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장로(회복의 교회/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개혁(Reform)이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을 말한다.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문제의 원인을 잘 파악해야 한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개혁을 맡기면 안 된다. 술 취한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것과 같다. 개혁에는 대상과 개혁을 이끄는 주체가 있다. 올바른 개혁은 벌주고 없애는 징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치폭력으로 변질되기 쉽다. 개혁의 대상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깨닫고 개혁에 동참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개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이나 그룹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선명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바르지 못한 사람이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개혁을 이끌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의 문제점부터 철저하고 돌아보아야 한다. 발견한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진솔한 반성과 본인의 개선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필요한 경우 소속 단체의 징계를 받거나,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자신에게 이런 과정을 먼저 적용하는 것이 개혁의 시작이다. 만약 자신에게 부끄러운 문제가 있는데도 애써 이를 감추거나 부인한다면 그는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개혁대상일 뿐이다.

인간에게는 인격이 있다

인간이 꼭 지켜야 할 기준을 정한 것이 윤리다. 보편적 기준과 상식을 넘어서는 경우 소속된 윤리위원회의 판단을 받게 된다. 윤리적인 판단을 넘어서는 경우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간혹 윤리위원회가 윤리적 판단을 잘못하거나,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는 양심의 판단을 받게 된다. 가장 무서운 판단을 받게 된다.

인간에게는 인격이 있다. 인격권이라고도 한다. 인간과 동물이 같은 생명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동물과 달리 존중받는 것은 인격이 있기 때문이다. 인격은 부끄러운 것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아는 양심이다. 동물들도 부끄러운 행동을 했을 때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렇다고 동물에게 인격이 있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이 부끄러운 일을 하거나, 했으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면 인격이 없는 존재로 스스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인격권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인간의 존엄함과 권리가 동물의 수준에 머무는 사람이 개혁을 주도할 수 없다. 인격을 포기한 개혁은 있을 수 없다. 자신의 사익과 욕심만을 채우려는 권리 남용이고 비양심적인 폭력일 뿐이다. 일부 정치인들이 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자격미달이다. 진정성 없는 선동적 정치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직업성은 의사의 인격

최근 모 의대교수와 정치인 자녀사이에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 의사는 전문가로서 전문적인 지식과 술기뿐만 아니라 전문직 윤리가 바탕이 된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유지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전문가의 인격은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으로 표현된다. 해당 의대교수는 의사로서 전문가답지 않은 행위(unprofessional behavior)로 전문가의 품위를 훼손했다. 이 분의 논리라면 영어 번역만 잘 하면 누구나 의학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궤변을 자신의 방어 논리로 펴고 있다. 의학 논문의 위상과 전문학술지의 위상을 추락시켜 버렸다. 전문직 윤리에 대해 교육이 필요한 분이다. 더욱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위치이기에 반드시 해당 소속 기관과 의사협회의 동료평가가 필요하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인격을 가지고 있고, 전문가는 일반인과는 달리 전문직업성을 가지고 있다. 인격을 포기하면 동물과 같은 수준으로 추락하고 만다. 전문직업성을 포기한 전문가는 전문가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 인격이 없는 개혁은 폭력이고 사회악이 될 뿐이다. 전문직업성이 없는 의학 논문과 지식은 쓸모없는 정보이고 독이 될 뿐이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의대교수를 포함한 모든 의사들이 전문직 직업윤리와 연구윤리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문직업성은 의사의 인격이다. 인간은 인격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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