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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
천헌옥 목사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이 고사성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군주인 위무자에게 애첩이 있었습니다. 그 애첩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나이 많아 병석에 눕게 된 위무자는 아들 위과를 불러 자신이 죽으면 애첩을 집으로 돌려보내 시집갈 기회를 주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위무자는 자신이 죽으면 애첩도 함께 묻으라고 하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아버지께서 남기신 전혀 다른 두 유언 사이에서 고민하던 위과는 애첩을 순장(殉葬)하는 대신 친정으로 돌려보내면서 “나는 아버지께서 맑은 정신에 남기신 말씀이 옳은 줄 알고 순종하겠다.”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세월이 흐른 후 이웃 진(秦)나라에서 진(晉)나라를 침략했을 때의 일입니다. 한 전투에서 위과가 진(秦)나라 군사가 공격을 해 올 때, 한 노인이 나타나 풀을 묶어 적군들이 탄 말이 풀에 걸려 넘어짐으로 쉽게 적진을 격파하고 적장 두회를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한 노인이 위과의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돌려보낸 아이의 아버지다. 오늘 풀을 묶어 네가 보여 준 은혜에 보답한 것이다.” 결초보은은 그래서 생겨났고 그런 뜻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런 고사성어를 가지고 여수의 어느 한 고등학교의 기간제 한문교사인 A씨가 지난 3일 2학년 기말고사 시험문제로 신문 기사를 인용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일 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를 비판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고 사자성어로 물었다고 합니다.

거기 보기로 나온 사자성어가 (1)백년대계 (2)배은망덕 (3)백년하청 (4)목불인견 등입니다. 백년을 내다보며 계획을 세운다는 백년대계, 은혜를 배신하고 베풀어 준 덕을 잊는다는 배은망덕, 백 년을 기다린다 해도 황하(黃河)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는 백년하청, 눈뜨고 차마 보지 못할 참혹한 상황을 말하는 목불인견 등 참으로 알아두면 좋은 사자성어였습니다.

그 A교사는 해당 문제의 정답으로 '배은망덕'을 채점하였다고 합니다. A씨는 금의원이 서울대학교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조국 후보자가 금 의원의 지도교수였기에 금 의원의 쓴 소리에 조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문으로 실었습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고등학생들에게 정치적인 문제를 가지고 출제를 했느냐? 조국을 비판한 의원을 배은망덕이라고 하여 편파적인 시각을 부각시켰느냐? 조국을 두둔하는 조국팬들의 주장을 가지고 출제를 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이를 패러디하여 이런 문제를 출제한 교사를 사자성어로 무엇이라 하는가? 하고 (1)자격미달, (2)함량미달, (3)목불인간, (4)정신병자, 그러면서 아무거나 찍어도 정답이라는 글로 이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비판하는 모든 사람들과 언론들은 어떻게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치적인 성격의 시험문제를 출제했냐고 말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좀 다른 시각에서 이를 보려 합니다.

배은망덕이라는 사자성어의 올바른 뜻을 가르치려는 사례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아무리 학생과 교수로 만났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청문회장의 검증자와 그 대상자로 만난 것입니다. 검증자인 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질문을 하는 것이고 대상자는 국민 앞에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것을 가지고 배은망덕이라는 사자성어를 결부 시킨다면 그 본래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 됩니다.

만약 금태섭 의원이 아부성 발언을 하였다면 그것은 결초보은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이야 말로 국민들이 그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것에 대한 배은망덕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그 교사가 말한 대로 그런 것이 배은망덕이라면 나라의 질서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배운 학생들이 자라면 어떤 인간형이 될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나 한문을 가르치는 선생이 제 뜻을 바로 알고 바르게 가르쳐야 합니다. 비단 그런 과목뿐 아니라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양심을 걸고 바른 교육을 해야 우리의 후세들이 배은망덕하지 않고 결초보은 하리라 생각합니다.

 

 

천헌옥  choug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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