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목사(본사 편집장,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설교학 Ph. D)

아직도 성경에 나오는 옛날이야기를 믿냐고?

21세기 대한민국 기상 과학자도 “해돋이” “해넘이”라고 기록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적응으로 계시

 

블랙홀 그림자 찍는 시대

지난달 미국과 일본, 유럽, 한국 등 200여 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사건의지평선망원경(EHT)` 연구진이 블랙홀의 그림자를 찍었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6개 대륙에 있는 8개의 망원경을 연결해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거대 은하 `M87` 중심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직영 400억 킬로미터로 지구의 3백만 배인 이 블랙홀이 뿜어내는 “방사선 에너지”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이 20년간 추진한 결과라고 한다.

사건의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제공

하나님은 사람의 언어로 말씀하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홀의 사진까지 찍어내는 시대에 아직도 성경에 나오는 옛날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있는가?’ 최근 어느 역사 학자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과 학문이 발달한 이런 시대에 아직도 성경 이야기를 믿냐면서, “직업적으로 경전에 있는 말씀을 전하지 않을 수 없어서 고뇌”하는 목사들을 위로까지 하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시기 바란다.

“계시의 진전”이라는 측면을 인정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유일신 사상을 발전시켰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기존의 편집 비평학자들의 주장과 유사한 주장이기에 전공 분야 외의 학문적 토론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늘은 그저 설교학자로서 성경을 읽고 해석할 때 꼭 필요한 관점을 하나 말씀드리려고 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이다. 하나님이 사람의 언어로 말씀하셨다. 그것도 성경이 기록된 그 당시 사람들의 언어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의 text를 읽을 때 반드시 context를 고려해서 읽으라고 가르치고 배운다. 본문의 언어를 그 당시의 문화, 역사와 사회적 배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이것은 강해 설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지구의 자전이 해를 통과하는 시점?

보이지 않는다는 블랙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오늘도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대한민국 기상청이 1월 1일 해돋이 전망을 다음과 같이 예보한다. 

“(해넘이 전망) 31일 오후에는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구름이 발달하여 서해안(경기서해안 제외)과 제주도에서는 해가 지는 모습을 보기 어렵겠으나, 그 밖의 지역에서는 구름 사이로 볼 수 있겠음. 

(해돋이 전망) 새해 첫날인 1월 1일에는 동해 먼바다에 낮은 구름이 끼겠으나, 전국 대부분(전라서해안과 제주도 제외) 지역에서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하늘 상태를 보여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겠음.”

블랙홀 사진을 찍는 시대에도 대한민국 기상청 국가기후 데이터센터 예보분석팀의 과학자들은 ‘해가 뜨고 해가 진다.’라고 말하고 기록한다. 사실 해가 뜨고 넘어가는 게 아니고 지구가 자전하는 것이다. 해돋이와 해넘이라는 말은 천동설에 근거한 말 아닌가? 그렇다면 대한민국 기상청 예보분석팀은 천동설을 믿는 사람들인가? 이 현상을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은 21세기에도 “해돋이”와 “해넘이”라는 말밖에는 없어 보인다. 자전하는 지구가 해를 통과하는 시간이라고 말하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해돋이 해넘이/ 사진@김윤하 목사 (2017.12.30)

사람을 위해 적응하시는 하나님

블랙홀 그림자 사진을 찍는 시대의 기상 과학자들조차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라고 말한다.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몰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니다. 당시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당신의 뜻을 계시하셨다. 이것을 칼빈은 하나님의 적응(accommodation)이라고 했다. 하나님께서 사람의 수준으로 적응하셨다는 말이다. 하나님 보좌 우편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 오셨다. 그리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씀하셨다.

성경은 바로 이 하나님의 적응하심으로 우리에게 계시되었다.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로 말씀하신다. 그 언어를 또한 각각의 장르에 담아서 말씀하신다. 시로 말씀하시고, 편지로 말씀하시고, 묵시로 말씀하시고, 내러티브로 말씀하시고, 역사로도 말씀하신다. 어거스틴과 칼빈도 “만일에 탁월한 천문학자가 되려고 한다면 성경 본문을 근거로 천문학을 연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왜 그랬을까? 성경은 천문학자들을 위한 논문 혹은 보고서라는 장르로 계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로 말씀하신 본문은 시로 읽어야 한다. 시를 천문학 보고서의 관점으로 읽으면 안 된다. 시는 시로 읽어야 그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진리를 이해할 수 있다. 내러티브는 내러티브로 읽어야 하고, 편지는 편지로, 역사는 역사로 읽어야 한다. 만약 성경 기록 당시 사람들에게 과학 논문이 보편적이었다면 그렇게 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1세기 블랙홀 그림자 찍는 시대의 기상 과학자라 해도 ‘해가 돋고 해가 진다.’고 말하고 기록한다. 하나님도 그렇게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여전히 성경을 믿는다

성경의 내용이 오늘날 과학적 상식으로 보면 말이 안 된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자.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말해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칼빈이 강조하는 하나님의 적응은 사실 하나님의 한 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과학과 학문이 이렇게 발전한 이 시대에 아직도 성경 이야기를 믿느냐고? 그렇다. 성경을 통해서 우리를 위해 적응하시기를 마다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한다. 그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를 위해 적응하셨을 뿐만 아니라 독생자의 목숨까지도 내놓으셨다. 성경은 그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 한량없는 은혜를 일관되게 말씀한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생명 얻게 하기에 충분하고 완전하다.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요한복음 20:31).

보도에 의하면, 이번 블랙홀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 과학자들도 “블랙홀 주변의 빛나는 고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리고 물체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라고 겸손히 인정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 세계에 대해서도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고백할 줄 아는 자연 과학자들에게 배운다. 그들은 조금 안다고 하나님을 규정지으려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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