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윤희

 

고려동 유적지를 떠올리면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영혼이 지나간 자리마다
별을 품은 붉은 꽃 빛이 
미끈한 가지들 사이에
우리의 언어를 
조용히 매달아 두었다

아롱대며 흔들리는 풍경이
사색의 세계 속으로
흘러들어 올 때
닦아내야만 하는 한낮의 땀들이
쉼 없이 침략해 왔었다

그럼에도 
짙게 핀 배롱 꽃잎의 마을
고려동 유적지는
실오라기 같은 시원한 냉수 한잔으로
우리의 더위를 다독여주었다

아주 작은 시선의 각도로
그대를 담듯 
여름이 날개를 넓게 폈던
추억의 그곳을
손끝으로 
소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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