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라비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공저) 저자, 칼럼니스트)

드디어 대한민국 국가기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문서 양식에 성별 표기를 남, 여 그리고 ‘지정되지 않음(직접 기입)’이 들어간 항목으로 변경되었다. ‘지정되지 않음’이란 제3의 성, 즉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을 말한다(남녀 그 밖의 성을 선택). 남녀 이분법이 아닌 이른바 ‘성별 자기결정권’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성별 재구성이 본격화되었다는 의미다. 이로써 성적 정체성과 성적 지향, 성의 다양성을 담은 포괄적 성 평등을 집요하게 추진해온 페미니스트 계의 젠더 이데올로기는 국가기관의 공문서를 통해 정식화되기 시작하였다.

국내 페미니즘의 발발은 2015년 8월 “여성 혐오에 대항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남성 혐오를 목적으로 개설된 여성우월주의 ‘메갈리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격적으로 출발하였다. 메갈리아는 더욱 급진적인 워마드 사이트로 변모하여 이른바 ‘영페미(Young Feminist)현상을 만들며 페미니즘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혐오를(hate speech) 내세운 한 ’잘못된 길‘이었다.

문제는 급진적 페미니즘(래디컬 페미니즘)은 페미니즘 역사가 일천하다시피한 대한민국의 고유한 가치와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서구의 백인 여성들의 주장과 투쟁, 이상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적용한다는 데 있다. 더구나 서구 페미니즘은 한발 더 나아가 젠더 이데올로기로 진화하여 일그러지고 왜곡된 성 평등 교육으로 초·중·고교에 침투하여 어린아이들은 젠더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태어날 때는 정해지지 않았던 성별 정체성이 나중에 사회화 과정을 통해 고정되고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강원도 원주 모 초등학교 남교사가 치마를 입고 출근한 이유에서 밝혔듯 (오마이뉴스 인터뷰) “여자, 남자 이분법적 구조로 개인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여자 남자 고정관념의 희생자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 바와 동일한 맥락이다.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가장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아이들의 개체를 멋대로 건드리고 사적 침해를 하는 것이 당연한 젠더 평등이라 교육하는 실태이다. 현재 국내 초. 중. 고교의 성 평등 교육도 연간 15시간 의무화 실시와 <포괄적 성교육> 지침에 따르고 있다. 2018년 초 본격적인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이 각급 학교에 도입되었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여성기구가 2018년 1월 펴낸 <성교육 국제 실무 안내서>에 따른 것이다.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험적, 감정적, 육체적, 사회적 맥락에서의 성(sexuality)교육을 말하며, 다양성에 기반 한 성교육의 목표 역시 청소년이 향후 타인과 원만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위한 지식·기술·태도·가치를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또 익숙함과 작별할 때라고 말하며 남녀 역할이나 남녀 관계에 대한 우리의 오랜 편견을 교육의 힘을 빌려 함께 나가자고 한다. 생물학적인 성만을 다뤘던 기존의 성(sex, 섹스)교육에서 벗어나, 인권과 성 평등의 개념을 포괄하는 성(sexuality, 섹슈얼리티)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것을 청소년 성교육의 목표로 제시하였다. ‘성의 다양성’은 포괄적 성교육에서 비중이 큰 성교육으로 LGBTQ 성 소수자들의 권리 옹호를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확대하여 교육하고 있다. 학교는 물론이며 대표적인 단체로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는 열성적으로 포괄적 성교육 활동 중이다.

