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기결정권과 12가지 피임법을 배우는 아이들

이재욱 목사(Bright teens 청소년 전문 연구소 소장)

필자가 지난 ‘대한민국 공교육 교과서 성교육 문제(1)’을 통해 다뤘던 내용은 젠더와 섹슈얼리티,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한창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청소년들에게 생물학적 성(sex)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젠더, 섹슈얼리티, 성적지향을 가르친다는 자체가 기독교인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임을 모두가 공감 했을 것이다.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일부 사람들이 둘러댄다 한들 대부분 이를 반대하는 기독 학부모들의 질타를 피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의외로 크리스천이 아닌 학부모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차피 알게 될 것이므로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것에 대해서도 괜찮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이러한 직접적인 인터뷰를 하다보면 우리 사회가 젠더, 섹슈얼리티, 성적지향에 대해 어느 정도로 열려있으며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살펴보겠지만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특히나 교육계에서는 동성애적인 문화적⸳사회적 풍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라 우려스럽다.

현재 교육학계는 문화적 다양성과 평등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동성애를 친근하게 만들고 있으며 교육이라는 통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학습하며 받아들일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이들은 젠더, 섹슈얼리티, 성적지향 등 과거에는 있지도 않았던 개념들을 체계화 시키려는 시도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젠더 교육을 공교육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의 구호

위와 같은 입장에 있는 분들은 젠더 문화가 이미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성소수들에게 가해지는 차별(동성애 진영의 주관적 판단에 근거한 차별)을 하지 말고 그들의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교육을 통해 현재 학생들에게 점진적으로 가르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바 성경은 하나님께서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만 만드셨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성경은 제 3의 성(性)을 인정하지 않는다. 제 3의 성을 쫓으며 추구하는 행위를 ‘명백한 죄’로 보고 있다(레18:22, 20:13, 롬1:26-27). 그러나 현재 교육부 지침은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남성이면서 여성의 성 정체성 혹은 그 반대) 차별해서는 안 되며, 그것이 그 사람의 정상적인 성 정체성이고 다름임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어떠한 사람이 다른 지향성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를 차별해서는 안 되겠으나 그러한 현상을 보고 이것은 정상이니 받아들일 것을 독려 및 강제하는 것은 다른 얘기로 보인다. 또 현 교육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는 성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하는 이 시기에 이성애적 성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로 하여금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 정체성 혼란(동성애 지향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로 하여금 이성애적 성향을 가질 수 있게 돕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적 성향을 확립하도록 하는 위험 요소가 있음도 지적하였다. 이러한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은 교회로 돌아와 동성애는 죄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것임을, 오히려 교회가 이러한 동성애자들을 사랑으로 품지 못하고 핍박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들이 있음을 언급하였다.

이번에 함께 살펴볼 문제는 교과서에 나오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피임에 관한 것이다. 물론 필자가 중학생 때도 자기 결정권과 피임에 대해 배웠다. 그러나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 내용이 어떤지 교과서를 직접 살펴보도록 하자.

문제 ⓷ 성적 자기결정권과 피임

기존 부모세대들도 중⸳고등학생 시기에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배웠다. 이전에 부모세대들이 배운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적인 위험행동에 노출된 상황 일 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차원의 것이었다. 원치 않는 성 행동을 요구하는 상대를 향해 ‘싫다!’ 라는 의사표현을 과감해야 한다는 골자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학교 수업시간에 직접 해보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직접적으로 “안 돼!” 혹은 “아니야! 싫어!”라고 외치는 교육 받지 않았더라도 선생님께서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외쳐야 해야 해!’ 정도의 행동 강령을 배웠을 것이다. 그마저도 아니라면 학교 캠페인이나 공익광고 등을 보여줌으로 끝냈을 것이다. 어떤 모양에서건 청소년기에 성 행동 요구에 있어서 거절하는 측면으로 배웠을 것이다.

여학생들의 경우, 정확하고 단호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여 그 상황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배웠으며, 남학생들의 경우, 여학생들의 단호한 “안 돼!” 혹은 “아니야! 싫어!” 라는 거절은 실제로 원하지 않아서 거부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여학생들이 속으로는 좋으면서 그냥 좋다고 할 수 없으니 거절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임도 단단히 교육을 받았다.

