원했습니다. 그래도 새벽부터 걸었던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았습니다. 여러가지 문양들이 모래위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내가 살아 온 인생의 발자국들도 남아 있겠구나! 어떤 삶의 문양을 남겼을까? 생각을 더듬게 되었습니다. 숨길 수없는 진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진 글 - 김윤하 목사

스토리를 만드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바로 교인들의 가정을 심방하는 일입니다. 심방은 목회자의 영성과 야성을 키우는 일이면서 가장 많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삶의 현장입니다. 목사가 심방에 게을러지면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고 무디어집니다. 나는 개척을 하면서 심방에 올인하였고 그로 인해서 내 영혼이 살아나고 기적을 맛보면서 수많은 스토리가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교회가 성장하자 심방이 약화되면서 자연히 현장을 잃어버리고 영성이 무디어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인들과 삶의 애환을 함께 나누면서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는 곳에서 진솔한 스토리가 생겨납니다.

내가 스토리를 만드는 두 번째 방법은 넓은 세상, 다른 세상을 접하는 것입니다. 폭넓은 여행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나 문화나 전통을 접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나는 성지를 여러 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성경의 현장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어느 교수님이 “열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번 여행하는 것이 낫다.”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는 스토리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꼭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자연만을 접해도 스토리는 다가옵니다.

내가 스토리를 만드는 세 번째 방법은 창조적인 관찰을 통해서 만드는 스토리입니다. 나는 7년 동안 사진 한 장과 그 사진이 주는 메시지를 카스를 통해서 성도님들에게 보냅니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모든 사물이나 사람이나 대상에게서 메시지를 찾습니다. 지금은 2200번 정도 올렸는데, 주일 말고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모든 사물에는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 바로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이런 스토리가 제 설교를 기름지게 하고 다양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이 세 가지가 저의 핵심적인 방법입니다.

목회자는 항상 특별하게 세상을 관찰하면서 스토리를 찾아야 예언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가 있습니다. 성경을 통해서 듣는 경이로운 메시지가 있는가 하면 자연을 통해서 세상을 통해서도 경이로운 메시지를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심령에 스토리로 담겨야 합니다. 메시지는 이성적으로 들려올 수도 있지만 스토리는 전 인격적으로 내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매일 하나님의 메시지가 스토리로 내게 담겨야만 설교가 실제적이 되고 교인들에게 쉽게 전달될 수가 있습니다. 스토리를 찾는 일은 각자 다르겠지만 어떤 방법으로든지 스토리를 찾아 쌓아야만 좋은 목회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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