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 정태호(열방교회 장로, 시인)
너거 애미는 배롱이여
잼이 재미 말여.
멘서기 그 눔이 아아 이름을 배리삔기라.
어머니 가신 지 오래 되어서야
반세기도 훨씬 더 지난
절강 장씨 외할아버지
한 맺힌 넋두리가 들린다.
어릴 적 어머니 이름이 하도 촌스러워
남에게 말하기마저 부끄러웠던 것이
그 시절 무지의 내 탓이러니
지금은 더욱 부끄러워진다.
해방 정국에 일본서 귀국한 외가의 호적을
무식한 면서기가 자기 아는 글자로만 쓰는 바람에
나이도 엉터리 이름은 더 더욱
너무도 아름다운 배롱나무 영롱한 그 빛으로 지은 이름
백일홍 자주빛(紫) 장미(薇)가
엉뚱하게 놈 자(者) 아름다울 미(美)
가장 쉬운 글자
이름자 목숨은 한숨이 되고
평생의 한으로 외할아버지는 아리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