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심기가 편할 날이 없는 듯 보인다. 촛불집회로 큰 시름을 앓더니 이제는 부인 친척 되는 사람의 공천 뇌물 비리로 또 마음이 괴롭게 되었다. 멀리 있는, 또는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괴롭힌 것이 아니라 돕고 희생해줘야 할 사람들이 치명적 상처를 입힌 것이어서 더욱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늘 의외의 반대와 방해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수님을 괴롭힌 무리도 이방인들이나 로마의 권력자들이 아니라 자칭 하나님의 사람들로 행세하던 당대 최고의 종교인들이었고 그를 결정적으로 배반한 것은 제자 중 한 사람인 가룟 유다였다. 다윗을 가장 괴롭고 부끄럽게 만든 것도 사랑하는 아들 압살롬의 반역이었고 모세를 거칠게 공격한 사람은 그의 누이 미리암이었다. 이해와 사랑으로 돕고 격려해야 할 사람들로부터 반대와 저항, 그리고 훼방을 당하는 것은 일의 순조롭지 못함보다 배신감 때문에 더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선한 일에 자신을 드려 하나님께 헌신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이런 정도의 어려움은 예사롭게 여기면서 오직 하나님께 눈높이를 맞추며 나아가야 한다. 역사에는 그런 사람들이 큰일을 이루었음이 쉽게 발견된다. 독일에 할레라는 도시가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 시발점인 비텐베르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도시는 17세기 말부터 진행된 독일 경건주의 신앙 운동의 본거지 중의 한 곳이다.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작곡가 헨델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유명한 모라비안 지도자 진젠도르프가 학문과 신앙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명한 도시 할레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 있는데, 곧 개신교 최초의 선교를 시작한 곳이라는 점이다. 당시 네덜란드 국왕 프레드리히 4세가 인도에 파송할 선교사를 물색 중 할레에 유능한 인재가 많다는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 인선을 하게 했다.

양측이 1704년 데니시 할레 선교회(Denish-Halle Mission)를 형성하고 인도 선교를 시작함으로써 개신교 해외 선교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할레대학이 이 일을 추진할 때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사람들이 바로 비텐베르크대학 교수들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진주를 돼지에게 주지 말라'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하며 인도 선교를 비난했다. 비텐베르크대학은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했을 때 재직한 학교였고 그 후 독일 정통주의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0년도 안 된 1704년에 이르러 선교를 비난하는 또 다른 바리새파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가장 기뻐하고 협력해야 할 사람들이 가장 극단적 반대자가 된 이 일은 선교 역사에 하나의 모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무슨 일에나 사람을 바라보고 의지하고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약에서 선지자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바가 바로 이 점이다. 이웃의 강대국을 동맹국으로 만들고 그들을 의지하여 국정을 추진하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자기 이익에 따라서는 언제나 입장의 변화가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는 본의 아닌 배신과 결별도 피할 수 없다.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나'라고 탄식하고 비난하지만 사람은 본래 그런 존재이다. 그러니 "너희는 인생을 의지하지 말라 그 호흡은 코에 있나니 수에 칠 가치가 없느니라"고 하신 것 아닌가? 선한 일에 헌신하려는 이들이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여 나아갈 것을 다시 권고하고 싶다. 그래야 세상사를 초월한 평화로움과 지속적 헌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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