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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전통적 교회에서 감당하는 지역사회복지 Ⅱ지역사회복지의 첫걸음
정성호 목사(대구서교회 부목사)

교회에서 지역사회를 위하여 어떠한 일을 감당하려고 할 때,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먼저는 담임목사님과 당회의 마음이 중요하고 누가 이 일을 담당할지 담당자를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떤 모습으로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을지 섬김의 형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오늘은 제가 대구서교회에 오기까지 어떻게 지역사회복지를 위한 마음을 키워왔는지, 그리고 대구서교회에서 지역사회복지를 위한 첫걸음을 어떻게 내디뎠는지를 한 번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역사회복지를 위한 마음 키우기

저는 부산 영도 청학동에서 자랐습니다. 고신대에서 광명고등학교 쪽을 지나서 차로 5분 정도만 가다 보면 왼쪽 산 중턱에 조그만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마을 초입에 지금은 파랑새 노양 요양원이 있는데, 예전에는 전쟁고아를 수용하고 키워내는 청학농예원이 있었습니다(지금도 안쪽에 있다고 합니다). 그 건물 위쪽으로 마을이 있는데 저는 거기에서 자랐습니다. 위쪽 마을 또한 전쟁 피난민들이 와서 살았던 지역으로 사람들이 살기에 많이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82번 종점 앞에 있는 효성교회(통합)가 제가 자란 교회입니다. 그곳에서 함께 신앙생활 했던 중·고등부 친구들도 다들 어려운 환경에 있었습니다. 한 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 혹은 장애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 혹은 부모님들이 다 계시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자라고, 그런 친구들의 집에 드나들다 보니 저는 자연스럽게 어렵게 사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신대학교 신학과에 진학해서도 저의 관심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제가 자랐던 성장배경과 저의 고민으로 인하여 앞으로 목회의 일을 감당할 때, 사회복지는 아주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사회복지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복수전공을 했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는 부산 중구 노인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 사업 및 경로당 사업 담당자로 짧게(3개월) 근무하면서 사회복지 실천 현장의 실무를 짧게나마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었습니다. 경기도 시흥에서 교육전도사 사역할 때에, 하나님께서 서울에서 어려운 지역을 향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 좋은 분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연동교회에 출석하는 집사님이셨는데, 그분을 통해 지역에서 감당하는 사회복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신대원 2학년 여름부터 3학년 마칠 때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서울 종로구 충신동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방문하여 함께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때 함께 했던 집사님은 ‘더-드림 캠프’라는 민간단체를 만들어서 종로 5.6 가동 행정복지센터(이하 주민 센터로 칭함)와 협력해서 현재도 활발하게 지역사회복지의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충신동에서 활동했던 모습들(앞으로 대상자들의 얼굴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합니다).

대구서교회에서의 사역

신학대학원 졸업 이후에 대구서교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첫해에는 교육부서와 함께 브니엘 구역(70세 이상 어르신들 주중 예배)모임과 소망부(주 1회 지역사회 어려우신 분들 초청해서 예배드리고 구제하는 부서)를 담당했습니다. 2년 차가 되면서 사역의 조정이 있었고, 저는 교육부서 사역과 소망부 사역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저에게는 소망부 사역을 좀 더 확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교회로 불러서 예배드리고 구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오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서울에서 했던 것처럼 제가 찾아가서 기도드리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있는 상황에서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주 1회 도시락 배달입니다. 도시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브니엘 구역모임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브니엘 구역모임 때 모임에 참석하신 성도님들에게 식사를 제공합니다. 그때 도시락 3개만 싸달라고 부탁을 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시락을 배달하고 수거하는 과정을 통해 어르신들을 뵙고, 그분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섬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담임목사님께 말씀드리니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주방 봉사하시는 성도님들도 좋은 일을 한다고 하니 기꺼이 헌신해주셨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도시락을 받을 3명의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미 좋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서울 충신동에서 했던 경험을 통해 이 문제는 주민 센터와 협력하면 해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교회 바로 옆에 내당 2·3동 주민 센터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주민 센터와의 함께하는 지역복지

