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땀의 가치를 아는 젊은 그들이 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한국 해비타트 청년 해외봉사단 15명은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네팔 동남부 자파 지역에서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벌였다. 공사를 시작한 지 4일 만에 작은 집 두 채를 지었다. 오랜 여행의 고단함도, 40도를 오르내리는 아열대 찜통더위도 잊은 채 봉사단은 이역만리 빈민촌에 자립의 희망을 싹틔웠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비행기와 버스로 2시간 이상 가야 하는 자파 프리스비나가르 마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와 히말라야 산맥을 뒤로 하고 펼쳐진 드넓은 평야 한편에 자리잡고 있다. 농사와 날품팔이로 생계를 잇는 주민들 하루 수입은 1달러 남짓. 대나무로 엮은 허름한 단칸방에 5∼6명의 가족이 살고 있다.

자파 지역 집짓기는 2005년부터 네팔 해비타트와 지역 NGO인 삼주타(Samjhuta=일치·화합)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해마다 한국 등 지구촌 청년들이 이곳을 찾아 빈민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있다.

봉사활동에 참가한 한국 청년들은 16∼24세의 학생들로 어학연수 아르바이트 등 방학 생활을 미루고 항공료, 숙식비 등 140여만원씩 자비를 들여 지구촌 이웃을 위한 나눔에 참여했다. 봉사단원 중 가장 어린 강현이(16·명지외고 1)양은 "나이 제한 때문에 몇 년을 기다리다 처음으로 참가하게 됐다"며 "수행평가도 고려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왔지만 이번엔 더 많이 고생하고 더 많이 느끼고 돌아갈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4일간 건축 공정은 내외벽 재료인 대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벽을 세우고 진흙을 발라 벽체를 완성하는 것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주예정자 가족들과 공동작업으로 이뤄진다. 평소 궂은 일 한번 해본 적 없을 것 같던 봉사단원들은 건축이 시작되자 휴식도 잊고 세심한 손놀림으로 재료를 다듬고 벽을 쌓아 올렸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벽 쌓기 작업을 하던 김동원(16·구정고 1)군은 "작은 힘을 보태 크지 않지만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어 기쁘다"며 소매를 훔쳤다.

봉사단원들은 문화 전령사이기도 했다. 이들은 고된 작업 이후 숙소에서 휴식과 잠자는 시간을 쪼개 핸드벨과 율동을 연습해 마을 아이들을 위해 작은 공연을 열었다. 15명의 대원과 200여명의 주민들이 피부색과 나이를 뛰어넘어 화합의 한마당을 연출했다.

유독 현지 어린이들이 잘 따랐던 이정현(20·덕성여대 2)씨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과 밝은 미소를 보며 작업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며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4일간 서로 밀고 끌며 지은 집이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추어 가면서 단원들의 우정도 깊어졌다. 대입 및 취업의 경쟁에 내몰려 마음 나눌 친구조차 드문 세태지만 서로 땀에 전 옷을 빨아주고 뭉친 어깨를 안마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고생과 보람을 나눈 친구들이 됐다. 이들은 30일 땀과 우정으로 지은 집을 입주민에게 전달하면서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함께했다.

봉사단 인솔자인 박새미나(24·계명대 4)씨는 "단원들이 며칠 새 훌쩍 커버린 느낌"이라며 "이웃을 위해 흘린 땀이 또 다른 나눔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흘간 구슬땀을 흘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앳돼 보이던 학생들이 구리빛 얼굴의 다부진 청년으로 변해있었다.(출처 국민일보 자파(네팔)=글·사진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