이에 앞서 2017년부터 경기도 고양시 소재 초등 교사로 구성된 <초등젠더교육연구회‘아웃박스’(think outside of the box)>는 초등 교실부터 ‘성평등프로젝트’를 시작하여 현재 경기도, 서울을 중심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초등젠더교육연구회‘아웃박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는 의미로 젠더 교육과 미디어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미디어에 드러난 성차별과 혐오성 언어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성별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교육을 한다. 연구회 교사들은 슬로건을 “여자답게 남자답게? 아니 나답게!”를 내세우는 젠더감수성 교육이라 소개하고 있다. 일례로 연구회 교사들은 초등학생들과 함께 대중가요 가사 속에서 성 고정관념 찾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동요 ‘상어가족’에 담긴 성차별, 성 고정관념 찾기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심각성은 초등학교부터 건강한 여성성, 건강한 남성성을 위협하는 데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성 평등 교육이 본래의 여자다움, 남자다움이 성차별이고 성 고정관념으로 본다는 점이다. 현대는 여자답게 남자답게 강요하는 시대도 아닐뿐더러 여자답게 남자답게 가치를 폄하할 이유도 없다. 남자다움을 포기할 필요도, 여자다움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전통적으로 남녀는 상호책임과 상호의존적인 역할 분담으로 인류 문명은 발전해 왔다. 왜 자연스러운 양성의 조화를 성 고정관념이라는 명분으로 깨뜨리는 것인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성의 다양성’이 핵심인 포괄적 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주입하고,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초. 중. 고교의 심각한 젠더 교육의 실상이다.

오늘날 교육계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전개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살펴보면, 페미니즘 조류 제3 물결에 해당하는 1970년대 말부터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였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젠더와 성의 경계를 해체하고, 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동성애와 이성애, 성전환의 경계를 없앴다. 이것이 퀴어이론, 즉 동성애 이론으로 발전하여 퀴어됨을 연출하는 여장남자(drag), 퀴어퍼레이드로 나아가고 있다. 철학자이며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인 주디스 버틀러는 성 정체성 전복을 부르짖으며 섹스/젠더 이분법을 허물자! 성 정체성은 수천 가지의 조합이 연속적으로 가능하다고까지 주장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더욱 적극적이다. 전교조는 2017년 9월 2일 학교에서 성 소수자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특별 결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전교조 측은 “개인의 신체적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폐쇄적인 현재 성교육에서 탈피해 성적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담는 성 평등·페미니즘교육이 필요하다. 아울러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안에 학생들을 가둬놓을 수는 없다. 학생들이 현재의 여성,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갖도록 교육하겠다”는 것이 결의문 골자였다. 이를 보더라도 학교 성 평등·페미니즘교육은 전교조 교사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실시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성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류에 휩쓸린 요즘 청소년, 대학생, 페미니스트들이 부쩍 자신의 성별을 복잡하게 규정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젠더 옵션(gender identity)분류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는 두 개의 성별에서 벗어나 수십 가지 젠더 옵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71개의 젠더 옵션이니, 63개의 성별 조합이니 하는 것으로 데미 걸, 데미 보이, 에이젠더, 넌 바이너리……. 등등, 또 “나는 에이로맨티스트 그레이섹슈얼 판섹슈얼 성소수자이다” (여자 대학생 성정체성), 그런가 하면 21살 남성 청년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생물학적으로 정해진 성이 아니라 내 성별은 내가 결정한다, 나는 호모로맨스 에이섹슈얼 안드로진이다” (정서적으로는 동성에 끌리고 육체적으로는 아무에게도 끌리지 않으며 내면에는 양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의미)라 말하였다.

이렇게 근래에 들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러 가지를 조합해서 분류하는 경향이 유행처럼 퍼져나가 청소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나열한 표식을 부착하고 다녀야 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성 정체성을 알지 못하는 타인이 외모만 보고 잘못 불렀다 혐오다, 차별이다! 라는 말을 듣는 날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초. 중. 고.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성 평등 교육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언제나 여성은 피해자, 약자이며 남성은 폭력적이고 여성을 억압하는 존재로 상정하고 있다. 또한, 성 평등 교육 내용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 매년 열리는 퀴어퍼레이드 슬라이드, 혜화역 시위 사진, 미투 운동 지지, TV 드라마 속의 남성과 여성 관계의 부당함 등 학생들이 필자에게 제보해 온 성 평등 교육 내용을 보면 얼마나 성 평등 교육이 편파적이고 남성과 여성의 자연스러운 상호 보완적인 부분을 파괴하는지 알 수 있다.

페미니즘은 사회질서 혼란과 함께 학교와 가정을 공격하고, 다음으로 종교를 공격한다. 페미니즘 신학, 퀴어 신학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참조: 오세라비 작가의 저서,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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