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6월’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며칠 전에 새벽기도를 마치고 봉서산에 올랐습니다. 작은 봉서산에서 시작하여 구름다리를 건너 봉서산 생태학습관과 팔각정을 지나서 쌍용공원까지 갔다 올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가다 보니 쌍용공원이 아니라 주공7단지가 나왔습니다. 중간에 방향을 바꾸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열심히 걷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달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다방구’(일종의 술래잡기)라는 놀이를 많이 했습니다. 몇 명의 술래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도망을 다닙니다. 그러다가 술래에게 잡힌 사람은 포로처럼 전봇대 같은 곳에 붙어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잡히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이, 전봇대에 붙어있는 사람들을 터치하면서 “다방구”하고 외치면 모두 다시 도망을 치는 놀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뛰는 데는 이력이 생겼습니다. 빠르게 잘 뛰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빨리 달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런 승부욕 때문에 학교대표로 릴레이경기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목사가 되어서까지 교회에서나 목회자체육대회에서나 달리기경기에 종종 나가야 했습니다. 심지어 운전할 때도 육상경기처럼 다른 자동차들을 추월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쁜 버릇도 생겼습니다.

부산에서 살았을 때 자주 갔었던 무척산기도원은 보통사람들의 걸음으로 1시간쯤 걸립니다. 그 무척산기도원에 누구보다 빨리 오르는 기록을 세워본다고, 앞만 보고 정신없이 올라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 23분 만에 올라갔습니다. 개인 최고기록이었습니다. 그 후 기록경신을 다짐했지만, 다시는 그럴 기회가 없었고 지금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세상을 사는 지혜’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하늘을 볼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세상을 살다가 마음의 먹먹함이 내 삶을 짓누를 때 그제서야 주님을 찾습니다. 행복을 느낄 겨를도 없이 분주하게 세상을 살다가 인생의 허무함이 내 삶을 짓누를 때 그제서야 주님을 찾습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만히 하늘을 보며 살고, 찬찬히 행복을 느끼고 살면 좋겠습니다.

벌써 6월입니다. 지난 다섯 달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일정표가 제법 빽빽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나름 바쁘게 지냈습니다. 때로 속력을 내어서 살 수밖에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과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가? 공동체에 유익을 주고 있는가? 이웃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가? 교회와 하나님 나라에 이바지하고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6월’이라는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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