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참빛교회 원로목사)

​이번 성지순례에 함께하셨던 선교사님이 지금 이 시기의 이스라엘은 모든 자연환경 즉, 모든 계절을 동시에 다 누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해에서는 수영을 하고 헐몬산에는 스키를 타고, 갈릴리 근처에서는 꽃놀이를 즐길 수 있고 예루살렘 근처에는 밀이 익어가는 초가을 날씨를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멋진 계절에 이스라엘을 순례하면서 4 계절을 다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감동적입니다. 특별히 곳곳마다 겨자 꽃이 만발하여 예수님의 비유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누군가 “성지는 또 다른 성경입니다. 성경의 배경을 생각하면서 걸으면 생생하게 성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라고 말했는데 매우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성지를 올 때 단순하게 지식적인 차원에서 성지를 대하면 관광하는 여행 정도로 끝나게 됩니다. 그러나 영적인 눈을 열고 바라보면 성지가 또 하나의 성경처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예전에 제가 성지를 방문했을 때가 보통 1,2월 달 이어서 황무한 산지와 이른 백합화 외에는 자연에서 받은 감동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지의 봄이 익어가는 멋진 자연환경에 특별한 은혜를 누리면서 감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자라나셨던 환경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나사렛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시면서 자연이 주는 감동과 은혜를 누구보다 더 많이 받았을 것이고 그 자연 속에서 더 하나님에게 가까이 나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고달픈 청년 가장으로 살았지만 결코 감성이 메마르지 않고 말씀 속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은 이런 자연환경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솔 유적지에 핀 꽃 @ 사진 김윤하 목사

골란고원으로부터 시작하여 갈릴리 호수 근처와 데가볼리 지역까지 온통 겨자 꽃과 노랑색 쑥갓 꽃과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만발한 것을 눈으로 마음으로 보며 그 향내를 호흡하면서 이곳에 흠뻑 빠져 떠나기 싫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넓은 평지가 모두 꽃동산으로 펼쳐지는 모습은 난생 처음 경험한 황홀함으로 나의 추억의 창고 중심에 특별하게 그려지게 되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담았어도 이 광활하고 오묘한 자연을 어떻게 다 가질 수 있겠습니까?

이 감격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이 회상되면서 바다와 산과 들과 시내를 다 가지고 있었던 멋진 환경이 늙어서도 메마르지 않는 따뜻한 감성을 가질 수 있게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배고픔과 고달픈 삶이 안타깝게 여겨지기 보다는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자란 것이 축복 같이 여겨집니다. 자연은 하나님의 모습을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 중에 나도 모르게 찬양이 흘러나오고 감사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모압 들판의 꽃들 @ 사진 김윤하 목사

길을 걸으면서 나는 홀로의 순례가 아니라 바로 내 곁에서 자연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주님의 모습을 보고 음성을 들으며 주님의 체취를 느낍니다. 한 송이 꽃이나 풀도 사랑스럽게 바라보셨던 주님이 사랑으로 다가오고 계셨습니다. 아름다운 갈릴리 호수에 배를 띄우시고 말씀하시고 주변 산등성에서 꽃향기를 맡으시면서 팔복을 선포하시고 병자를 고치셨던 내 사랑하는 주님이 오늘은 황홀하게 그리고 신비롭게 제게 다가오시면서 제 마음을 만져 주시고 속삭여 주셨습니다.

“윤하야! 정말 아름답지 나도 이 길을 걸으면서 꽃들과 나무와 자연에게 언제나 축복했다. 너도 그들을 축복하면서 사랑해라. 네 입술이 내 말씀이 되라.” 그 음성을 들으면서 아하! 자연을 향해서도 설교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지금 주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고 걷고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 안에 가장 강열하게 보이는 것은 자연 속에 사람 속에 보이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자연이 빛나면 빛날수록 주님은 더 찬란하게 나에게 다가와 동행합니다. 이 감격을 온통 마음에 안고 걷는 길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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