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퀴어축제 현장 리포트 (2)>

-서울퀴어축제 둘째 날, 그들은 광장에 모여 무엇을 했는가?

-퀴어축제 둘째 날 참여자 중 청소년 35%, 청년 55%, 아동&부모세대 10%

-오프라인을 통한 커뮤니티 형성, 서로의 정체성과 소속을 찾는 현장

 

2019년은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회째를 맞이하는 해이다. 축제를 기획하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특별히 기념하기 위해 퍼레이드가 있기 전날인 5월 31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서울핑크닷’이라는 행사를 하였다. 31일 행사에는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는 ‘퀴어’들과 지지자들이 20주년이라는 특별 야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직장과 학교가 마치자마자 달려온 듯하였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사람들이 왔지만,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수가 모이지는 않았다. 또한, 설치된 부스도 1/4밖에 차지 않았다. 메인 행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퀴어의 뜻: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단어로,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인터섹스(intersex), 무성애자(asexual) 등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시사상식사전)

그러나 다음날인 6월 1일 토요일, 메인 행사라고도 할 수 있는 행진이 있는 날, 육안으로 보았을 때 전날 대비 4배 이상의 사람들이 참석한 것으로 보였다. 부스 또한 모두 찼고, 그것도 부족하여 없던 부스 없이 테이블만 설치해 놓은 곳도 있었다.

<6월 1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진행 중이었다.> 십대 청소년들이 많이 보인다.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젊은 10~20대로 보였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고 현장에 머물며 지켜본바, 청소년들이 참여자 중에 약 35%, 청년들은 절반 이상인 55% 정도로 짐작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10% 정도가 아동들과 학부모를 포함한 나이가 40~50세 정도로 추정되는 분들도 있었다. 청년이라 해도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퍼레이드가 있기 전까지 이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 모인 퀴어들은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히 숨기며 살아간다. 자신이 퀴어라고 했을 때 발생할 불이익이 두려워서였다. 그러니 이들은 늘 외로움과 불안감 속에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진정 치유해 주는 길은 탈동성애를 도와주는 것인데 퀴어들은 그런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자신이 인식한 자신의 퀴어 성 정체성은 타고난 것이며 바꿀 수 없다고 강하게 믿고 있었다. 마치 이성애자가 생물학적인 성을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누가 이런 거짓된 믿음을 그것도 강하게 심어줬는지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나 여기 모인 퀴어들은 되려 서울 광장 밖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하거나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역으로 불쌍하게 생각하였다. 반대진영이야말로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들을 핍박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설치된 부스 앞에 줄 서있는 청소년과 청년들> 거의 대부분 십대 청소년들이다.

퀴어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다. 서울 시청 앞 광장 앞에 펼쳐진 여러 부스에는 여러 온라인 오프라인 커뮤니티들이 들어와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이미 동성혼을 합법화한 여러 나라가 부스신청을 통해 들어와 국내에 있는 퀴어들을 격려한다든지, 자기 나라의 퀴어들과도 교류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또 여러 대학의 부스들과 여러 고등학교 부스들도 들어와 있었다. 수도권을 비롯한 여러 대학과 고등학교의 성소수자 동아리들은 자신들을 소개하며 대학별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확장 및 전국에 있는 대학이나 고등학교들에도 이러한 커뮤니티가 퍼질 수 있게 독려하는 것 같았다. 이 중에는 많은 청소년 동아리들도 들어와 있었다. 현장에 있는 학생들을 만나 직접 대화해 본 결과 학교에서 퀴어나 동성애라는 이름을 걸고 하지는 못하더라도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동아리를 시작하였으나 정체성은 퀴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이러한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동질감 및 연대를 이뤄가고 있었다. 현장에서의 교류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부스를 방문한 많은 청소년, 청년들은 정보를 얻으며 격려받고 상담도 받고 있었다. 자신은 퀴어가 아니지만, 이곳에 참석하여 호기심을 해결하는 친구들도 있었으며, 현재 성 정체성의 혼란을 갖고 있으나 어디 상담할 곳이 없어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하여 도움을 받고자 하는 청소년, 청년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이름으로 부스에 들어온 동아리들>

현재 사회에 있는 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받을 기관을 찾는다. 그러나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정보가 마땅치 않다. 온라인에서 관련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대부분 이런 고민 관련 상담을 도와주는 기관들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친동성애 성향의 기관이나 친동성애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거의 전부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독교 시민단체나 교회들도 청소년들의 성 고민을 들어주며 도와줄 수 있는 상담소나 시설들을 작게나마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또 그만큼 중요한 것은 그에 따른 홍보전략이다. 이들의 홍보전략과 비교할 때 기독교계는 그런 시설이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있다 해도 홍보의 차이가 크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직접 해본 결과 대부분 친동성애 성향의 단체나 친동성애 성향이 있는 단체들에서 직접 상담한 내용사례들이 온라인 질문 코너에 게시되어 있었다.

<트랜스젠더 청소년 인권모임의 팜플렛>

이곳은 하나의 초교파적인 수련회와 같은 느낌이었다. 믿음이 있는 친구들은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 교회 수련회에 참석하여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자신은 하나님께 속한 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체성 확인 과정을 거친다. 그 안에서 뛰며 찬양을 부르고 자신과 같이 하나님을 부르는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출석하는 교회를 넘어 수련회 현장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온라인 커뮤니티도 형성한다. 설령 믿음이 없는 친구라도 해도 수련회에 참석하여 뜨겁게 찬양하며 예배하던 도중에, 말씀 듣던 도중에 은혜를 받고 그리스도인으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드리길 헌신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이름으로 부스에 들어온 동아리들>

이 현장도 마찬가지이다. 퀴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 자신은 퀴어가 아닐까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 호기심에 참여하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이 현장을 방문한다. 정체성이 분명한 친구들은 자신과 같은 이들을 보며 더욱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자신이 퀴어가 아닐까 혼란스러워하는 친구들은 이곳에서 함께 노래도 부르며 사람들과 교제하고 상담받는 것을 통해 자신이 퀴어라는 믿음을 갖는다. 호기심에 친구 따라서 온 친구들도 퀴어의 정체성을 새롭게 받아들이기도 한다(이들은 자신이 퀴어임을 깨닫는다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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