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피로 세운 교회라고 믿고 고백한다. 그러면서도 교회 안에는 사람에게 명예를 주고 사람의 공로를 치하하는 일들이 별 생각 없이 행해지고 있어서 매우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런 일들이 점점 일반화돼 가면서 전에는 조심스러워하던 교회들도 이젠 쉽게 그리고 당당하게(?) 행하고 있다. 이런 일들에 대해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경외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반성해보아야 한다. 교회지도자들 중에 모든 영광과 존귀는 주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명예ㅇㅇ

근래는 법적으로 정해진 나이를 넘었거나 혹은 아직 신앙적인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명예”란 이름을 붙여 직분자로 임명(?)하는 교회들이 많다. 명예장로, 명예집사, 명예권사 등이다. 어떤 교회에서는 정년 때문에 서리집사로 임명할 수 없는 교인들에게 명칭집사란 이름으로 임명을 한다고 한다. 심지어 새로 부임한 담임 목사가 이를 고치려 하자 장로들이 크게 반발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교회가 인간 놀음판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격 없는 교인들을 명예란 이름을 붙여 직분자로 임명하는 것이 대관절 가당한 일인가?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섭섭해 하니까” “무슨 직분이라도 주어야 교회 일에 협조하기 때문에” “신앙생활을 격려하기 위해서” 이런 이유를 대지만 대관들 이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합당한 이유가 되는지 묻고 싶다. 목회자들이 교인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이런 불신앙적인 일을 행하면 어떻게 말씀을 성경대로 강론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공로ㅇㅇ

장로교에서는 같은 노회에서 15년 이상 목회를 하면 노회가 공로목사라는 칭호를 수여했다. 그러더니 근래에 와서는 장로들도 교회에서 공로 장로라는 명칭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시무기간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하여 원로가 되지 못하지만 15년 이상이면 공로장로라도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주장이다. 이것이 아직은 일반화 되고 있지는 않으나 몇몇 교회들이 이런 일을 하게 되면 또 유행처럼 순식간에 퍼져나갈 것이다.

교회의 주는 그리스도다. 우리는 그 앞에 무조건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가 십자가에서 보혈을 흘려 우리를 속량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명예를 탐하며 자신의 공로를 주장한다는 말인가? 요즘 한국교회는 너무나 비신앙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을 너무나 쉽게 하고 있어서 과연 목회자나 교인들이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섬기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사야 선지의 말씀대로 입으로는 “주여, 주여” 하지만 마음은 멀다.

원로ㅇㅇ

원로란 명칭은 원래 목회자가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분들에게 은퇴 후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교회 전통이 오랜 구라파나 미주지역의 교회들에는 이런 명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거기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어서일 것이다. 한국교회의 경우 원로라는 명칭은 단순히 장기간 시무 후 은퇴하는 목회자에게 교회가 생활비를 지급하겠다는 내용뿐 아니라 존경과 명예로 추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한 증거는 원로장로를 세우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원로 장로의 경우는 연금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야말로 장기간 시무한 경력에 대한 우대이며 명예이다. 넓은 의미에서 목사나 장로가 다 장로인데 목회자만 우대를 받고 명예를 얻게 하는 것은 공평치 않다고 해서 원로장로 제도가 생겼다. 여기서 거듭 말하지만 그리스도가 피로 세운 교회에서 명예직을 수여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이냐는 것이다.

“원로”라는 말의 사전적인 뜻은 “어떤 일에 오래 종사하여 공로가 있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는 “연령과 덕망이 높은 어른”을 뜻한다. 이런 뜻을 안다면 교회 안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함이 합당치 못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지존무상하신 하나님, 만유의 주이신 그리스도가 좌정하신 자리에서 누가 감히 어른으로 불리며 공로를 자랑할 수가 있겠는가? 어쨌든 명예니 공로니 원로니 하는 명칭들은 코람데오 신앙에 전혀 맞지 않다.

이는 주님의 공로를 약화시키는 인본주의적이고 세속적인 발상이다. 목회자가 20년 이상 장기사역을 하고 은퇴할 때는 따로 원로목사로 추대한다는 형식은 생략하고 누구에게나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사람을 받드는 것 같은 명칭은 없애고 연금은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보에서 자주 주장해 온대로, 더 공평하게 하려면 교단의 은급제도가 완비되어 목회자가 어디에서건 20년 이상 사역을 했다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목회자나 교인들이 교회에서 명예와 권세를 얻으려 하는 것은 교회의 주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불경이요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라는 성경말씀이나 종교개혁자들의 캐치프레이즈에도 어긋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예사로 해오던 관습들을 하나님 앞에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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