그렇다면 현재 성적 자기결정권의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물론 위와 같은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성 행동에 있어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 방점을 두고 배운다. 당연한 말이 아닌가! 그렇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성인이 될 때까지 성 행동을 보류하거나 미뤄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지는 않는다. 학부모들의 학창시절에도 이렇게 가르친 교사가 있었을 것이나 적어도 성인이 되기까지는 우리가 아직 학생이며 어리기 때문에 미뤄야 한다는 것도 함께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교과서의 내용을 보면 그러한 사실도 약간 기술하고 있으나 청소년 역시 주체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음으로 성적인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여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서술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런 내용을 서술하는 교과서들은 한결같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다양한 종류의 피임을 아주 상세하게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순서로 학생들이 정보를 습득하고 배운다면 무슨 생각들을 할지 짐작이 된다.

필자가 직접 교과서를 살펴본 뒤 처음 떠오른 생각은 ‘청소년 성관계를 부추기는 것인가?’라는 생각이었다.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인해 성 행동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본인에게 있으며 피임만 하면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으니 성관계를 가져도 괜찮다’는 전개 방식인 것 같아 불쾌하였다.

이런 이유에서 이었을까! 필자가 교회 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교육 할 때 사전 설문지를 받으면 청소년들의 70~80%정도가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하였다. 이유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결정 하에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 는 것이다.

이제 교과서 내용을 직접 살펴보도록 하자.

중학교 <기술⸳가정⓵> 교과서(2018) 지학사 p. 23

위의 내용을 보면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맞는 말을 가지고 학생들은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교회 안 학생들의 70~80% 가량도 ‘사랑과 책임감이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든지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 혹은 ‘사랑과 책임을 바탕으로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다시 말하면 지금 교회 안 청소년들도 혼외성관계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의 이러한 높은 응답률이 대부분 미디어의 영향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대답한 내용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었다.

필자가 여러 교회에서 성교육 강의를 진행하며 한결같이 성경에서 말하는 바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성은 혼인관계 안에서만 주어져 있음을 말하면 많은 경우 학생들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짓거나 그러한 생각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현장에 있으면 기독인 가정 혹은 교회에서 공교육 보다 앞서 성교육을 필히 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아래 교과서 내용도 보자.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서(2017) 금성출판사 p.68 / 자료제공: 생명인권학부모연합

보시면 너무나도 맞는 말이 기술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어떻게 보면 오역의 여지도 들어있다. 우리가 타인의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 할 수 없듯이 학생들 입장에서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친구들도 자신이 내리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 할 수 없다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와 같이 주장하는 청소년의 주장을 두 눈과 귀로 보고 들었다.

아래 교과서 삽화는 어떠한가. 의도성을 가지고 있는 불필요한 말풍선들이 들어있다고 본다. 필자가 보건데 성적 자기결정권과 연관되어 피임을 가르치며 안전하게만 한다면 성관계를 해도 무방할 것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중학교 <보건> 교과서(2015) 지구문화출판사 p. 76/ 자료제공: 생명인권학부모연합
고등학교 <보건> 교과서(2009) 천재 p. 91 자료제공 : 생명인권 학부모 연합

아래 교과서를 보면 ‘나의 아름다운 성을 지키는 방법’이 큰 주제로 기술되어 있다. 과연 나의 아름다운 성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 피임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밖에도 12가지의 피임방법을 학생들에게 자세히 가르쳐주고 있다. 결혼한 신혼부부들도 잘 모르는 피임법까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독자들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청소년들이 질외사정이나 점액관찰법 같은 내용들도 알아야 하는 것인지 당황스러울 뿐이다.

중학교 <기술⸳가정> 금성출판사 p. 35 / 자료제공: 생명인권학부모연합
중학교 <기술⸳가정⓵> 교과서(2018) 지학사 p. 26

청소년들이 피임에 실패했을 경우의 사례들을 적어놓았다.

중학교 <기술⸳가정⓵> 교과서(2018) 지학사 p. 29
중학교 <기술⸳가정⓵> 교과서(2018) 지학사 p. 27

위와 같은 내용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독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청소년들이 위와 같은 내용들을 배우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청소년기에 서로 사랑하고 믿음이 간다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통해 성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에 따른다. 피임을 통해 청소년기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만 한다면 성적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생각을 할까 우려가 된다.

청소년기에 이러한 내용들을 가르치면 성 위험 행동이 줄어드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기존까지 연구된 청소년 연구 자료들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성 위험 행동에 노출된 순간에 내리는 결정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성에 관한 지식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여태 배우고 쌓여왔던 도덕적 힘과 성품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성교육은 생물학적 지식이나 성적 자기결정권의 강조 혹은 피임 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제대로 된 청소년 성교육은 성윤리와 생명윤리, 도덕적 성품과 도덕적 가치관 확립, 남녀의 사회적, 심리적, 생물학적 이해와 인간관계의 기술, 가족의 소중함 등을 포괄적으로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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