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상

 

정돈화(전라노회 광혜교회 원로목사)

흔히 요즘은

좋은 세상이라 한다

 

무명옷 사이로 파고드는 한기에

몸을 웅크리고

손가락 발가락 동상에 퉁퉁 부어

모닥불 한바탕에 행복했던 그 시절

혹독한 보리 고개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변색한 콩깻묵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했던 시절

사탕 한 알을

몇 아이가 빨아가며 좋아했던 시절

최루탄이 난무하는 거리

전경대 사이를 뚫고

갈 길을 잃고 헤매던 그 시절

분명 좋은 세상 아니다

 

참으로

철철이 좋은 옷 입고

입맛 따라 배불리 먹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내는

대통령을 욕해도

잡아가는 사람 없는

요즘 세상 참 좋은 세상이다

 

그래도 못 살던 옛날에는

부모 죽이는 자식 없고

갓난 아이 한강에 던지는

그런 부모는 없었다

이웃사촌이 있었고

못된 자식 나무라는 어른이 있었고

어른이면 무조건 공손히 절하는 젊은이가 있었다

 

과욕과 교만과 쾌락과

돈의 가치가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고

사람 목숨 우습게 여기는

요즘 세상 결코 좋은 세상 아니다

 

좋은 세상은

먹고 사는 문제만이 아니라

인격도 높아지고

세련된 매너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심도 높아져야 한다

가족애, 인간애도 높아져야 한다

정말 태초부터 있었던

소중한 가치를

기본적으로 지켜야 좋은 세상이다

 

공의가 강같이 흐르고(암5:24)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가득한(합2:14)

세상이다

 

남아공 False Bay 사진@구봉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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