저는 주저하지 않고 주민 센터에 찾아갔습니다. 다행히도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주민 센터 옆에 교회가 있다 보니까 교회에서 왔다고 하니 반겨주셨습니다. 교회에서는 이미 주민 센터를 통해서 명절마다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쌀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교회와 주민 센터의 연결의 끈이 이미 있다 보니 대화는 쉽게 진전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의도를 설명 드렸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는 본래 수혜자 중심으로 운영이 되어야 하지만, 교회 형편상 그렇지 못함을 양해를 부탁드렸습니다. 이 일을 함에 있어서 제한되는 부분(기간, 횟수, 인원, 담당자)을 상세히 설명 드렸고, 그래도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논의했습니다. 사회복지 공무원께서는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특정한 종교를 전하는 목적이라면 대상자를 선정해주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종교적 행위는 일절 하지 않고 순수하게 지역의 어르신들을 섬기겠다는 약속을 하고 대상자들을 추천 받았습니다.

사회복지 공무원 및 지역사회 보장협의체 회원들과 함께 도시락과 선물을 들고 대상자 가정을 방문한 사진

대상자를 추천받고 본격적으로 실행을 앞두고 있을 때에 주민 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구서교회에서 좋은 일을 해주시는데, 주민 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사진으로 자료를 남기고 시작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우리는 성경에서 “구제를 할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마6:3-4)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곧 이렇게 하는 것이 주민 센터에서 일을 진행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민 센터는 지역에서 도와주는 모든 것을 MOU를 체결하거나 행사 사진을 남겨서 자료화하고, 이것을 실적으로 쌓아서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너무 보여주기식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전 행사를 하고 사진을 찍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료들이 쌓여서 주민 센터가 지역을 위해 이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데 사용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교회에서 감당하는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이 주민 센터를 통해서 지역의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아서 이 일 이후에는 저도 적극적으로 MOU 체결이나 사전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위 - 교회에서 준비한 도시락 사진, 아래 - 사회복지 공무원들과 함께 도시락 대상자 가정 방문.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함 가운데 드디어 지역사회를 위한 도시락 배달(3가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브니엘 구역모임 식사 이후에 준비된 도시락을 가지고 지역으로 나갔습니다. 교회 주변에 사는 분들의 상황이 어떤지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각 가정의 형편도 살피고, 제가 직접적으로 종교적 행위는 할 수 없었지만, 교회의 주중에 모이는 모임 정도는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도시락을 받는 대상자 중에서는 교회의 주중 모임(소망부)에 나오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일을 진행해 나가면서 그분들의 필요를 주민 센터에 알려드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미 주민 센터에서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복지의 일을 전문적으로 감당하였기 때문에 주민 센터에서 정해주는 가이드라인을 넘어가는 행동은 하면 안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보니까 대상자 중 한 분이 너무 지저분하게 살고 계시고, 힘들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서 이분을 위해서 교회에서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며 주민 센터와 상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 센터에서는 지금 제공되는 도시락 서비스 외에 굳이 다른 것은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그분의 가족관계, 재산, 자녀 상황 모든 것을 설명해주셨는데, 설명을 들으니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 센터의 가이드라인을 잘 따라서 일을 진행하니 교회와 주민 센터 서로의 기관에 대한 신뢰가 점점 쌓여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 하나님께서는 마치 모든 것을 이미 준비해 주신 것처럼 일을 순적하게 진행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일이 내당 2·3동 주민 센터와 2년째 지역사회복지의 일을 하게 될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오늘의 상황에서 믿음으로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이었습니다. 도시락 배달로 시작된 지역사회 섬김(복지)의 일은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계속)

 

 

 

정성호  peripate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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