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헌옥 목사

이기주의는 자기의 행복만을 꾀하는 행위에 목적을 두는 주의를 말한다고 사전적으로 정의한다. 도덕설로 보면 자기만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 입장을 가진 사람을 이기주의자라고 한다. 물론 이기주의자 가운데는 타인의 이익을 꾀하는 것을 수단으로 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도 있다. 쉽게 말하면 목적은 자기 이익인데, 타인을 수단으로 끌어다 이용하는 것이다.

지나친 자기중심주의적 사람이다. 어린아이들이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남을 핑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른 사람의 견해는 깡그리 무시하고 오직 자기의 뜻만을 관철하려는 유아기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 할 것이다.

에릭 프롬(1900-1980)은 “애기(愛己) 와 이기(利己)는 다르다. 애기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고, 이기는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남과의 조화를 생각한다. 따라서 애기는 자기를 사랑하지만 남을 해치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기는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면 사람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 이에 대해 본능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애기와 이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학자들은 이기주의를 심리학적 이기주의와 윤리학적 이기주의로 나누어 고찰한다. 심리학적 이기주의는 모든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며, 그에 따라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주장이다. 윤리학적 이기주의는 인간의 행동을 해석하려는 심리학적 이기주의와는 반대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이론을 펼친다.

심리적 이기주의는 모든 인간의 본성에 대한 보편적인 주장으로, 각자는 항상 자신의 이익(선)을 증진하기 위하여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비이기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위도 실제로는 이기적이다. 각자는 항상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혹은 가장 싫어하지 않는 것을 한다. 자신의 복지에 대한 관심은, 동기 상의 강도로 볼 때, 다른 사람의 복지에 대한 관심보다 더 강하다.

그러나 윤리학적 이기주의는 자기 자신만의 이익이 최선의 가치이며 그것만을 추구하면 된다는 극단적인 견해이다. 윤리학적 이기주의의 출발은 심리학적 이기주의에서 출발하지만 윤리학적 이기주의만이 인간의 동기와 일치 하는 유일한 윤리적 규범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원리가 만일 모든 사람에 의해 일관성 있게 실천되면 다른 어떤 규범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이익이야말로 유일하게 타당한 표준이며, 모든 개인은 각자의 이익을 가장 많이 증진시키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적이기주의는 결국 자신만의 이익을 증대 시키려다 보면 그 이익이 서로 충돌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어 모순이다.

우리는 이타적으로 보여 지는 행위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에 대해서도 그들은 어떤 사람이든 순수하게 이타적 혹은 비이기적으로 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타적으로 행하지 않을 것이고 할 수도 없다. 본질은 오직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동기뿐이라고 주장한다.

그 예를 이렇게 설명한다. 신을 믿는 것은 축복을 받으려 함과 심판을 모면하고자 하는 것이니 그 심리는 윤리학적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선을 베풀 때 사람들에게서 박수를 받고자 하는 것이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한 것은 다 이기주의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분명히 윤리적 이타주의는 존재한다. 물론 자신은 무엇이 자신에게 유익한지 알 수 있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는데 그에게 유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행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이라고 말할 수 있고, 설혹 안다고 하더라도 자기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라면 할 수도 없는 일일 수도 있다.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서 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밖에는 없을 것이다.

심리학적 이기주의를 생물학적 이기주의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먼저 본능적 측면에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육체를 가진 모든 동물은 생존하여야 한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잠을 자야 하고, 먹이를 먹어야 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해야 한다. 야생의 육식동물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다고 하여 그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모든 생물은 어느 면에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 먹이사슬이 있으므로 해서 생물계는 질서가 있고 조화가 있게 된다. 따라서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 측면에서 다른 것을 희생하여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이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육체를 가진 동물의 하나이다. 그래서 먹고 입고 자야 한다. 먹고 입고 자는 데 필요한 것을 구해야 한다. 그런 것을 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것을 희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분명히 본능적 측면에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식물을 채취하고, 동물을 사냥하고, 이웃을 약탈하였던 과거 원시인들의 생활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도 먹이사슬의 한 연결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실 본능적인 측면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바로 생물학적 의미에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도 생존하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생존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축적을 위한 것이냐가 문제로 떠오른다. 즉 먹이사슬의 연결고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든 이기주의는 위험하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어느 한도에서 멈출 수가 없기 때문에 심리학적이든 생물학적이든 이기주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은 없다. 실제로 먹이사슬의 연결고리를 파괴하는 것이 다름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자처럼 이기주의를 학문적으로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적 이기주의냐 윤리학적 이기주의냐, 혹은 생물학적 이기주의냐 하는 것은 학자들이 교단에서 학문적으로 다룰 일이다.

다만 오늘의 사회가 너무 이기적으로 흘러감에 안타까울 뿐이다. 나만 잘살겠다고 야단이다. 그래서 편법과 불법이 난무한다. 내가 만든 식재료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나는 알 바가 아니다. 오직 한 푼이라도 이윤을 더 남기는 것이 나의 이익이라는 도그마에 빠져있다. 그리고 또한 모두가 다 나만 옳다고 주장한다. 네 말도 옳으니 고려해 보자고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쪽만을 지지하고 다른 쪽은 없어져야 할 원수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기주의자들이 권력을 쥐었을 때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들만이 윤리적이고 그 반대쪽의 사람은 비윤리적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가차 없이 칼을 들이댄다는 것이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네 편은 무조건 그르다는 인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상생의 길과도 거리가 멀고 결국 복수극으로 끝날 것이다. 그리고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가운데 서 있는 국민만 애꿎은 일을 당하는 것이다.

복음서를 읽는 가운데 주님의 삶을 살펴보니 그는 자기를 파는 원수도 직접 응징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거두어 주려는 모습을 보이셨다. 이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만 하신 것이 아니라 행동까지 보이신 것이다. 죄로 담이 막혀 원수 되었던 우리도 사랑하셔서 십자가에 자신의 몸을 내어 주시기까지 하셨다. 진정으로 이타적인 삶을 사셨다. 그리고 그 주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살라고 명령하셨다. 물론 기독교를 이타주의적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이기주의에 대항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의 제자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 베드로가 그랬고 바울이 그랬다. 제자 요한은 요한복음에서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4번이나 연이어 말씀하셨다. 요한1,2서에서는 무려 6번이나 서로 사랑하라고 권하였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이타주의가 아니겠는가?

실제로 기독교의 이타주의가 온 세상을 덮고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정신이 승리한 것을 말해 준다. 이기주의적 사회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우리만이라도 이타적인 사상으로 하나 되어 윤리적, 심리적, 생물학적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결국, 승리가 예정되어 있는 이타주의 편에 서지 않고 어디에 함몰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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