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신재섭목사의 영향 커.

   
신지애(20)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하기까지 기독교 신앙이 큰 힘이 됐다.

신지애는 4일(한국시간) 영국 버크셔 서닝데일 골프장에서 우승한 직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대회 마지막날을 앞두고 어젯밤 흥분이 돼 잠을 자지 못했고, 너무 떨려서 찬송가를 듣고 성경말씀을 읽었다"고 말했다. 기도와 찬송, 성경말씀 묵상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 대회 마지막날 역전 우승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의 신앙에는 아버지 신재섭(49) 목사가 많은 영향을 줬다. 광주 미문교회 협동목사인 그는 전남대 재학 중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 당시 도청사수대에 참여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후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 줄곧 목사의 길을 걷고 있다.

골프채를 잡게 한 것도 신 목사였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 젊은 시절 배드민턴, 볼링 전라남도 대표를 지낸 신 목사는 딸을 낳으면 운동을 시키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신 목사는 1999년 지인이 만든 골프 연습장에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인 지애를 데리고 갔다. 지애가 의외로 공을 잘 맞히는 것을 보고 연습장 쿠폰을 끊어줬다. 지애는 2개월 뒤 경험삼아 나가본 전남 도내 골프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이것이 신지애가 골프를 계속하게 된 계기가 됐다.

신지애에게도 시련과 역경이 있었지만 모두 신앙으로 이겨냈다. 2003년 전남 목포의 이모집에 가던 어머니와 두 동생이 교통사고로 1년 동안 병원치료를 받다가 어머니는 끝내 숨졌다. 당시 작은 교회에서 사역하던 신 목사의 월급 90만원으로는 병원비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어머니를 잃은 신지애는 아버지, 두 동생과 함께 월 15만원짜리 사글세 방에 살면서 골프를 했다. 신지애에게 골프는 귀족 스포츠가 아니라 처절한 삶이었다. 그의 브리티시오픈 우승은 이러한 눈물과 기도의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골프는 '멘탈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심리적인 평안과 담대함, 집중력 등이 요구된다. 특히 기술적인 차이가 거의 없는 프로선수들 사이에서는 대회 당일의 심리적인 상태는 승부와 직결돼 있다. 사실 신지애의 스윙 기술은 다른 LPGA 선수들보다 나은 수준은 아니며, 오히려 보완할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승인은 다른 데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역시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경기 중에도 찬송가를 부르는 최경주가 PGA 무대에서 선두그룹을 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신앙은 결정적인 승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지애는 한국여자프로골프계에서 3년째 1인자로 군림하면서 매년 1억원씩을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겨우 집 한칸을 마련한 그가 이렇게 큰 돈을 기부할 수 있는 것 역시 신앙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국민일보제공
신종수 기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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