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업 목사/ 이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주고신 복음대학교와 게이트웨이 신학대학원에서 구약과 히브리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얼바인중앙장로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본지에 기고되는 나의주장,은 순수한 기고자의 주장임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번 현충일에 연설한 문 대통령의 김원봉에 대한 "국군 뿌리론"이 한국 사회에 야기한, 양분된 갈등 구조는 '반공 패러다임'과 '항일 패러다임'의 대결구도 안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것을 나의 페북에 포스팅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연장 선상에서, 요즈음 소위 "토착 왜구론"과 "토착 공비론"이 일본의 대(對)한국 경제 및 무역 제재 상황과 계속되고 있는 북한 비핵화 이슈 사이에서 재점화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토착 왜구론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친일파를 지칭하는 표현인 것 같다. 반대로, "토착 공비론"은 나의 조어인데, 우리 사회에 잠재하고 있는 고정간첩 외에, 친북, 종북 성향의 좌파 주의자를 일컫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물론 건강한 좌파는 반드시 친북이나 종북이 아닐 수 있다). 이들은 실제 무기로 무장한 공비는 아닐지라도, 사상적 무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공비’이다. 이 용어는 소위 "빨갱이"가 한국 사회에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위한 대용어이다. '토착왜구'라는 단어와 '빨갱이'(토착공비)라는 말은 모두 양측을 향한 경멸적인 이념 용어이다.

정치적 신념이나 성향으로 볼 때, 토착 왜구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현재의 여당의 지지자들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반대로, 토착 공비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보수 야당의 지지자들일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또한, 양측은 선거 공학적으로 다음 선거를 위해서 토착 왜구론과 토착 공비론을 선동 및 선점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벌써 다음 선거는 "한일전"이라는 글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만하면, 토착 왜구론자들과 토착 공비론자들은 모두, 개인 및 집단적인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에 따른 진영 논리에 함몰된 산물이 아닐까?

오늘날, 토착 왜구론을 주장하는 자들과 토착 공비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교회 안에도 있고 교회 밖에도 있을 것이다. 양자의 주된 공통점은 국가주의 내지는 민족주의에 상당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기독교 신앙을 믿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하여, 이 땅의 특정한 국가와 민족을 그 대상이나 영역으로 삼고 있다. 삶과 문화의 전 영역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고 고백하는, 그러한 하나님 나라가 회복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국가와 민족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런데, 진영 논리와 민족주의 논리를 배제한 체, 하나님 나라와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볼 때, 토착 왜구론자가 정당성을 더 가질까 아니면 토착 공비론자가 더 합당성을 가질까? 재언하여, 만약,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성향에 바탕을 둔 세속 정치적 진영을 초월하여 바른 복음과 건강한 성경해석학과 개혁주의 교회와 신앙의 관점에서, 양자택일을 하라면, 당신은 토착 왜구론의 지지자가 되겠는가 아니면 토착 공비론의 지지자가 되겠는가?

민주사회에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각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정치적 신념이나 성향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지지하는 정파와 정당을 선택하고 공적으로 표명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 실제적인 친일파와 실제적인 종북주의자가 일정 수만큼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 상대를 경멸적으로, 배타적으로 대하고 판단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아닌 것 같다. 신앙 양심과 자유의지의 남용이다. 그것은 원수를 사랑하는 그 사랑도 아니며, 사랑해야 하는 사람을 도리어 원수로 만드는, 이른바 반복음적이고 미성숙한 그리스도인의 행태일 뿐이다.

상대방을 '토착 왜구'라 부르기 전에, 자신이 먼저 '토착 공비'(빨갱이)라고 불릴 자신이 있는가? 반대로, 상대방을 '토착 공비'(빨갱이)라고 부르기 전에, 자신이 먼저 '토착 왜구'라고 불릴 자신이 있는가? 이 두 용어와 그에 준하는 용어들과 이데올로기는 이미 한국사회에서 상대성을 넘어서 절대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세상은 그러할지라도, 교회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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