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번쩍 들어올린 장미란의 힘은 무엇일까? 장미란(25·고양시청)이 세계 최고의 여자 역사로 우뚝 선 뒤 그의 경기력에 대한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쾌거에는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힘이 버티고 있었다. 운동선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진실성과 성실성 등을 모두 갖췄다. 신실한 신앙심도 남다르다.장미란은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하나님께 감사하고, 기도하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는 말부터 했다. 공로나 영광을 자신보다 하나님과 주위 사람들에게 돌리려는 마음이다. 평소 장미란을 잘 아는 이들은 그를 '순둥이'로 지칭한다. 운동선수에겐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 한 마디에 그의 모든 것이 집약돼 있고 그것이 세계 최고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국가대표 오승우 감독은 "미란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과 거짓행동을 하지 않으며 자기 일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챙긴다"고 말했다. 소속팀 고양시청의 최성용 감독도 "항상 남을 먼저 섬기고 배려하는 대신 자신은 낮아지려 하고, 긍휼의 마음이 유달리 강하다"고 강조했다. 사격 감독 출신인 태릉선수촌교회 박철승 전도사의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는 "순하고 여린 마음이 근성과 인내를 요하는 운동선수에게 장애가 될 것 같지만 미란이는 자신의 이런 성품을 오히려 경기력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가졌다"고 평가했다.장미란은 교육자를 꿈꾸는 평범한 소녀였다. 1983년 10월9일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그는 총명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성장했다. 굳이 특별하다면 출생시 몸무게가 4.0㎏으로 평균 신생아보다 조금 더 무거운 정도. 그러나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급속히 몸이 불기 시작했고, 그게 평범하지 않은 길로 이끌었다. 역도 선수를 지낸 아버지 장호철(54)씨의 권유로 상지여중 3학년이던 1998년 바벨을 잡은 것. 여느 집 딸처럼 예쁘고 곱게 자라기를 바라던 어머니 이현자(50)씨도 처음엔 반대하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역도 선수로 변신한 장미란은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원주공고 시절부터 국내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세계 무대에서도 성가를 높여갔다. 이때 장미란이 터득한 게 신앙의 위력이다. 운동과 가정에서 연이은 시련을 만나며 하나님을 찾았고 그로 인해 큰힘을 얻게 된 것이다. 특히 간절한 기도에 응답해주시는 하나님을 거듭 체험했다.웃는 모습이 예쁜 장미란은 체육계에서 '순수미인' '미소천사' 등으로 통한다. 기독교인으로서 전도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13일 금메달을 딴 남자 역도의 영웅 사재혁을 전도해 자신의 가족이 출석하는 원주 세계로교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토록 하기도 했다. 장미란은 현재 고려대에 재학하면서 어릴 때 품었던 교육자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정수익 기자, 베이징=서윤경 기자 sagu@kmib.co.kr [쿠키 스포츠] “경기 전날 미란이가 전화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신기록을 하나 정도 기대했는데 이처럼 많이 나올줄 몰랐다. 국민들 응원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왔다. 고맙다.”누구보다 떨리는 가슴으로 딸의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 장호철(54)씨는 경기가 다 끝난 후에야 조심스럽게 기쁨을 토해냈다. 16일 저녁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장미란의 경기를 관전하며 장씨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딸이 바벨을 들어올릴 땐 눈을 질끈 감으며 두 손을 모았다.아버지 옆에는 남동생 유성(20)씨가 함께 했다. 유성씨는 “내가 금메달을 따고 신기록을 세운 것 처럼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면서 “메달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서 누나가 가끔 힘들어 할 때도 있었지만 마인드 콘드롤을 잘해 좋은 결과 얻었다. 누나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이날 경기장에 어머니 이현자(50)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경기장에 나오는 대신 고향인 원주의 세계로교회에서 성도들과 함께 딸의 승리를 위해 기도했다.TV로 딸의 신기록 장면을 지켜본 이씨는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고 해 걱정했는데 다져서 볶은 고추와 더덕구이 등 미란이가 좋아하는 여러가지 음식을 마련해 준 것이 금메달을 따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장미란의 소속팀인 고양시청에서는 일산의 웨스턴돔 이벤트광장에서 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다. 300여명의 시민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장에 나와 박자에 맞춰 노란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화끈한 응원을 벌였다.TV로 경기를 지켜본 국민들도 감격했다. 바벨을 장난감처럼 들어올리면서 2·3위와 엄청난 격차를 벌리는 모습에 대해 ‘괴력’ ‘대단하다’ ‘국보급 선수’ 등 놀랍다는 반응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베이징=신은정 기자 njkim@kmib.co.kr


세계 여자 역도의 최강자로 등극한 장미란(25·고양시청)의 독주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오승우 대표팀 감독은 "장미란의 기록은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깨기 힘든 대기록"이라고 말했다.

◇독주 시대 열렸다=장미란은 인상과 용상, 합계에서 세계기록을 다섯 번이나 갈아치우고 세상에서 가장 힘센 여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동안 세계 역도계를 이끌어온 중국이 여자 최중량급에서 장미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중국은 전 세계기록 보유자 딩메이유안과 탕공훙이 노쇠화와 당뇨 등 질병으로 현역에서 은퇴하자 신예 무솽솽을 새롭게 내세울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무솽솽이 장미란에게 맞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불참을 결정했다. 역도 관계자들은 "당분간 장미란에게 대적할 선수는 세계적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이지 않는 금메달 조력자,과학=역도는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더 많은 무게를 들 수 있다. 단순히 살을 찌우는 게 아니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운다. 장미란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무솽솽에게 금메달을 내준 뒤 113㎏이던 몸무게를 118㎏까지 늘렸다. 기록도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7월 태릉선수촌에서는 몸무게 117㎏으로 비공인 세계신기록 330㎏을 기록했다.

좌우 균형을 찾은 것도 장미란의 기량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한몫 했다. 한국체육과학원 문영진 박사는 3차원 영상 분석과 근전도 분석을 통해 장미란의 신체적 문제점을 발견했다. 중학교 때 자동차 사고로 왼쪽 무릎이 좋지 않았던 장미란은 역도 동작을 수행할 때도 왼쪽 무릎을 펴는 동작이 약했다. 오른쪽 무릎을 위주로 동작을 하다 보니 전체 동작이 틀어졌고 관절 부위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많아졌다. 문 박사는 근육량과 함께 힘의 분배를 통해 좌우 균형을 맞추도록 도왔다. 오 감독은 "좌우 힘의 균형이 예전에는 차이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도전은 계속된다=장미란은 만리장성을 넘어 앞으로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 장미란은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에 세운 기록에 만족하지만 새로운 기록을 위해 더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고양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 일차 목표다. 다음은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2연패다.

장미란의 도전에 한국 역도도 힘을 보탰다. 대한역도연맹은 장미란 전담팀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 안효작 대한역도연맹 전무는 "장미란의 훈련을 전담하는 팀을 만들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미란 전담팀을 지원해줄 스폰서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일보제공 베이징=서윤경 기자 y27k@kmibcokr)